본문 바로가기
하루독서

빅이슈 212호-바꾸려 하지 않으면 바뀝니다

by sperantia 2020. 9. 6.

writer 정진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쉽게 상대를 판단하고, 조언하고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누구의 삶도 바뀌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서로 관계 속에서 큰 상처와 아픔만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는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 진정 유가족과 함께했던 사람들은 심리 관련 전문가들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견디며 유가족들과 손을 잡고 함께 울었던 사람들이라고요.

 

진정 상대와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함께 존재할 때 시작됩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행복을 주는 순간은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과 온전히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온전히 함께하는 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대와 진정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진정 함께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영원히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 날마다 오해를 줄여갈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다만 오해를 조금씩 줄여갈 뿐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상대의 생각은 같을 수 없습니다. 상대를 나의 생각에 가두고, 그 틀 안에서 판단하고, 재단한다면 우리의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진정 함께한다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뭔가를 말하고, 도와주고, 그렇게 상대를 바꿔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나 자신을 누군가 바꾸려 했을 때 나의 감정이 어떠했나요? 좋지 않았을 겁니다. 나 자신에게 진정 변화가 일어나는 때는 상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 그대로를 인정했을 때였을 것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나 자신이 나 그대로 있을 수 있을 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상대는 진정 자유를 경험하고, 그 자유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정 함께한다는 것은 상대를 늘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상대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며 그저 함께해야 합니다. 그저 함께 기뻐하고, 그저 함께 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쉽사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걱정하고 염려합니다. 그 걱정과 염려는 현재를 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그 걱정과 염려가 우리를 집어삼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상대를 사랑하지 못하과, 걱정과 염려로 허비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이와 온전히 함께해도 부족합니다. 지금을 누리며 존재하는 것이 온전히 상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진정 신비로움이고, 기적이고, 또 운명과도 같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 그 어떤 음악보다 한 사람의 삶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상대의 삶에 담긴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고 울고 웃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그렇게 상대와 진정 함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