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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경영경제보고서

한미 통화스왑 긴급 체결의 배경과 의의

by sperantia 2020. 3. 21.

[펌글]

여러분들께서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우수한 나라인데 왜 달러화 수요가 부족한가?” 라는 의문이다. 이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는 2020년 2월 말 기준 4,091.7 억 달러로 우리 GDP의 36% 수준이며, 세계 9위 수준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종류별로 분류하면 다소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종류별 비중은 아래와 같다.

(1) 유가증권 : 3,712.2 억 달러 (90.7%)
(2) 예치금(현금) : 271.0 억 달러 (6.6%)
(3) SDR : 32.7 억 달러 (0.8%)
(4) IMF포지션 : 27.9 억 달러 (0.7%)
(5) 금 : 47.9 억 달러 (1.2%)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모두 채권 또는 자산유동화증권(MBS 등) 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유동자산이기는 하지만 현금화에 다소 시일이 걸리는 자산들로 구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유동성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사이에 괴리를 발생시키는데, 이 괴리가 극대화된 것이 최근 증시 폭락으로 발생한 달러 쇼티지였던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단기 달러화 공급부족이 발생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말부터 3월 중순인 현재까지 총 8조 5,681억 원을 순매도했다. 해당 기간의 평균 환율로 계산해도 약 73억 달러 정도의 외화가 순유출된 것이다. 문제는 주식뿐만이 아니라 지난주 금요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국채 매도에 나서면서 순간적으로 달러화가 씨가 마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통화스왑의 형태로 외국 금융기관에서 외화를 차입하고 그들에게 원화를 대여하는 형태로 달러화를 조달한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자산 매도로 인해 달러화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증할 경우 국내 은행들은 더 많은 통화스왑을 체결해야 한다. 이는 결국 원달러 통화스왑에서 달러의 조달금리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된다.

실제로 이미 국내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폭락세를 기록할 때부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어 신규로 달러화를 조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대규모 보험사나 연기금 등은 해외 금융자산 환헤지에 상당한 포지션을 할당하고 있었는데, 달러 공급 쇼티지가 발생함으로써 선도환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이미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었다. 파생상품 롤오버에 일부 실패한 기관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방치하게 되면 외화의 단기차입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19년 2분기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던 국내 단기외채(준비자산 대비 33.2% 수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국내 외환보유고의 사이즈가 있기 때문에 외환 위기가 올 일은 없었겠지만,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작은 경고음이라도 발생하는 것은 하등 좋을 일이 없다.

때문에 이번 통화스왑 체결은 정부에서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이전에 적절한 조치를 잘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조치로 인해 당장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다시 매수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상향식 수요충격으로 인해 전 세계의 모든 자산이 동시에 폭락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투자자들에게 기댈 곳은 가장 힘이 센 기축통화, 즉 미국 달러 또는 금 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조치가 증시를 끌어올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외화의 단기 공급 버퍼를 확대하여 차입금리의 급상승을 미연에 방지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 통화스왑 체결이라는 것은 전화 몇 통으로 되는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통화스왑이 무기한이지만, 반대로 미 재무부에서 인정한 기축통화 또는 준기축통화와만 스왑을 체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미 3월 초부터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재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을 것이다. 미 연준의 입장에서 비상시국에서의 통화스왑은 미국의 중앙은행이 기축통화국 발권은행으로써 일종의 공급 유지 ‘책임’ 을 지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고, 물밑에서 많은 연락과 협상이 오갔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 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미 통화스왑이라는 것을 두고 미국이 일종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왜 굳이 달러화를 다른 나라에 빌려 주어야 하나 싶겠지만, 미국이 달러화 공급을 해 주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은 달러화 마련을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에 미국이 다양한 나라들과 통화스왑을 체결하기 이전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에서는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연준이 급히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국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도 통화스왑은 필요한 행위였던 것이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사전에 조율을 잘 하여 필요한 시점에 알맞게 달러를 공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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