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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기타

[바이라인]아마존은 11번가에 돈을 부어 뭘 하고 싶은 걸까

by sperantia 2020. 11. 22.

지난 10월. 아마존이 11번가에 입점 판매를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다. ‘굳이, 왜?’라는 생각이 따라왔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입점 3자 판매자들을 단순히 11번가에 옮겨놓는 정도라면, 11번가가 상품 측면에서 얻는 이득이 얼마나 클지 의문이었다. 이어진 그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됐다. 그냥 아마존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와 ‘풀필먼트’가 붙은 아마존 상품이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이허브는 11번가가 갖고 있는 국내 소비자의 ‘트래픽’을 확보하고 싶었을 공산이 크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20년 6월 안드로이드 OS 월간순방문자수(MAU) 기준 11번가(682만명)는 쿠팡(1384만명)에 이은 2위 쇼핑앱 사업자로 위치한다. 쿠팡과의 격차가 크긴 하지만, ‘682만’이라는 숫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별달리 아이허브 직구를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많은 소비자들이 11번가를 통해 아이허브에 자연히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아이허브처럼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해 재고로 보관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6년부터는 FBA(Fulfillment By Amazon)이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함으로 아마존이 아닌 3자 판매자의 상품 역시 아마존 물류센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요컨대 아마존은 FBA를 기반으로 3자 판매자의 배송 속도를 통제한다. 물류 시스템과 운영은 아마존의 제휴망, 혹은 아마존이 직접 수행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풀필먼트를 통해 아마존 물류센터에 들어선 3자 판매자의 상품은 해당 국가에서만 판매되지 않는다. 3자 판매자의 상품은 아마존 글로벌 배송망에 올라타서 전 세계로 배송된지 오래다.

 

아마존은 한국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팔릴만한 상품을 한국 소비지 인근, 혹은 정책 측면에서 혜택을 받는 지역 물류센터에 선입고하여 빠른 배송 속도를 만들 수 있다. 그간 한국 사이트가 아니었기에 자연히 발생할 수 있었던 아마존 직구의 불편함은 한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국내 2위 수준의 트래픽을 갖춘 ‘11번가’라는 채널을 활용하여 해소할 수 있다. 아마존이 굳이 한국에 마켓플레이스를 열지 않더라도 한국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효과를 11번가를 통해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이 일본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관해두고 한국 11번가에 해당 상품을 노출하여 판매를 한다면 확실히 속도 측면에서 우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품 측면에서는 결과를 두고 봐야 될 것 같다”며 “한국 직구 소비자들은 유행에 따라서 특정 상품 소비에 몰리는 특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아마존 직구는 롱테일 상품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 막상 가격을 봐도 아마존의 상품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비교해서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향후 아마존이 어떤 가격 정책을 가지고 11번가를 활용하는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예측했다.

 

 

https://byline.network/2020/11/1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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