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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308

by sperantia 2022. 3. 10.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스닥과 다우존스 지수는 1년 저점까지 하락했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1년 전 바이든 행정부는 1.9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켰죠. 20년 4월 2.2조 달러, 20년 12월 0.9조 달러 이후 부양책을 추가 발표했구요.. 보조금을 주는데다가 실업수당을 높여주고 부양 자녀 공제까지.. 재정을 헐어서 소비 부양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죠. 그런데.. 그렇게 올랐던 주식 시장이 원위치한 것을 보면.. 망연자실이네요.. 많은 돈을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늘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저성장 고물가죠. 연초 전망에서 말씀을 드렸지만 올해 난이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매크로 환경의 변화가 너무나 빠를 것 같기 때문입니다. 고성장 고물가 / 저성장 고물가/ 저성장 저물가의 구도가 정말 빠르게 바뀌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걸 지표로 판단하기는 참 어렵지만… 러프하게 이렇게 설명드려봅니다. 

 

성장이 나오면서 물가가 오르쟎아요? 그럼 주가는 상승하구요..(그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의 주가가 가장 많이 오릅니다) 그리고 금리는 물가 상승과 성장을 반영하면서 상승하게 되겠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읽으면서 단기 금리도 상승하지만.. 단기 금리의 상승폭 뿐 아니라 성장 및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서 장기 금리는 한껏 더 오르게 됩니다. 네, 단기 금리가 오르지만 장기 금리가 더 오르는…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는 그림이 나타나죠. 주가 상승 & 금리가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 확대… 요게… 고성장 고물가의 포인트가 됩니다. 

 

그런데요.. 물가만 오르면서.. 그렇게 올라버린 물가가 성장을 짓누르게 됩니다. 성장이 눌리기에.. 그리고 물가가 올라 비용 부담이 커졌기에 기업의 주가는 부진하겠죠. 반면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서 금리는 오르기 시작하죠.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데요.. 연준이 단기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를 잡으려 함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고개를 숙이면서 내려오게 됩니다. 그럼 단기 금리를 올려도 장기 금리가 내려오니..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는 건가요? 네.. 그럼 주가는 하락하고… 금리는 전반적으로는 오르지만…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게 포인트가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성장 저물가가 남았죠? 이 때는 주식 시장이 흔들립니다. 당연하죠.. 성장이 부진하니까요.. 그리고 성장도 둔화되고… 물가도 낮기에… 전반적으로 금리는 하락합니다. 문제는 중장기 성장 둔화 전망을 반영하고 있는데다가.. 장기간 저물가로 인해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게 되면… 지금의 낮은 금리도… 내일은 고금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내기에 장기채권으로 돈이 몰리게 됩니다. 그럼 장기 채권의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장기 채권 금리를 잡아내리게 되겠죠. 그럼 주가는 하락하고… 금리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데..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 하락세가 보다 강해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네.. 주가 하락 & 금리 하락 & 장단기 금리차 축소… 요게 저성장 저물가의 포인트가 되죠. 

 

정리해보면 고성장 고물가는 주가 상승 & 금리 상승 & 장단기 금리차 확대…. 요거구요… 저성장 고물가는 주가 하락 & 금리 상승 & 장단기 금리차 축소… 요게 되죠. 저성장 저물가는 주가 하락 & 금리 하락 & 장단기 금리차 축소… 요겁니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는 축소되고.. 주가는 부진하죠… 그런데요… 금리가 상승하는 날이 있고.. 하락하는 날이 있습니다. 네.. 저성장 고물가와 저성장 저물가 구도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종식되면서 다시 한 번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금의 물가 상승세를 강한 성장으로 발라버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게 되면 주가는 뛰면서 금리도 뛰는… 그리고 장단기 금리차도 확대되는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텐데요… 지금 그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참고로 오늘 새벽에는 주가 하락 & 금리 상승 & 장단기 금리차 축소(최근 추이)… 요 그림으로 인해 저성장 고물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성장 고물가 시나리오보다는 저성장 저물가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단기로는 저성장 고물가가 맞겠죠.. 그렇지만… 저 시나리오는 오래 갈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70년대에 10년 정도 이런 구도가 나타난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워낙에 특수한 케이스가 많았죠. 가격 통제 정책과 같은 실수가 70년대의 성장과 물가의 미스매치를 불렀죠. 성장은 물가와 함께 갑니다. 성장이 크게 둔화되면 결국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수요의 감소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을 불러오겠죠… 이는 시차를 두면서 물가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은 저성장 고물가로 보일 수 있지만… 되려 저성장 저물가로 쳐박혀버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스태그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낫다고 하실 수 있지만.. 절대 아닙니다.. T.T 전쟁의 장기화가 스태그에서 디플로 글로벌 경제를 밀어넣게 되면 이게 최악의 케이스가 되겠죠.. 

 

2000년도를 기억해보면… 당시에도 성장이 워낙에 탄탄했구요… 물가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던 바 있습니다. 이걸 잡기 위해 그린스펀은 0.5% 금리 인상을 2000년 5월 16일에 단행했구요… 그리고 1%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강했답니다. 그런데… 이후의 스텝은 되려 2001년 1월 2일 긴급 금리 인하였었죠. 당시 성장과 소비는.. 자산 가격의 상승에 기인했던 바 컸습니다. 닷컴 버블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그만두고 투자를 하면서 소비에 전념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주가가 급락하게 되니..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소비가 너무 빠르게 식으면서 2000년 5월 16일에는 인플레이션과 강한 성장을 식혀야 한다고 했던 연준이 2001년 1월 2일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긴급 금리 인하를 했죠. 네.. 물가 상승이.. 한 순간에 수요의 감소와 맞물리면서 물가 하락 압력… 즉, 디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졌던 겁니다. 

 

많은 분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뉴스 하나 하나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게 어떻게 매크로 환경을 바꾸고 있는지를 좀 더 보시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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