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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독서

내 집에 갇힌 사회

by sperantia 2022. 8. 1.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에서는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과는 초라하다. 무려 26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나 왔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서울 30평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률은 93%에 이른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은 대다수에게 주거의 안정성을 늘렸을지 몰라도, 계약갱신을 못한 사람들에게 는 전세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지도 못하고 주거안정도 실현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물론 폭등한 집값은 상당부분 거품이기 때문에 결국 금리인상과 함께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주택가격이 ‘붕괴’ 수준으로 하락하면 그 또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20~30대 ‘영끌족’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빚으로 주택을 구입했는데 이들도 2010년대 초와 같이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김재영, 2010 참조). 그렇다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정부는 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을까?

 

김명수 박사의 『내 집에 갇힌 사회』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주택을 둘러싼 정치와 정책을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특유의 주택체제와 그 속에서 중산층 가족들의 전략적 행위에 대한 그의 분석은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의 도시 중산층은 어찌하여 자가소유권을 맹목적으로 좇는 소유자 가구로 변모한 것일까”(6쪽)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기회구조 속에서 주택이 자산을 증식하고 자신의 생계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계층 간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심화되고 생활기회가 차등화되면서 이른바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등장한다. 이후의 5개의 장은 이러한 기본 테제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1장은 한국 주택체제의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주택시장은 분절적 이중시장으로서 민간 위주의 임대시장은 하층집단의 주거를 안정시키거나 그들이 자가소유로 가는 중간단계로 기능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산층들은 주택으로부터 기대되는 수익에 따라 수시로 자가소유와 전월세를 오간다. 그 결과 1980년대 말 이후 주택 공급 확대와 2000년대 이후 주택금융 개방에도 불구하고 자가 소유 확대는 정체되어 있다.

 

2장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민간자원을 동원해 주택을 공급하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형성을 보여준다. 1970년대 발전국가는 자원을 수출주도 산업화와 중화학공업화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주택부문에 투자할 자원이 없었다. 그럼에도 국가는 급증한 도시주택 수요에 대처해 광주대단지사건과 같은 사회 봉기를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국가는 한편으로는 주택수요를 중산층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주택채권, 주택복권, 입주자 저축제도, 주택상환사채, 주택 선분양, 중도금 납부제 등을 통해 민간으로부터 건설자금을 동원했다. 또한 토지구획정리사업, 아파트지구 개발사업, 택지개발 촉진법을 통해 민간의 토지를 실질적으로 수용하고 택지개발을 공영화했다. 이런 민간자원 동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부는 개발택지를 민간에 분양해 주택공급을 맡기고 주택건설업자 등록 제도를 통해 소수 민간 사업자의 과점적 지위를 보장했다. 또한 정부는 분양가격을 통제하고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낮춤으로써 청약 당첨자들과 주택 소유자들에게 막대한 개발 이익을 공유하게 했다. 이는 중산층을 형성하고 통치 권력을 안정화했지만, 대형 사업자와 청약저축 총액이 많거나 특수한 지위에 있는 중산층에게 주택 개발의 이익을 편중시켰다. 주거 계층 간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자가소유권을 둘러싼 소유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3장은 1980년대 말의 주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한국의 주택체제를 어떻게 공고화했는지 보여준다. 3저 호황으로 지가와 건축원가는 상승했지만 분양가 통제로 인해 주택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자 공급이 위축되는 한편, 1990년 서울의 자가 점유율은 38퍼센트에 불과해 주택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심해졌다. 이에 정부는 수요 제한에서 공급확대 정책으로 선회한다. 특히 87년 6월 항쟁의 경험으로 주택문제의 해결이 정권 안보에 관한 사안으로 인식되면서 노태우 정부는 200만호 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개발했다. 또한 민간업자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의 택지개발 참여를 합동개발을 통해 허용하고 분양가 원가 연동제를 도입 했으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의 시공권을 확대했다. 다른 한편 정부는 종합 토지세를 신설하고 택지보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토지초과이득세로 이뤄진 토지 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장기 무주택자를 우대하기 위해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하여 특별분양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당첨자, 다주택 소유자 등을 1순위에서 배제했다. 이 시기의 주택을 둘러싼 투쟁도 이러한 자가 소유 확대정책을 뒷받침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을 중심으로 자가 접근권 확대, 즉 “소유의 민주화” 운동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가구에 한해 끊겼던 소유 사다리를 복구했을 뿐 저소득층의 소유와 주거 안정성은 확대하지 못했다. 자원동원형 연쇄 의 기회구조는 공고화되었고 이에 따라 주택소유 및 중산층이 확대됨으로써 사회의 불만은 체제 내로 흡수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얻는 자산소득은 무주택자와 세입자 소득의 전유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었다.

 

4장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주택을 둘러싼 계층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산층의 투기적 주거전략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수요를 창출하고 토지 ·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를 감면했다. 특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고 분양주택 중도금 대출과 전세금 반환대출을 도입하는 등 주택금융을 확대했다. 주택 금융의 확대는 자가 보유를 촉진하기보다 주택을 금융과 연계된 투기상품으로 변화시켰다. 3~5년 거치 후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방식의 단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주택에 대한 단기적 투자의 레버리지 수단으로 기능했다. 이제 주택은 생활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자원 조달의 수단이 되고 다주택 소유의 기반이 되었다. 주택금융은 자가소유 가구와 나머지 가구 사이의 경제적 역량의 격차를 심화시켰지만, 동시에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가정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될 위험을 높였으며 나중에는 실제로 ‘하우스푸어’를 등장시켰다. 어떻든 주택이 본격적인 투기상품이 되면서 2000년대 초에 강남에 재건축 열풍이 불었고 이를 이어받아 2000년대 후반에는 강북에 뉴타운사업 열풍이 불었다.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분양가도 치솟으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이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건설사 세무조사를 요구했고 그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소유자 가구는 노무현 정부의 보유 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에 크게 반발했고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과 1주택자 과세의 헌법 불합치 판결을 얻어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사적 재산권과 가족생활이 다른 헌법 가치보다 우위에 서면서 ‘소유의 전제’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서 일어난 ‘소유의 민주화’를 대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5장은 “자가소유권에 깃든 사회적 힘, 곧 자본이득의 형성과 타인 소득의 전유를 통해 가족의 안전과 사회적 생존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가구 정향 및 실천”으로서 중산층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평가한다. 소유 민주화 열망에도 불구하고 공급확대의 혜택은 대부분 중산층에게만 돌아갔으며 이에 따라 주택의 상품화와 주택접근권의 배타성이 고착되었다. 또한 배타적 생존수단으로서 자가소유권을 활용하는 가구가 늘면서 생존주의 주거전략 또한 지배적 생활전략이 되었다. 이는 개별적인 시장순응과 주택시장의 분절화가 결합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택소유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미국의 소비주의, 공공이 주거를 보장하는 스웨덴의 연대주의, 그리고 토지점유와 자력 주택 건설에 바탕을 둔 브라질의 자조주의 주거전략과 대조 된다. 생존주의는 중산층을 경제적으로는 확장적 통화정책와 금융화에 동조하는 투자자로, 정치적으로는 사회적 연대와 공공성의 확장을 억제하는 사사화된 주체로 만들어냈다. 자원동원형 연쇄의 기회구조가 존속하는 한 이러한 생존주의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먼저 이 책의 아쉬운 부분부터 살펴보자. 첫째, 저자는 한국 중산층의 주거전략에 ‘생존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그 근거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 같다. 우선 자가소유권 및 그에 바탕을 둔 자본이득의 형성이 중산층의 (재)생산에 핵심적 일지라도 그것이 ‘생존’ 그 자체에 핵심적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또한 이러한 전략 에 대한 경험적 자료도 풍부하지 않다. 중산층 가구의 생존주의 전략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질적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또한 그것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실행되는지에 대해서도 주택가격 등락에 따른 전세와 청약통장 가입의 변동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면 자료가 부족한 편이다.

 

둘째, 물론 어려운 문제지만, 저자는 계급/계층에 대한 엄밀한 이론적 분석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저자가 계급/계층을 논할 때 소득, 자산과 생활기회를 논하고 중산층의 시장에서의 위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볼 때 저자는 베버의 계층론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중산층의 개념은 어디에서도 이론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만약 주택이 중산층이 되는 데 핵심적이라면 일종의 ‘주택계급론’을 주장하는 것일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셋째, 주택정치가 주거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 자가주택 소유자의 생존주의 전략 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반면, 다른 행위자와 전략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것은 아쉽 다. 이또한 어렵지만 국가(건설교통부), 자본(건설사)의 구조와 전략에 대한 보다 깊은 분석이 있었다면 더 뛰어난 분석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생존주의와 대비되는 다른 자가소유자 및 무주택자의 전략이나 다른 대안운동에 대한 분석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게다가 생존주의 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전략들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한 유형화나 분석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넷째, 저자의 분석은 발전국가의 수출주도 성장이라는 조건 하에서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한국의 주택체제를 완성하고 중산층의 생존주의 전략을 탄생 시켰는지는 잘 보여주지만, ‘왜’ 그러한 상호작용이 그러한 결과를 낳았는지는 잘 설명하지 않는다. 즉 투쟁과 상호작용의 성패와 향방을 결정한 세력 및 권력관계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거나 체계적이지 않다. 국가, 자본, 자가 소유자, 무주택자 사이의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상호관계를 분석하기 보다는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어 어떠한 힘이 자원동원적이고 생존주의적인 한국의 주택체제를 지탱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다섯째, 이 연구는 한국의 주택체제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설명이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수도권-지방의 격차는 그다지 고려되고 있지 않다. 특히 수도권과 지 방의 격차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또한 서울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데 이에 대한 분석은 없다. 따라서 한국 주택체제 내에서 지방과 수도권의 관계에 대한 연구 및 양자 간의 비교 연구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수도권 중산층 자가소유자 중심의 주택정치에 초점을 둔 반면 국가, 자본, 지방의 역할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석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들은 이 책의 본질적인 가치를 조금도 퇴색시키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하라는 것은 어찌 보면 연구자 일인에게는 지나친 요구이다. 게다가 이 책은 약점과 무관하게 그 핵심 테제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 제목처럼 우리사회가 “내 집”이라는 특정한 주택 체제에 갇혀 있다는 통찰을 준다. 김명수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체제는 ‘자원동원형 주택공 급연쇄’를 기반으로 한 분절적 이중시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중산층의 생존주의 주거전략은 그 안에서 자라났다. 국가는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으로부터 자원을 동원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건설업자와 주택소비자에게 높은 이윤 보장, 낮은 분양가, 저과세 등 특혜를 제공한다. 소득 또는 금융에 기초해 자가 주택, 특히 아파트 를 소유하는 가족은 정부의 특혜적 조치에 기반한 자산가격 상승과 자산소득 덕택에 중산층으로 계층 상승하는 동시에 재무적 안정, 금융 및 생계수단을 확보한다.

 

이러한 특혜적 기회구조는 중산층을 유지하거나 중산층이 되고 싶은 가족들이 주택 소유를 통한 자산 증식 경쟁 또는 투기로 유인한다. 특히 분절적 이중 노동시장체제에서 안정적인 고소득 일자리가 제한되어 있고 공공 복지제도도 생애 리스크나 노후에 대한 대비 수단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소유만이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중산층 (재)생산의 수단이 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거의 필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기세력을 비난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저금리나 일시적 공급부족 등 기회만 되면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기 쉽다.

 

반면에 저소득층 무주택자는 대체로 그러한 기회로부터 소외된다. 소득이 적거나 금융자원을 동원할 수 없는 무주택 가족은 (다)주택소유자들이 전월세를 통해 얻는 자본소득과 생활안정의 기반이 될 뿐이다. 그에 따라 주택시장에서 자가주택과 임대주택은 분절된다. 임대시장이 하층 집단의 자가 소유에 대한 주거 사다리나 주거 보호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결국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기회구조는 자가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1990년대 이후에는 주택을 아무리 공급하고 주택금융을 확대해도 다주택자만 늘어나고 실제 자가보유율은 55퍼센트 안팎에 정체하게 된 이유이다(통계청, 2021: 55 참조).

 

간단히 말해 투기를 유인하는 한국의 주택체제는 구조적인 불안정과 불균형을 내재하고 있다. 주택이 중산층 이상과 나머지를 가르는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한다면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생존주의 주거전략을 내면화한 중산층 이상 다주택자들에게 포획될 것이다. 그리고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거품이 형성됨에 따라 소득이 낮은 무주택자는 주택을 소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주택 공급확대에 금리인상, 외부충격, 정부정책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거품이 꺼진다 해도 역시 무주택자의 자가소유는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주택 소유의 (금융)비용과 기대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자 중에서도 ‘하우스푸어’가 늘어나고 자가주택 처분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버틸 수 있는 다주택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주택 소유를 늘릴 기회가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공공임대나 사회주택 공급의 확대가 사적 주택의 공급을 쉽게 대체할 수도 없다. 중산층이 수요로 하는 것은 주거의 안정뿐만 아니라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주택이다. 따라서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이 축소되면 집값이 뛰고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김명수 박사의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은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의 근본 원인도 바로 이 구조를 개혁하지 못한 데 있다. 주거 안정을 목표로 했던 문재인 정부의 초기 임대사업자 혜택 확대 정책은 다주택자 혜택을 늘림으로써 주택투기를 부추겼고 시장에서의 주택공급을 감소시켰다. 이에 따라 일어난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들(주택담보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토지거래 허가제,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 등 과세 강화 등)이란 구조를 개혁하기 보다는 대부분 과거에 쓰였던 수요억제 및 공급확대 정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했다.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영끌’ 대출이나 전세금을 낀 추격매수 또는 투기(갭투자)는 계속됐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실거주 요건 등과 같은 새로운 정책들도 한국 주택체제의 투기 유인적 구조를 거의 변화시키지 못해 ‘로또 청약’ 광풍이 일어났다. 저금리, 대출제한이나 투기/조정대상지역 지정과 같은 각종 핀셋 규제의 틈새, 시늉만 낸 보유세 강화 등은 투기적 수익에 대한 기대를 온존시켰다. 통계청 의 『2020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다주택 가구 수는 2015 년 272.5만 가구에서 2018년 308.1만 가구, 그리고 2020년 319.1만 가구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통계청, 2021: 55). 가계부채는 늘고 주택가격은 폭등하고 거품이 형성 되어 금리인상이나 외부충격에 취약하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민간에 불균등하게 배분하는 자원동원형 공급 연쇄라면 아마도 대안은 주택에 대한 공공의 투자 및 책임 강화, 그리고 편익배분의 균등화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주택체제의 개혁은 이 책이 잘 보여주었듯이 자가 소유자 중산층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임금소득이나 사회복지가 중산층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주택소유는 중산층의 지위를 (재)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체제뿐만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노동체제와 노후대비를 포함해 사회보장에 미달하는 복지체제도 함께 총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산업의 전환, 국가재정의 한계와 같은 문제들뿐만 아니라, 당장 손에 쥐고 있고 믿을 만한 것은 내 집뿐인 상황에서 중산층이 이러한 개혁에도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중산층 담론으로서의 ‘능력주의’는 이른바 ‘공정’을 구실로 노동체제의 불평등을 오히려 옹호한다.

 

이렇게 볼 때 김명수 박사의 분석은 우리를 막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생존주의가 “아직 최종적인 ‘체계적’ 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다”(247쪽)는 결론부의 서술이 역으로 암시하듯이, 만약 외부충격에 의해 생존주의 전략의 지속이 불가능 할 정도의 주택체제 붕괴가 온다면, 매우 비극적이겠지만 그때야 말로 총체적 사회 개혁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근본적인 사회변화는 위기를 토 대로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기는 전체적 수준에서든 부문적 수준에서든 필연적 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사회가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 고자 한다면, 김명수 박사의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정부계획형 또는 사회협력형 주택공급연쇄, 그리고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대안으로 제시된 연대주의나 자조주의 주거전략 등에 대한 검토가 반드 시 필요할 것이다(240쪽; 김명수, 2018: 166)

 

 

내 집에 갇힌 사회 | 김명수 | 창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내 집에 갇힌 사회 - 교보문고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 | 한국의 도시민은 왜 사익 실현에 골몰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었을까?-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와 중산층의 등장한국의 도시민은 어찌하여 맹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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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체제의 형성 과정에 대한 해부 『내 집에 갇힌 사회』 김명수. 2020. 창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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