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410

by sperantia 2022. 4. 10.

오전에 집 앞 중앙공원에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벚꽃이 만개했는데요, 참 예쁘더군요. 정말 많은 분들이 가족 나들이를 나오셨고 전일 명동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인파가 넘쳤다는 얘기 역시 들었습니다.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의 충격에 이제는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식당에서 QR코드를 찍지 않는데요, 조만간 마스크도 벗지 않을까.. 라는 그런 기대 역시 함께 담아서요.. 아… 그리고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전혀 부담되지 않는 날씨입니다. 아침에는 아이스 마시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는데요, 이젠 아주 편안하네요. 다소 더운 것처럼 느껴지는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벚꽃 구경을 한 오전… 봄에만 즐길 수 있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엔화 얘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안전 자산 엔화의 굴욕이라는 얘기가 정말 많이 나오고 있죠. 잠시 타이틀을 인용해보면요…

 

 

“1달러 바꾸려면 120엔 내야… 안전자산 엔화의 추락”(한경비즈니스, 22. 4. 10)

“’안전 자산’ 일 엔화의 추락.. 엔화 가치 6년 만에 최저..’한 수출 비상’”(매경이노코미, 22. 4. 4)

“’달러당 124엔’ 안전 자산 엔화의 추락.. 일에 무슨 일이”(머니투데이, 22. 4. 3)

 

 

이 정도를 볼 수 있네요. 과거에는 금융 시장의 충격이 커지는 국면에서 어김없이 엔화로의 자금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곤 했었죠. 그래서 안전 자산 엔화라고 했었는데, 최근에는 금융 시장이 다소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되려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의 금리차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일본의 10년 국채 금리는 여전히 0.2%에서 멍 때리고 있으니 계속해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죠. 미국이 양적긴축까지 단행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상황에서 일본 금리가 여기서 계속 머물고 있으면 금리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면서 엔화의 약세 압력이 보다 커지게 될 겁니다. 그럼 만약… 만약…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네.. 당연히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겠죠.

 

일반적으로 금융 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미국의 국채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미국 장기 국채는 안전 자산의 대표입니다. 장기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밀려내려오곤 하죠. 네… 위기 국면에서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하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네요…(장기 국채 가격 하락) 그럼… 두가지 중 하나겠죠… 위기 국면이 아니거나… 미국 장기 국채가 안전 자산의 반열에서 탈락했거나… 글로벌 안전 자산 미국 장기 국채의 굴욕… 이라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앞서 인용했던 기사들 전체에 안전 자산 엔화 대신에 안전 자산 미국 장기 국채라는 표현을 넣어도 아마 대부분 성립해야 할 겁니다.

 

아마 바로 이런 반론들을 하실 것 같아요… 지금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데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어케 내려가냐.. 라구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에 양적 긴축을 이 정도 속도로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탄탄한 성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성장이 여전히 강하면 위기 국면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것 아닐까요? 네.. 안전 자산 엔화.. 안전 자산 미국 국채를… 이 정도 금융 시장 흔들림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좀 성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튼튼합니다. 그 결과가 인플레이션이고, 그 결과가 빠른 금리 인상이겠죠. 이로 인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밀려올라가고 있고… 이게 10년 국채 금리를 -0.25~+0.25% 로 묶어놓은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금리차가 일본 엔화의 약세를 만들게 되는 거죠. 자.. 그럼 이런 가정을 해보죠. 미국의 긴축이 너무 빠른 나머지…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미국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립니다.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큰 폭 하락하게 되면… 미국 국채 금리와 일본 국채 금리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게 되겠죠. 일본 엔화의 밴드는 앞서 적어드린 것처럼 -0.25%~+0.25%입니다. 올라갈 때에는 +0.25%에 막히면서 멍때리고 있지만.. 내려갈 때에도 문제죠. 다른 국가 국채 금리가 흘러내릴 때 일본 국채 금리는 -0.25% 밑으로는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그럼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내려오는데.. 일본 금리는 더 내려갈 수 없으니… 미일 금리차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면서 엔화 강세가 찾아오게 되는 거죠.

 

이게 골 때리는 것이요… 미국 경기 둔화가 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장기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서 경기 부양을 하기 어려운데다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게 되니 수출도 어렵습니다. 엔 강세로 수입 물가도 내려가니까요… 이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여주는 효과를 주게 되죠. 글로벌 금융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엔 강세로 인한 충격을 정말 호되게 겪을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 경제가 잘 나가는 국면에서는 엔 약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일본의 국채 금리 통제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비슷한 상황이 2018년에도 있었답니다. 2018년 2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소식에 그 때부터 이머징 시장은 휘청이기 시작했죠. 2018년 3월 터키를 시작으로 브라질, 인도, 한국 등의 금융 시장이 차례로 하락했더랍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풀어놓은 거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그리고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 기대감을 등에 엎고 미국 주식 시장은 나홀로 독야청청 강세를 유지했죠. 미국 경제가 견실한데… 미국 금융 시장이 강합니다.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었구요.. 그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올랐겠죠? 네.. 미국 10년 금리가 3%를 넘어섰더랍니다. 일본은 당시에도 수익률 곡선 통제를 쓰고 있었죠. 그럼 미국과 일본의 10년 금리차가 크게 벌어졌겠죠? 네… 이머징 시장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그런 상황이 뚜렷했던 2018년 7~9월 사이에…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었죠. 그럼 당연히 시장이 흔들리는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니까 안전 자산 엔화에 무슨 일인가.. 라는 얘기가 회자되지 않았을까요? 네.. 당시 기사 인용합니다.

 

 

“안전 자산의 굴욕, 강달러에 금값 엔화 하락세”(아주경제, 18. 10. 1)

“위기 시에는 안전 자산 엔화 사라? 올해는 아니다”(뉴스핌, 18. 7. 27)

“무역 긴장 한창인데 안전 자산 엔화 ‘시들’ 이상 신호 배경은?

- WSJ, ‘해외 증시 매수 늘린 연기금 탓… 미와 금리차도 한 몫’”(뉴스핌, 18. 7. 17)

 

 

아.. 기사 뒤에 붙어있는 출처와 날짜를 잘 보시면요… 2018년 7월 말 기사들이 많죠. 그리고 그런 흐름은 2018년 10월 초까지 이어졌죠. 그런데요… 2018년 10월 4일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가 잘 버티니.. 금리 인상을 추가로 더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미국 금융 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미국 경제 역시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죠.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고점을 형성하고 2018년 11~12월에 걸쳐서는 빠르게 하락 반전했더랍니다. 그럼 미국 장기 금리가 하락하니… 크게 벌어졌었던 미일 금리차가 화악 줄어들게 되겠죠? 네.. 그러면서 엔화가 다시 초강세를 보였죠. 안전 자산 엔화의 굴욕이라는 얘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답니다. 다시 기사 인용합니다.

 

“금융 시장 불안에.. 금/ 엔화 등 안전 자산에 돈 몰린다”(한국일보, 19. 1. 10)

“투자 심리 냉각… 美 국채/엔화/금으로 러시”(한국경제, 19. 1. 6)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日 엔화 초강세.. 외환 시장 ‘플래시 크래시’”(조선비즈, 19. 1. 4)

 

 

 

19년 1월 기사인데요… 18년 12월 미국 주식 시장이 큰 폭 하락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엔화가 초강세를 보였었죠. 그랬더니 안전 자산 엔화로 돈이 몰린다는 얘기가 나왔던 겁니다. 네.. 저는 2018년의 상황을 우리는 충분히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엔 약세… 부담스러운 위안화… 다른 국가들의 상황을 크게 고려하지 않으면서 마구 금리를 밀어올리려는 연준의 스탠스 등이 당시와 비슷하죠… 물론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인플레이션이죠. 18년 12월 말… 미국 정크 본드들이 휘청거릴 때 파월 의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포기했던 바 있죠. 그러면서 시장한테 거의 무릎꿇고 비는 것처럼 금리 인상 멈추겠다.. 양적 긴축 포기하겠다… 그래도 안된다면 금리 인하해주겠다.. 단기 금융 시장에 돈이 모자란다고 하니까… 양적완화 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은 단기채를 매입해서 돈을 풀어주겠다.. 이렇게 달래고 달래고 달래고 했던 바 있죠. 이 상황을 보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은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졌었죠. 그리고 최종 검증은 바로 코로나 위기 때였답니다. 전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무제한 돈 풀기로 방어하는 멋진 모습에 확신을 가졌던 겁니다. 주식은 계속해서 오를 수 밖에 없는 거죠. 경기가 좋으면 오르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연준이 돈 풀어서 오르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던 겁니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기에 지금의 연준을 바라볼 때에도 계속해서 호구 관점에서 연준을 해석하곤 하죠. 연준이 겁을 주면… 가장 최소한의 긴축 정도만 나올 것으로 생각하면서 아직 시간있으니까… 파티를 이어가자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곤 합니다. 그리고 한 레벨 더 끌어올려서 긴축을 하려고 하면 저러다가 시장이 힘겨워하면 하얗게 질려서 다시 돈 풀기로 전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쫄면 안되는 겁니다. 이 관점은 연준이 돈 풀 수 있는 여유가 충분히 있다는 데 기인하죠. 충분히 더 돈을 풀 수 있는데…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라는 겁니다. 돈을 못주는 게 아니라 안주고 있는 겁니다. 반면 연준은 어쩌면 지금 너무나 거대한 인플레이션 앞에서 쩔쩔매면서 더 이상 돈 푸는 데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을 수 있죠. 그럼 연준 입장에서는요… 돈을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안준다와 못준다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죠… 안주고 있는데… 줄 때까지 조르고 협박하는 상황인데… 연준이 못주는 상황이라면 참 어렵겠죠. 시장은 왜 줄 수 있는데 안주냐고 보채고 있고.. 연준은 못주는 상황인데 왜 자꾸 달라고 하냐면서 긴축의 고삐를 보다 강하게 당깁니다.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연준이 못주는 상황임을 시장이 깨닫게 되면… 지금 연준의 긴축이 과거와는 다른 컬러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겠죠. 저는 지금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준 의사록과 연계해서 말씀을 좀 드리면 좋은데요… 음.. 이미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적었네요… 주중 에세이를 통해서 뒤의 내용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