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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독서

성공한 CEO 열 중 둘은 사이코 성향

by sperantia 2022. 11. 21.

호주 본드대의 범죄심리학자 나단 브룩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1000여명의 미국 시이오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분석한 결과, 21%가 임상적으로 강력한 사이코패스(psychopath) 특성을 보였다고 최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심리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밝혔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특히 유통망보다는 공급망 부문의 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는 죄수 집단의 사이코패스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이코패스란 한마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가리킨다. 겉으론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공감 능력 부족,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어려운 특성들을 두루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인구당 사이코패스 비율을 적게는 1%, 많게는 4%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번 연구결과에서 드러난 시이오 집단에서의 사이코패스 비율은 무려 20배나 높다. 사이코패스 하면 연쇄살인마나 잔혹한 범죄자를 연상하는 사람들에겐 섬뜩한 얘기다.

 

성공, 혁신 지향 사회가 병 불러

 

왜 성공한 사람들의 집단에서 사이코패스 비율이 높을까? 2013년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원제는 The Wisdom of Psychopaths, 미래의창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이를 규명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자 케빈 더튼(Kevin Dutton) 박사는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한다. 뛰어난 외과의사와 연쇄살인범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할 뿐 아니라 공통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그런 성향을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현시키느냐에서 시작된다. 

 

던튼 박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이오 집단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의 소유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가 성공과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를 이끈 브룩스 박사는 사이코패스 야심가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변호사, 방송인, 외과의사, 저널리스트 등

 

그는 사회에서 성공한 사이코패스 성향 소유자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로 명명하고,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7가지로 정리했다. 그 7가지는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겁 없음, 현실 직시, 실행력이다. 사실 이런 성향들은 흔히들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로 꼽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는 이 7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사람의 대표적 사례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그는 CEO 외에도 변호사, 방송인, 판매원, 외과의사, 저널리스트, 경찰관, 성직자, 요리사, 공무원을 사이코패스가 많은 10대 직업으로 분류했다. 더튼 박사의 사이코패스 10대 직업에 들지는 않았지만 정치 분야도 사이코패스가 많은 분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스콧 릴리엔펠드 에모리대 교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기업, 정치, 위험 스포츠를 사이코패스들이 많은 3대 분야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히틀러보다 높은 사이코패스 점수를 보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과연 정치 지도자들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더튼 박사팀은 얼마 전 재미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사이코패스 지수를 매겨 본 것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에 실린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트럼프가 171점으로 아돌프 히틀러(169점)보다 높게 나왔다. 트럼프의 점수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189점), 16세기에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헨리 8세(178점),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에 이어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힐러리 클린턴도 꽤 높은 사이코패스 지수를 보였다. 힐러리클린턴닷컴
https://www.hillaryclinton.com/about/hillary/

정신병적 특성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사이코패스 성격 목록’(PPI-R) 테스트를 이용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현직 정치인들의 답변은 측근들이 대신했고, 사망한 사람들은 평전 작가들에게 답변을 부탁했다. 클린턴 후보도 트럼프보다는 낮지만 152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역대 11위다. 로마의 독재자 네로보다 높은 점수다. 정치 지도자들의 사이코패스 점수는 사회적 영향력, 대담성, 스트레스 감내력, 권모술수형 자기중심성, 불복종 거부감, 책임전가, 속편한 무대책, 냉혹함 등 8가지 영역의 점수를 합친 것이다.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건 사이코패스 특성만이 아니다.
http://australiansecurityacademy.com.au/diploma-of-government-workplace-inspection/

3가지 잣대 비춰보면 성향 가늠할 수 있어

 

연구팀은 이 8가지 사이코패스 특성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설명한다. 긍정적인 면은 사회적 영향력, 대담성, 스트레스 감내력 등이다. 부정적인 면은 권모술수형 자기중심성, 불복종 거부감, 냉정함, 속편한 무대책, 책임전가 등이 있다. 트럼프는 사회적 영향력과 대담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냉철함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턴은 냉철함과 마키아벨리적 자아가 높았다. 더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트럼프와 클린턴을 향해 있는 칭찬이나 비판 내용과 일치한다”고 분석 결과를 옹호했다. 

 

물론 사이코패스 특성만으로 한 사람의 성공 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데는 너무나도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한다. 다만 브룩스 연구팀은 이번 사이코패스 연구 결과는 기업들이 업무숙련도도 좋지만 개인의 성향을 스크린하는 데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은 기업들의 잘못된 고용 관행이나 스타일 덕을 보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릴리엔펠드 교수는 “사이코패스 특성은 단기적 성공에 유리하다. 매력적이고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 실패라는 비용을 들여 얻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주변 동료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지를 알려면 다음의 세가지 특성들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1. 대인관계 면-외견상 매력적이고 자기신념이 넘쳐 보이는 첫인상. 

2. 정서적인 면-죄책감이나 공감력이 부족하고, 깊게 사귀지 않는 사람. 

3. 행동적인 면-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거짓말하거나 속이는 사람.

 

성공한 CEO 열 중 둘은 사이코 성향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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