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6
오마하
미국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시장에서 비롯된 문제는 이제 경제 각 분야로 퍼져 걷잡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단기적으로 실업률은 오르고, 기업활동은 주춤할 것이며, 신문 일면에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국채만 보유하던 나의 개인 자금을 말하는 것입니다. (전부 자선 활동에 쓰기로 한 나의 버크셔해서웨이 지분과는 상관없는 돈이죠.) 주가가 앞으로도 지금같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오래지 않아 버크셔 지분을 제외한 나의 순자산은 모두 주식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어째서냐구요?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는 두려워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부려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나로 하여금 주식을 사도록 합니다. 분명 지금은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어 경험 많은 투자자까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부채가 많거나 경쟁력이 약한 회사에 투자하기를 겁내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 보았을 때 번영을 누릴 것이 확실한 이 나라의 수 많은 건실한 회사들까지 두려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이 회사들의 이익은 들쭉날쭉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죠. 그러나 5년, 10년, 20년 후 주요 회사들은 거의 모두 기록적인 이익을 누릴 것입니다.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나는 주식시장의 단기 방향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한 달 후나 일 년 후 주가가 오를지 내릴 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투자심리나 경제가 회복되는 때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아마도 매우 많이- 올라 있을 것입니다. 개똥지빠귀를 기다리는 동안 봄날은 지나가 버릴 것입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 7월 8일, 다우 지수는 저점인 41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경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던 1933년 3월까지 계속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때 주식시장은 이미 30퍼센트나 올라있었지요. 유럽과 태평양의 전황이 미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던 2차세계대전 초를 떠올려봅시다. 주식시장은 1942년 4월 최저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때는 연합국의 운명이 나아지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또 1980년대 초는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경제가 불황에 허덕이던 시기였지만, 이 때가 주식을 매수할 기회였습니다. 단기적으로 나쁜 소식이야말로 투자자의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나쁜 소식 덕분에 투자자들이 미국의 미래 한 조각을 싸게 살 수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좋은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20세기에 미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 정신적 상흔을 남긴 여러 번의 값비싼 군사 분쟁, 대공황, 수 차례의 불황과 금융위기, 오일쇼크, 유행성 감기의 확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의 사임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다우지수는 66포인트에서 11,497포인트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대단한 상승세를 보였던 한 세기 동안에 투자자들이 돈을 잃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습니다. 이 불운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시기에만 주식을 샀다가, 신문을 읽고 불안해지면 주식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들은 장기 보유 목적으로는 형편 없는 자산을 선택한 것입니다. 현금에서는 아무 현금 흐름도 창출되지 않으며, 현금의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고 추진할 정책들은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며 현금의 실질 가치 감소를 재촉할 것입니다.
주식은 향후 10년 동안 현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누릴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것도 아마 매우 높은 수준으로요. 지금 현금 보유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나중에 현금을 쓸 시점을 잘 잡을 수 있다는데 내기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주는 안락함을 기다리는 이 사람들은, “퍽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퍽이 향하는 곳으로 가라"는 웨인 그레츠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는 주식시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하지만, 나는 은행이 있던 곳에 음식점을 열고 "돈을 맡기던 장소에서 식사하세요.(Put your mouth where your money was.)"('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는 뜻도 있음.)라고 광고하던 업자의 본보기를 따르렵니다. 나는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독자께 말씀드리며, 실제로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워런 E 버핏
지주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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