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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013

by sperantia 2020. 10. 16.

오늘도 아침에 일정이 있다보니 시간 여유가 없네요.. 환율 얘기 3부를 간단하게 이어갑니다. 아무래도 4부까지는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많은 분들 사이에서 대세처럼 굳어지는 얘기입니다. 시장을 볼 때 무서운 것 중 하나가 관성이라는 거죠. 흘러가는 방향대로 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달러가 약세라면… 계속해서 조금 더 현재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지는 거겠죠. 재미있는 것은 시장이 달러 약세를 관성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달러 약세를 더욱 강화하는 이슈가 생겨나게 되면 달러 약세 속도는 매우 매우 매우 빨라지게 됩니다. 그러다 달러 가치의 폭락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구요… 반대로 위안화 가치는 급등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미국은 달러 약세를 원하지 않는가… 라는 겁니다. 네. 원한다고 보는데요… 그럼 왜 달러 약세로 가는 것을 미국이 제어하려고 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 라는 질문이 바로 뒤이어 따라오겠죠… 살을 뺍니다. 하루 만에 20킬로그램을 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급하게 살을 빼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건강 관리를 위해서 소프트랜딩… 서서히 살을 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예시가 잘 와닿지 않으실 듯 하여 하나 더 가보죠..

 

Fed에서 평균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얘기했을 때.. 그럼 Fed가 물가 상승을 얼마나 용인한다는 건데… 라는 시장의 궁금증이 폭주했더랍니다. 2.5%다.. 3%다… 얘기가 많았는데… 패트릭 하커라는 Fed의 지역 연은 총재는 2.5%나.. 3%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중요하다… 물가가 빠르게 오른다면… 물가 레벨이 어느 정도에 와 있던지 눌러주는 것이 맞지만… 완만한 속도로 오르게 된다면 조금 더 높은 물가의 상승도 용인할 수 있다.. 라는 식의 코멘트를 던지죠… 네… 시장이 급등 급락의 방향성을 보이면서 그 쪽으로 맹렬하게 달려가려고 합니다. 한 방향으로 제대로 쏠림이 나타날 수 있죠… 물가 상승이 한번 고삐가 풀려버리면 이후에 되돌리기가 어려우니… 이런 한방향의 쏠림이 나타나면 조기에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다이어트의 케이스나… 평균 물가 목표제에서 말하는 물가가 오르는 속도나… 달러 약세를 바라보는 Fed의 관점이나 비슷합니다. 달러 약세는 원하지만… 달러 급락은 원하지 않겠죠… 현재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93정도입니다. 하락하면 달러가 약세이고… 상승하면 달러 강세인데요… 지난 2018년 초에는 달러 인덱스가 88을… 2007~2011년에는 이 달러 인덱스가 70대까지 내려갔던 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에 비하면 93인 지금은 뭐.. 그리 달러 가치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그리 높은 것도 아니네~ 뭐.. 이런 생각이 딱 드실 수 있는데요… 문제는 속도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이례적인 달러 강세가.. 그리고 5월 이후 달러 약세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죠… 그리고 그런 달러 약세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들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이 Fed나 미국 행정부 입장에서 경계해야 할 요소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를 쉽게 용인하게 되면… 달러 약세 기조가 영원히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의 급락이 나타날 수 있겠죠. 달러 가치의 급락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매력을 낮추면서 미국 자산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영원하다.. 라는 생각을 하실 분들 계실 수 있는데요,… 자산에는 테슬라 주식만 있는 게 아니죠..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의 매력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2020년 회기 연도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지난 해 대비 3배 증가했죠. 재정 적자가 많다는 것은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있다는 겁니다. 그럼 이런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빌려와야 하쟎아요?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려올 겁니다. 그런데… 달러 강세 시기에는 달러 강세도 먹고… 차별적으로 높은 미국의 금리도 먹기 위해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는 찾아오지 않죠… 하나 더… 계속해서 국채의 공급이 쏟아진다면… 국채 가격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데… 국채에서도 손실이 날 수 있고… 달러도 약세라서 환차손이 난다면… 미국 국채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겠죠… 급격한 달러 약세는 이런 점에서 미국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환율은 상대적이죠… 한 국가의 통화가 약세라는 얘기는 반대편의 누군가 다른 통화가 강세라는 의미가 됩니다. 지난 7월에는 유로화가 그 주인공이 될 뻔 했죠. 1유로에 1.2달러를 뚫고 하늘 높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답니다. 그런데요… 달러 가치 급락은 유로 가치 급등이라는 말이 되겠죠? 유럽 위정자들 입장에서도 유로화의 점진적 강세가 아닌 유로화 초강세는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유로 강세 기대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가세한다면 와… 한 방에 유로가 하늘로 튀어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겠죠? 유로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추면서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찾아오라고 기도하고 있는 ECB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됩니다. 하나 더… 유럽은 과도한 부채로 인해.. 그리고 저성장으로 인해 내수가 매우 위축이 되어 있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수출 성장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데요.. 유로 강세가 찾아오니… 와.. 이건 참 어려운 일이죠. 수출을 때려눕히고… 물가를 때려눕히는 유로 강세에 대해 ECB총재부터 강한 경계감을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8월 말부터 거짓말처럼 유로화 강세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죠…

 

이번 달러 약세는 이제 위안화로 옮겨 붙었답니다. 달러 급락은 위안화 가치 급등을 의미하겠죠. 와~ 중국은 자본 시장 개방을 해야하니까 위안화 초강세를 기대하는 것 아님?? 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중국도 그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우선 첫째.. 중국은 현재 기존 수출 산업에서 구조 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참 많답니다. 그런데 위안화의 급등이 나타나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한 순간에 주저앉게 될 텐데요… 구조 조정을 너무나 잔혹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겠죠… 하나 더… 현재 전세계 국가들은 환율 전쟁을 하고 있답니다.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서 수출에 목을 메고 있는데.. 중국이 독야청청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게 되면 중국 수출 관련 한계 기업들은 물론이거니와… 멀쩡한 수출 기업들도 휘청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죠… 네… 수출 성장에 너무나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중국은 지금 자본 시장 개방을 하려고 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초강세 기대가 나타나게 되면 해외 자본 유입이 강해지게 될까요… 약해지게 될까요? 당연히 겁나 쏠리게 될 겁니다. 2015년 이후부터는 바뀌었지만… 중국은 2005년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 기조 채택 이후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핫머니로 인해 상당한 파고를 겪었던 바 있습니다. 중국으로의 급격한 자본 유입은 중국의 자산 가치 급등… 즉 버블을 만들어낼 수 있죠. 특히 가뜩이나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여기서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자산 가격의 급등은 빈부 격차의 확대를 만들어내기에…. 중국 당국 입장에서도 달갑게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 당연히 중국도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어제 나온 중국 내 선물환 거래 보증금을 없앴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위안화 관련 외환 시장이 한번 출렁였던 겁니다.

 

네… 지금 이 제도를 설명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위안화를 파는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필요했죠… 거래 금액의 20%를 보증금으로 깔아야 했답니다. 중국에는 이런 게 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중국 본토 커창판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한국 돈으로 약 8천만원 정도 보증금이 깔려있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뭐 이런 겁니다. 그럼 왠만한 사람들은 이 보증금을 깔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죠. 그런데 이 보증금을 없애주면?? 네… 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위안화를 선물환으로 파는 거래를 할 때 필요했던 보증금을 면제해준다,… 네.. 위안화 편히 팔 수 있도록…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죠.. 네… 위안화 약세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겁니다. 그리고 이외 다양한 방법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일방적인 위안화 절상을 제어하는 스탠스를 취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위안화가 절하되느냐구요? 위안화 절상은 기조입니다… 이 트렌드는 중기적으로 이어지리라 봅니다. 다만 속도 조절을 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하락 추세 속에서 탁!탁! 쳐올려지는… 위안화 가치가 순간 순간 내려가는… 그런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일 달러 당 6.7위안을 무너뜨리면서 기세좋게 하락하던 위안화 환율이(위안화 절상) 6.75위안 수준으로 되돌려진 게..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네.. 오늘 에세이도 생각보다 기네요… 다음 에세이로 패스해야 할 듯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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