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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014

by sperantia 2020. 10. 17.

달러원 환율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환율이 참.. 많은 요인을 감안해야 하다보니 벌써 4부로 넘어왔네요. 5부에서 정리를 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도록 하구요… 4부에서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중국인민은행과 Fed 얘기를 비교해서 해드려보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부채를 크게 늘려왔죠. 과거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늘리게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다보니.. 하나 하나의 설비가 매우 의미있는 생산품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문제는 상당 부분 갖추어진 상황에서 설비 투자가 이어지는 케이스겠죠. 철강 공장이.. 혹은 조선 공장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마구잡이로 빚을 내서 설비 투자를 늘린다… 이 경우 투자 효율이 상당히 낮아지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설비 투자를 화악 늘린 건데요… 돈을 많이 때려부었지만… 그 이전과 같은 효용이 나타나지 않았던 겁니다. 과거에는 100을 투자하면 100만큼의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0을 투자해도 10 정도의 산출물 밖에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거죠.

 

음… 와닿지 않으실 듯 하여… 70년대 서울에 다리를 하나 놓는다.. 혹은 도로를 하나 놓는다… 그럼 그 도로의 효율성이 상당히 높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 다리를 하나 놓으면 어떨까요? 이미 개발이 다 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무 곳에나 다리 하나 설치한다고 효율이 극대화되고…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이 비슷했죠. 버블 경제 시기에 상당한 인프라가 갖추어졌는데… 90년대 경기 불황 시기에 경기 부양 차원에서 인프라 투자를 더 늘렸던 겁니다. 그러니 차가 다니지 않는 다리나 도로.. 이런 효율성 제로의 인프라가 들어서게 된 거죠. 중국 역시 비슷합니다. 중국의 부채는 크게 늘어나는데.. 그만큼의 효율… 즉 생산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중국의 부채는 크게 늘어나는데… 중국의 성장세는 부채의 증가만큼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걸 GDP대비 부채비율이라고 하는데요… GDP는 성장을 말하죠. 부채는.. 그 자체로 빚입니다. GDP성장은 예전보다 약해진데… 부채의 증가세는 여전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은 크게 증가하게 되겠죠. 중국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금융 위기 이전에 비해서 거의 2배 이상 상승했답니다. 특히 기업의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죠…

 

그럼 성장하는 것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첫째..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부채를 화악 줄이는 방법을 쓰게 되면 경제의 성장이 제로로 수렴하게 되죠. 빚에 의존해서 간신히 성장을 이어가는데.. 빚을 끊으면… 와.. 이거 거의 약물을 끊는 거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 이런 방식을 썼던 곳이 바로 90년대 초의 일본이었답니다. 금리를 화악 잡아올리면서 더 이상의 빚을 통한 투자를 막아서게 되죠. 그리고 버블 붕괴의 충격 속에서 일본은 잃어버린 4반세기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그럼 부채를 줄일 수가 없으니… 다른 방법은 성장을 늘리는 겁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성장은 효율성이 나와줘야 하는 건데요.. 이거 참 기적처럼 어려운 거죠… 그냥 이런 미션을 주는 겁니다. 서울 강남에 70년대 수준의 효용이 나오는 도로를 놓아봐~ 어떻게 놓으면 되겠어~ 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것을 찾아봐.. 이런 얘기인데.. 지금 같은 저성장 시기에.. 과잉 공급 시기에… 완전히 새로운 성장 아이템을 만들어내라는 거쟎아요.. 이거 쉽지 않습니다.

 

그럼 부채를 줄이기도… 성장을 늘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부채 증가세는 유지를 해야.. 명맥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 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네.. 간단합니다. 부채를 늘리면서 성장을 만드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면… 성장을 늘릴 수 있는.. 이른 바 효율성이 있는 부채 증가를 유도하는 게 맞겠죠. 그래서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겁니다. 조금 어려우실 수 있지만 꼼꼼히 읽어보시죠.

 

 

“실제로 중국은 줄곧 유동성은 합리적으로 충분한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홍수와 같은 돈 풀기, 즉 '대수만관(大水漫灌)'은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 왔다.

대신 통화정책 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필요한 곳에 맞춤형으로 분무기처럼 물 뿌리듯 돈을 공급하는 '점적관수((點滴灌水)'를 강조했다. 앞서 17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도 “신규 대출이 실물경제, 특히 영세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시장 중심의 금리 개혁을 통해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당분간 금리나 지급준비율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으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아주경제, 20. 8. 20)

 

 

네.. 마구잡이로 금리를 인하하거나.. 지준율 인하를 통해서 시중에 돈을 풀어주면… 이 돈이 어딘가에 가서 고이게 되겠죠. 그럼 서민 경제에… 돈이 진짜 필요한 곳으로 가기보다는… 요즘 핫하다는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 시장… 언택트.. 대기업.. 이런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겁니다. 그럼 자산 가격의 상승을 만들어내게 되고 빈부 격차를 늘리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되죠. 100억이 있고.. 100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1명에게 99억을 주고… 99명에게 1억을 주는 케이스와… 100명에게 1억씩을 주는 케이스.. 어느 쪽이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될 까요? 후자가 소비 증대에는 도움을 주게 되겠죠. 돈을 풀면서 부채가 늘어납니다. 이렇게 풀린 부채가 효율적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이게 99억을 가진 1명에게 쏠려가면 부채의 생산성이 높은 것일까요?

 

그래서 중국 당국도… 마구잡이로 돈을 풀지 않고..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을 주는… 이른 바 정밀 타격을 하겠다고… 저는 저런 표현을 잘 모르지만… 대수만관이 아니라 점적관수를 하겠다고 얘기하는 거겠죠. 이렇게 되면 마구잡이 위안화 공급이 아니라… 성장이 나오는 위안화 공급을 하게 되는 겁니다.

 

환율 얘기하다가 이 잼없는 얘기를 왜 자꾸하니.. 그래서 환율 오른다고 내린다고… 라는 생각이 화악 드시겠지만.. 캄 다운 캄 다운… 조금만 더 가죠.. 이제 환율 얘기 나옵니다. 한 국가의 통화 가치를 볼 때 두가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성장과 금리가 그것이죠. 금리를 낮춰서 위안화의 공급을 늘립니다. 그럼 위안화 가치 하락 요인이 되겠죠. 그런데요.. 위안화의 공급을 늘리는데… 이게 효율적으로 쓰이면서 중국의 엄청난 성장을 만들어냅니다. 성장이 만들어지면… 그 성장의 과실을 따먹으려고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죠. 네..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지만… 즉 위안화의 공급을 늘리지만… 이를 통해 효과적 성장을 만들게 되니.. 중국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즉 위안화의 수요를 보다 크게 늘려주게 됩니다. 위안화의 공급이 늘어도… 그 이상으로 성장이 나와서 위안화의 수요가 살아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게 되겠죠. 아.. 정말 어려운 얘기인데요… 위에서 얘기하는 대수만관이 단순이 위안화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면… 후자의 점적관수는… 위안화의 효과적 공급과… 수요의 창출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신중한 금리 인하와… 이를 통한 성장의 유도가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다는 것이 중국 위안화 강세 요인 중 하나가 될 텐데요… 이제 미국 얘기를 해보죠. Fed 역시 이제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은 재정 적자를 3배로 늘렸구요… Fed의 양적완화 규모는 금융 위기 이후의 그것을 크게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성장은 꼬리를 내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금융 시장은… 돈을 더 풀어달라고 하는데요.. 돈을 더 풀면 부채가 더욱 늘어나게 되겠죠. 그런데.. 성장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달러 공급은 늘어나지만 성장이 효율적으로 나오지 않으니.. 달러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죠… 네… 달러 약세 요인이 됩니다.

 

자.. 이제 생각해보죠. 지난 9월 FOMC 의사록이 발표된 후.. 시장은 Fed가 추가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요… 과거와 다른 것은 Fed는 기존에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이 나오지 않아도 돈을 마구잡이로 풀었죠. 그런데요.. 이제는 재정 정책이 나오면… 그 재정 정책을 지원해주는 양적완화를 진행하게 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크음… 길지만 가보죠.

 

지금 미국에서 돈이 절실한 곳은 서민들일 겁니다. 서민 경제로 돈을 보내기에.. Fed는 역부족이죠. 암만 돈을 풀어도 Fed는 누군가를 특정해서 그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답니다. 그럼 불특정 다수를 위해 돈을 푸는 거죠… 대수만관의 느낌 팍 나시나요? 그럼 이 돈이 서민 경제로 가는가… 아뇨… 자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게 되죠. Fed가 100달러를 풀면… 99달러는 애플 주식에 가서 고이구요… 나머지 1달러가 서민 경제로 흘러가는 정도입니다. 그럼 실제 무너져내리는 서민 경제의 성장을 제고할 방법이 없는 거죠.

 

재정이 나섭니다. Elected officials가 있다면… 대통령과 의회가 합의 하에… 재정 지출을 하게 되면 특정 서민들에게 돈을 줄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 돈을 어디서 구하느냐겠죠… 그럼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돈을 빌려올텐데요… 가뜩이나 시중 자금이 모자란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시중 자금이 말라버릴 겁니다. 이는 성장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겠죠… 그리고 국채 발행이 늘어난 만큼… 국채의 공급이 늘어난 만큼…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국채 금리가 튀어오르는 일이 벌어지겠죠. 가뜩이나 어려운데.. 시중 금리까지 오르면… 경제 성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겁니다… 이 때.. Fed가 나섭니다.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서 국채를 사주는 그림이 되는 거죠.

 

네.. 추가적인 대규모 재정 부양이 나오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중 금리의 상승 효과를 제어해주기 위한 지원.. 이걸 Fed는 생각하는 겁니다. 재정과 결합된… 재정과 정책 공조가 되어 있는 통화 정책.. 이게 Fed가 꿈꾸는 통화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Fed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이 중요하다라고 하는 거죠… 재정과 붙어서 효과적으로 돈을 푸는 방식.. 위의 중국 케이스를 보면 점적관수 컨셉과 비슷하지 않나요?

 

오늘 얘기 또 길어지네요…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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