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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최근 반도체 관전 포인트

by sperantia 2020. 10. 22.

[반도체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제 페친 포스팅에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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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물어보는 사람이 간혹 있어 김에 작금의 반도체 판에 대한 관전포인트 끄적끄적. (주: 전체 트렌드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관심있어하는 포인트들이며 Fact는 없고 완전히 개인적인 주관만 있음.)

1. 반도체는 크게 보면 세가지다. 로직, 메모리, 아날로그. 대충 로직이 150조, 아날로그가 100조, 메모리가 130조 정도 보면 될 것 같다. 세가지는 완벽하게 특성이 다르다. 반도체 시장은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완전 성숙 시장이라고 여겨졌고, 글로벌 consolidation만 남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PC/모바일이 중심이 되던 이야기고, 2010년대 후반들어 클라우드가 폭발하고, IT가 세상 모든 산업을 잡아먹는게 가시화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성장 곡선에 접어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S curve이 초입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어디까지 갈거냐는 개별 시장과 별개로 관심사.

2. 세 시장 중에서는 우선 아날로그. 아날로그 반도체는 크게 세가지다. 센서, 전력, 통신. 반도체는 디지털 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상에 end-to-end가 디지털로 끝나는 건 없다. 심지어 디지털이라고 해도 그 전달은 아날로그일 수 밖에 없다. 점점 더 세상이 전기화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될수록 아날로그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이상하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시장을 구분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스템반도체라는 용어를 쓰면서 뭔가 아날로그는 그냥 잊혀져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에서 관심은 세가지.

(1) 과연 IOT로 대표되는 센서가 얼마나 더 많아질거냐. 센서 중에 압도적으로 majority는 흔히들 카메라 센서라고 불리는 CIS인데 소니가 1등, 삼성이 2등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성숙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으나 갑자기 스마트폰에 네개 다섯개씩 들어가기 시작하고, 자동차에도 여러 개씩 들어가고, CCTV 확산되면서 아직도 폭풍 성장 중이다. 망해가던 소니는 이거 하나로 역대 최고 실적을 찍었고, 삼성 시스템 LSI가 로직 반도체 만드는거 같지만 사실 돈은 다 이걸로 번다. 자동차던 뭐던 카메라는 더 많아질거고, 심지어 이번 아이폰을 보니 LIDAR와 비슷한 레이저센서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던데…

(2) 과연 아날로그에서의 파운드리화가 어떻게 될 거냐. 이 동네는 전통적으로 첫째 다품종 소량생산에 둘째 생산과 설계가 통합된 IDM 모델이었으나, 아마도 로직이 그랬던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파운드리와 팹리스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전력과 통신 모두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서 대량생산을 위해서 공정이 8인치 기반에서 12인치 기반으로 전환이 시작되었는데, TI같은 극소수의 선도업체들은 과감하게 12인치 투자를 할 수 있으나, 나머지 업체들에게 12인치는 차마 지를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다. 결국 TSMC처럼 누군가가 나서서 12인치 fab을 짓고 파운드리화를 드라이브하면 답이 나올거라는게 개인적 시나리오다. 과연 누가 이 짓을 저질러 줄것이냐...

(3) 화합물 반도체. 전기차, 5G 등으로 인해서 고전압, 고주파수가 필요해지면서 더 이상 실리콘 기반으로는 원하는 성능/효율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서 전력반도체와 통신반도체는 이제 SiC, GaN, GaAs같은 화합물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얼마전 쿠팡에서 USB-C 충전기 찾아보니까 이미 GaN기반이라는 걸 차별화포인트로 홍보도 하는 수준까지 확산이 되었더라.) 미국의 Cree를 필두로 시장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가 시작되었는데, 과연 이게 어디까지 갈거냐. 아직 시장의 예측은 진짜 잠재력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4) 한국은 사실 아날로그 파운드리와 화합물반도체는 질러볼만도 한테 제대로 나서는 업체가 없는게 꽤나 아쉽다. 둘 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지르는 회사가 글로벌에 많지도 않고 한국이 원래 잘하던 방식 – CAPEX 때려박아서 scale 지르고나서 공정은 엔지니어들의 trial and error 때려박기(=공밀레)가 잘 먹힐 거라고 생각해서 더 그렇다. 누구 하나 안질러주려나.. (삼성이나 SK는 여기까지 벌리는 건 안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LG가 지르면 딱일거 같은데 웬지 안할거 같고, 현대차는 여기까지는 생각이 안가는거 같다… 동부 같은데에만 맡겨두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동네다)

3. 메모리. 비싸지만 빠른 DRAM과 아주 싸지만 느리고 신뢰성 낮은 NAND 둘로 양극화가 이루어진 동네. 원래 DRAM만 달리다가 DRAM은 슬슬 갈데까지 간 느낌이고, NAND는 아직 한참 남았다.

(1) 중국은 이미 변수라기보다는 상수가 되어버린거 같다. NAND에서는 어쨌거나 YMTC는 진입은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고 봐야할 거 같다. 타이밍의 이슈일 뿐 최소한 저가 시장에서 미꾸라지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1~2%의 수급차이로 가격이 춤을 추는 commodity 시장에서 YMTC의 등장은 당분간 모든 NAND 사업자들에게 골치일거다. DRAM은 미국이 이미 제대로 훼방을 놓고 있기도 하고, 공정 측면에서의 난이도도 더 높아서 NAND보다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 더구나 싸기만 하면 느리고 내구성 꽝이어도 쓸 데가 있는 NAND와 DRAM은 좀 다르다.

(2) 그러면 궁금증은 NAND 시장. 시장 전체로는 아직 먹을게 많이 남았다. 전체 데이터도 커지는 데 경쟁상대인 HDD 잡아먹는 것만도 한참 더 남았다. (얼마나 빨리 HDD가 죽느냐/를 죽이느냐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사업적 관심사.)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많다. SK하이닉스의 Intel 인수가 터졌지만 이건 시작이다. 새로 꾸물대는 중국 YMTC까지 선수로 치면 아직도 여섯이서 치고 받는거고, 아마 넷으로 줄어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삼성 선두, WD/키옥시아 2위권, 인텔/하이닉스/마이크론 하위권에 있다가 갑자기 인텔/하이닉스가 2위로 치고 나갔으니 순식간에 혼자 지진아가 되어버린 마이크론은 뭔가 해야된다. 여기에 WD는 HDD와 NAND사업 사이에서 계속 헤매고 있고, 키옥시아는 PE인수 (딴거도 아니고 수십조 CAPEX 때려박는 메모리에서 PE play는 이상하다) 후에 투자가 아무래도 소극적이라 위태위태해 보인다. YMTC가 여기에 쪼금이라도 힘내는 순간 저 셋 중에 한둘 자빠지는 건 순식간일지도… (개인적으로는 몇 년 내에 마이크론이 WD(WD의 지금 NAND사업이 된 SANDISK의 창업자이자 CEO가 지금 마이크론 CEO다. 되사오고 싶을거야…)던 키옥시아(이미 마이크론은 일본 DRAM회사이던 ELPIDA를 합병한 경험도 있고, 지금 키옥시아의 주인은 미국의 사모펀드다. 상장 지연시켰지만 내년의 NAND시장상황은 올해 상반기보다 안좋을거라고 보면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정말 쫄리는 상황일거다.)던 합칠거다에 500원. DRAM이라는 명확한 수익처가 있는 마이크론과 달리 WD는 주력사업인 HDD는 죽어가고 있고, 키옥시아는 NAND 단일 사업이다.)

(3) 차세대 메모리. 비싼 DRAM과 싼 NAND 사이를 여러 layer로 쪼개서 좀 더 효율적으로 메모리/스토리지를 돌리겠다는 아이디어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제대로 된 첫 타자인 3D Xpoint도 아직은 빌빌. (개인적으로 인텔이 이거 혼자 먹겠다고 DDR-T 표준 안풀고 있는건 뻘짓이라 생각한다. 예전처럼 CPU 독점할 떄면 모를까, 먹힐 모델이 아니다. 더구나 붕어빵 빨리 싸게 막 찍어내는 cost/양산이 중요한 메모리 시장에서 인텔이 잘 할거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세상에 싸거나 빠르거나 장점이 명확히 있어야지 NAND보다 빠르지만 DRAM만큼은 아니고, DRAM보다 싸지만 NAND만큼은 아니다는 애매한 포지션이 major가 될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DRAM이 정말로 공정 한계에 처해서 더 이상 답이 없다가 되기 전까지 차세대 메모리가 진짜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서 메모리 시장에서 수십조 규모를 차지할 가능성은 최소한 앞으로 5년 안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그나마 변수라면 ARM이다. ARM이 서버시장에서 인텔을 엎고 싶다면 그건 단순한 성능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지금 인텔이 미움을 사는 이유 – 지맘대로 표준 정해버린 다음에 CPU안사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있는 – 를 제대로 해소시켜주는 업체가 등장해서 NVDIMM이던 SCM이던을 풀어주게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근데 그래봐야 niche일거고, 아마 2025까지는 안될거다에 500원건다.

4. 로직. 흔히 생각하는 시스템 반도체. 그냥 난장판. 예전에는 인텔이 혼자 다 먹고 있었고 무시무시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절반을 혼자 독식하고 있었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 인텔이 못했고 AMD나 NVIDIA가 잘했다라기보다는 가장 큰 driver는 아무래도 fabless와 foundry의 분화다. IDM모델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싶었던 인텔이 그냥 저 트렌드에 잡아먹혀버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1) 춘추전국시대. 과거의 컴퓨팅이 대부분 end device. 즉 PC나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면, 앞으로의 컴퓨팅의 핵심은 어쨌거나 데이터센터다. 클라우드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컴퓨팅은 이제 대부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페이스북이던 구글이던 넷플릭스던 end device가 보여주는건 단순한 웹페이지일 뿐이고, 그 뒤의 모든 컴퓨팅은 데이터센터가 한다. 조만간 end device에서 가장 큰 컴퓨팅을 요구하는 게임도 그렇게 될거다. 그러다보니 multi purpose의 기존 CPU 중심 컴퓨팅 아키텍쳐로는 몰아닥치는 컴퓨팅 파워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때맞춰 늦춰지는 무어의 법칙으로 컴퓨팅 파워의 공급증가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예전에야 그냥 똑 같은 CPU구조를 두고 그냥 무어의 법칙에만 맞겨놓으면 1.5년에 두배씩 쭉쭉 좋아지던 성능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해결책은 같은 프로세스 성능을 가지고 더 효과적으로 돌릴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전문화 분화다. 과거 CPU가 multi purpose였다고 하면 이제는 특정한 workload 별로 따로따로 전용의 반도체를 그 목적에 맞게 만들어서 CPU가 내지 못하는 효율을 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GPU를 시작으로 NPU, DPU 등등 xPU로의 찢어먹기가 시작되었다. 저 중에 어느 xPU가 의미있는 땅을 먹을 거냐. 그리고 누가 그 땅의 주인이 될거냐는 반도체 스타트업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는 주제다. (과거 인텔 혼자 100조 시장의 50조를 먹었지만, 당분간 그럴 업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5조에서 10조 매출 회사가 여러 개 생겨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큰 GPU도 20조가 채 되지 않고, AI processor는 아직 3조도 안된다. CPU를 AI 프로세서가 대체하는 게 아니고, CPU혼자 하던 것을 AI연산은 AI프로세서, 그래픽은 GPU, 네트워크는 SmartNIC, 스토리지는 DPU 뭐 이런 식으로 찢어먹는 구조가 될 거다. 그 와중에 CPU는 점점 쪼그라들게 될 거다.)

(2) 고객의 drive. 과거의 판은 반도체 업체 주도였다. 인텔이 만들어 주는 옵션 외의 옵션은 생각할 수 없었다. In memory DB 돌리려고 DRAM 더꼽으려 해도 인텔이 정해준 DIMM slot 숫자를 넘길 수 없고 메모리 더 필요한 이유로 필요도 없는 CPU를 더 사야만 했다. 예전에야 끌려다녔지만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더구나 무어의 법칙과 함께 둔화된 혁신속도는 미친듯이 달려가는 수요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은 이제 직접 나서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플만 그러는게 아니다. 이미 Amazon은 ARM 기반으로 CPU, AI processor 모두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자기 데이터센터에서 돌리고 있고, Google의 TPU는 이미 유명하다. 그리고 Tesla도 이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다(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고객, 근데 반도체는 전혀 모르고 SW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고객들이 직접 만드는 반도체가 잘 나올까?
그 뿐이 아니다. 사실 반도체를 application specific / domain specific하게 만드려다 보니 실제 고객에 customize하는 방향이 답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반도체까지 하는 건 극소수의 luxury고, 이제 반도체를 어떻게 고객에게 쉽게 customize해주느냐의 platform 모델을 이야기하는 업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덩치 좀 있는 애들 중에서는 Marvell이 선도고, 아예 RISC-V의 창시자 SiFive는 회사 세울때부터의 비전이 이거다. 기존 반도체 업체들에 짜증이 나버린 고객들에게 그 옆에서 반도체 전문성을 가지고 이를 대신해주겠다는 customized ASIC이 어디까지 갈거냐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3) ARM 그리고 RISC-V. 저전력에 비교적 낮은 성능이면 되던 MPU시장의 경쟁자 중 하나였다가 PDA Newton을 통해 애플의 간택을 받으면서 제대로 성장하게 된 ARM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히면서 그야말로 신화가 되었다. (1) TSMC와 삼성이 경쟁하면서 공정을 미친듯이 달려준 덕택에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될 수 있었고 (2) 이러한 성능향상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실행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범위가 커지고 (3) 이를 통해 세상의 컴퓨팅 수요를 쭉쭉 빨아당기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 다시 (1) 이 큰 시장에 삘받은 TSMC와 삼성이 공정 폭주로 cycle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X86의 왕좌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ARM은 이제 본격적으로 X86을 노리고 달린다. 이미 애플은 자사 PC에서 곧 X86을 버리고 자신의 ARM프로세서로 간다고 결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계속 ARM간을 보고 있다. 더구나 핵심적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CPU의 힘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건, 거꾸로 ARM 입장에서 X86 밀어내기 쉬워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몇 년 전 퀄컴이 야심차게 ARM기반 서버프로세서 도전했다가 쫄딱 망했지만, 그건 CPU가 굳건하게 왕좌를 갖고 있을 때였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ARM도 지금까지처럼 쭉쭉 치고나가기엔 힘이 빠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 궤도를 이탈해버렸다. 공정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지만 차세대 공정에 들어가야하는 CAPEX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개선되는 성능은 marginal해지고 있다. 거의 다 따라붙어서 추월하기 직전 상황에서 공정이라는 제일 큰 연료가 떨어져가는데 과연 X86을 추월할 수 있을 거냐....
여기에 NVIDIA가 샀다는건 불확실성을 더 늘려버렸다. 그 옆에서 RISC-V가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RISC-V는 오픈소스 ISA다. ISA라는건 프로세서의 명령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X86이나 ARM같은 ISA에 맞추어 그 표준화된 명령어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프로세서를 만들어야 그 위에서 이를 기반으로 짜 놓은 SW가 돌아간다. CISC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X86, 뭔가 공정에 의존하는 사골 RISC인 ARM을 대체하기 위해서 RISC라는 개념 자체를 창시한 David Patterson 교수가 가장 이상적인 RISC ISA를 생각하여 만들어낸 ISA가 RISC-V(다섯번 고친 물건이라 보면 될 듯)고, 이 쿨하신 대머리 교수님은 이걸 그냥 오픈소스로 공개해버렸다. 효율적이고 날씬한 ISA인데가 오픈소스니 자유도도 높다. 때마침 ARM이 라이선스를 올려받기 시작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던 타이밍, 그리고 다들 뭔가 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어 보겠다던 타이밍에 때맞추어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도체 독립을 생각하는 중국과 인도 입장에서는 이만한 선물이 없다. 더구나 ARM은 이제 NVIDIA 소유라 다른 고객들은 신경이 쓰일 상황. 물론 현 시점에서는 SW 에코시스템 측면에서는 갈길이 멀어서 embedded 말고는 쓰기가 애매하지만 NVIDIA가 뭔가 애매한 의사결정 하나만 잘못 내리면 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NVIDIA에 열받은 누군가가 마치 애플이 ARM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키다리아저씨 역할만 해준다면 상황은 알수없이 흘러갈 수도 있다.

(4) TSMC vs. 삼성. 지금 반도체 판에서 가장 성공한 업체가 누구냐고 하면 이건 TSMC다. 이 광대한 logic 반도체 판에서 인텔의 설계-제조 통합 왕국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린 건 TSMC의 공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삼성의 역할을 뺴놓을 수 없다. 과연 삼성이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대등한 경쟁자까지 올라설 수 있을 거냐는 단순히 삼성만이 아니고 전체 반도체 판에서도 중요하다. AMD를 보라. 현재 TSMC의 최첨단 공정의 고객은 아마도 1순위 애플, 2순위 AMD, 3순위 NVIDIA. 여기에 인텔이 TSMC에 공정을 맡기기 시작하면 TSMC 입장에서 capa가 모자르다. 애플이 삼성으로 넘어갈 이유는 없어보이고, AMD도 마찬가지. 내가 비켜주면 인텔이 들어올게 뻔하다. AMD의 승리는 TSMC덕인데 이걸 인텔한테 양보하는 바보짓은 안할거 같다. (개인적으로 인텔이 IDM을 유지하기에는 임계점이 넘어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아직 인텔의 10nm가 사실은 TSMC의 7nm보다 좋네 안좋네 말이 있지만, 만약 원가로 비교한다면 TSMC(+삼성)이 인텔보다 압도적으로 싸다에는 500원 말고 1000원도 걸수 있다.). 그럼 진짜 질문은 과연 NVIDIA와 인텔이 삼성 손을 잡을거냐다. 거꾸로 삼성이 이 둘 중에 하나를 데리고 와서 이들의 main foundry가 될 수 있느냐가 관전거리. NVIDIA가 과연 어디까지 갈거냐와 삼성이 그걸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거냐. 그리고 진짜진짜 인텔이 삼성 손을 잡는 날이 올까?? @_@

대충 이정도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꼭지들. 적고나니 2010년에 냈던 책 개정판 쓰고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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