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반짝반짝 화려하던 지난 연말, 나는 안락하게 집에서 시상식을 보며 한 해 를 마무리했다.
누가 받는 별 감흥 없이 귤이나 까먹고 있다가 어느 연예인의 수상 소감에 문득 귀가 뜨였다.
조금은 도취된 듯한 그 연예인은 '내가 가장 미안한 존재는, 내가 믿어주지 않았던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뭉근하게 아파왔다. 나는 내 자신을 얼마만큼 믿고 응원해줬을까?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것의 반의반만큼이라도 나는 나를 믿어주었을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성적을 올린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관한 실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무작위로 몇몇 아이들을 지정해 그들이 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이야기를 해주자, 실제로 그 아이들의 성적이 올랐다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근거도 없이 단순히 이야기만 해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딱히 근거 없이 믿어주기만 해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데, 그게 뭐 어려워서 안했던 걸까? 사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안는 이유로, 스스로를 정말 못 미더워했다. 나는 집중력이 족서, 나는 수학을 못서, 나는 게을러서, 나는 말주변이 없어서.... 등등. 우리는 수많은 근거를 들어며 아주 논리적고 체계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불신하지 않았던가?
그치, 맞지, 그랬지
내 남편은 허무맹랑한 말장난을 잘한다. 뜬금없이 웬 남편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다 관련이 있다. 작년 가을, 시조카 2호가 탄생해서 시댁에 갔는데, 꼬물꼬물 젖병을 문 아기를 지켜보던 남편이 또 얼토당토않은 말장난을 했다. 본인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던가? 입가에 미세한 진동도 오지 않는 이 말장난에 반응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바로 시어머니... '그치, 맞지, 우리 OO이는 그랬지!' 아, 내 남편의 이상한 유머 감각을 만든 분이.... 아.... 하는 한탄이 드는 한편, 남편이 못 견디게 부러웠다. 남편의 튼튼한 내면은 아마 깊이 신뢰받고, 인정받아온 지난 시간들에서 비롯되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을 되돌려 하고 싶은 일, 비트코인?
나는 요즘 비슷한 꿈을 자주 꾼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하던 때로 돌아간 꿈다. 내 장래희망이 무엇이라고 말해도, 무엇을 새로 하고 싶다 말해도 너무 늦었다는 걱정과 핀잔 대신 기꺼운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그리웠던 것 같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선 새로이 꿈을 꾼다고 주변에 선뜻 밝히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게 온전한 응원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이는 결국 나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더욱 뼛속 깊이 깨닫는다. 내 나이가 몇이고 내 상황이 어떻든 간에 관계없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비논리적인 응원, 그 속에서는 내가 지금 이룬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고 열망하는 것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들이 나를, 그리고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킬지 기대하고 상상한다. 그것은 분명 기분 좋고 벅차고 언제나 10대처럼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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