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내게 일어난 사실 그 자체가 아니고 그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 것을, 대단해 보였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내심 나만의 그림자는 유독 고독하고 길게 늘어져 있지, 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네 하는 자기 객관화도 됐다.
누구든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하나같이 두려워하고 흔들리며 걷는다. 다만 멀쩡해 보이게 관리할 뿐,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릴 정도로 남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모를 뿐이다.
...책 읽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뷰집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곤 한다. 인터뷰는 진행자가 세심하게 기승전결을 맞춰 질문을 던진 뒤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해 재구성해주는 것이라 쉽게 읽을 수 있다.
...인터뷰를 읽는 대신 영상을 보는 건 어떠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화면을 통해서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질문자가 이끄는 대화 방향과 강도 조절을 보는 맛,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기 어렵다. 영상으로 보는 인터뷰는 대개 외모가 주는 분위기, 목소리와 표정 위주의 비언어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기에.
...궁금한 것을 깊이 있게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이 적은 청년에게, 내가 예전에 그랬듯 간접경험으로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말해줄 것이다. 특히 책 읽는 재미를 잘 못 느낀다는 사람에게 보다 생생하게 쓰인 인터뷰집을 추천한다. 말과 글의 중간에 있는 언어로 쓰인 책을 완독하는 경험을 해보면, 이를 통해 책을 읽는 경험이 곧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 어려운 문장과 사유가 있는 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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