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의 첫 날인데요… 날씨가 다소 꿀꿀한 듯 합니다. 한참 비가 오지 않았는데… 하필.. 꿀꿀한 날씨만큼.. 최근 마켓을 보면서 몇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냥 편하게 한 번 끄적여보겠습니다. 우선 국제 유가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급락이 본격화된 것이 3월 2주차 부터였죠. 당시 3월 6일인가.. 7일인가.. 일요일이었는데요… 러시아가 감산 공조에서 이탈하겠다는 선언을 해버렸고 사우디 역시.. 아.. 노답.. 이라고 말하면서 증산을 선언했던 때였답니다. 이게 참 사연이 깊은데요… 사우디와 러시아는 국제 유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 공조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왠 떡이냐.. 하면서.. 그 틈을 미국 셰일 기업들이 증산을 하면서 파고 들었던 겁니다. 가뜩이나 짜증이 이빠이 나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요 급감의 리스크가 커지기 시작했던 거죠. 공급은 줄지 않는데… 수요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니 국제 유가가 급전 직하 모드로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당시 강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배럴 당 50불 선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죠.
감산 공조로 인한 유가 급락은 미국 셰일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셰일 기업들의 정크 등급 채권이 문제가 있다… 라는 얘기가 나오죠. 분위기가 안좋은데 정크 본드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터져나오자 정크 본드 시장 전체에 대한 우려가 커집니다. 그러면서 주식, 회사채 할 것 없이 모조리 녹아내리는 패닉장이 연출되었던 겁니다. 네.. 코로나로 인해 시장이 휘청이고 있는데.. 감산 공조마저 무너지면서 유가를 잡아주는 지지대가 사라지자 유가가 자유낙하를 했던 것이.. 회사채 시장을 건드리면서 패닉을 더욱 더 키웠던 겁니다.
국제 유가는 지난 5월 이후 감산 공조의 연장 등으로 인해 바닥을 형성한 후 수개월 때 무슨 삔꽂아놓은 것처럼 배럴 당 40불 선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죠. 그런데요… 참.. 이게 무서운 겁니다. 국제 유가가 저 정도 레벨에서 안정되기 시작하면… 그 동안은 유가가 널뛰니까.. 괜히 생산했다가 유가 빠져서 손실나는 게 두렵다보니.. 원유 생산을 안하던 미국 셰일 기업들도요… 한동안 40불 수준에서 안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제 슬슬 원유 공급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전일 이런 기사가 나오죠.
“미국의 원유시추공 수 증가세도 유가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원유정보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번주 원유시추공 수는 10개 늘어난 221개를 기록해, 6주 연속 증가했다. OCBC의 호위 리 이코노미스트는 "매도 압박이 다시 쌓이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와중에 또 다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봉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스1, 20. 10. 31)
네.. 다시금 스물 스물 미국에서 원유 시추가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이러면 감산 공조를 하면서 간신히 제 살 깎아먹기로 버티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깊은 빡침을 느끼게 되겠죠. 여기에 리비아가 원유 공급을 재개했습니다. 이들의 원유 공급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감산 공조에는 룰이라는 게 있죠.. 더 생산하고 싶어도 생산을 하지 못하도록 약속한 것인데.. 한 국가가 마구잡이로 원유 생산을 늘리면 이런 얘기가 나올 겁니다. “저 친구는 도대체 뭥미??”라구요.. 리비아나 미국 셰일 업체는 아무런 제한없이 원유 공급 늘려서 돈 벌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여기서 감산 공조를 하는 건가.. 라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겠죠.
하나 더… 워낙 많은 분들이 미 대선 시나리오를 얘기하셔서 중언부언이 될 수 있지만..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된다면…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좋을 것이라는 얘기가 중론인 듯 합니다. 그럼 전통 에너지 기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하나 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정 수준 완화하면서 이란의 원유 공급 재개가 시작되었답니다. 이란의 원유 공급 재개는 15~16년을 거치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 가스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는데 일조를 했죠. 글쎄요… 현실화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이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런 시나리오 역시 우려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최근 보다 변동성이 높아지는 국제 유가와 자원 부국의 주가 및 환율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국제 유가의 하락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약한 고리인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 Fed는 지난 3월 말에 포드를 비롯한 fallen angel의 회사채 역시 매입해줄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회사채 매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금은 CCF라고 하죠.. 그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도 거의 중단 상태입니다… 예전에 에세이에서도 다루었지만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CCF프로그램의 집행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고… 이 돈을 차라리 다른 재정 지원책으로 활용하는게 낫다라는 얘기까지 했었죠. Fed의 회사채 매입이라는 방어막이 약해진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재차 하락하는 그림이 나오면… 정크 본드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지금 미국 기업의 부채는 코로나 이전 시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가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유가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재수없는 얘기만 골라한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겠지만.. 리스크 관리라는 것은요.. 가능성이 낮아도 항상 경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유에 대한 말씀을 드렸구요.. 다음은 위안화 환율입니다.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의 절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역시 급격한 달러의 절하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죠. 네… 보통 시장이 살짝 흔들리면 우리 새가슴 Fed는 시장에 들어와서 엄청난 돈을 뿌리곤 했는데요… 이번에는 그런 스탠스는 아닌 듯 합니다. 효과없는 달러 살포는 달러 가치의 급락을 부를 뿐이죠. 그리고 Fed가 쓸 수 있는 총알을 의미없이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신중 모드죠.. 달러를 마구 살포하지 않는 않으니 달러 공급이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가 꺾일 겁니다.
위안화 파트를 말씀드리죠. 그냥 시장에서 나오는 논리는.. 이미 위안화는 달나라에 가 있답니다. 달러는 절하될 수 밖에 없고.. 위안화는 절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죠. 환율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것이… 이렇게 당연스러워도 조절이 되곤 한다는 겁니다.
올해 상당한 달러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었다고 하죠. 그런데.. 위안화 절상은 지난 9월 이후에나 본격화되었답니다. 그럼 그 이전에는 환율이 왜 바뀌지 않았을까… 중국으로 달러가 유입됩니다. 그럼 달러 공급이 늘어나니..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위안화 가치는 상승하게 되겠죠. 달러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누가 달러를 사남… 이라는 반문이 무색하게… 중국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면 됩니다. 큰 손이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 대가로 위안화를 뿌리죠. 그럼 위안화 공급이 늘면서.. 그리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강세가 주춤해질 수 있답니다.
그럼 외환 당국이 사들인 달러는 어디로 가는가… 바로 외환 보유고에 가서 쌓이게 되는 겁니다. 그럼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늘어날 겁니다. 가뜩이나 돈이 들어오는 중국인데.. 거기에 외환보유고까지… 많아집니다. 그냥 돈도 잘 버는데 모아둔 것도 많아지는 거죠. 그럼 중국의 대외신인도가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럼 중국으로 더 많은 자금이 몰릴 수 있죠… 하나 더.. 다들 어렵게 사시는데.. 중국만 외환보유고가 늘어납니다. 그럼 견제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박이 매우 매우 강하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습니다. G20에서 2010년부터 계속해서 중국의 무역 흑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3.1조 달러)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이슈가 될 수 있겠죠.
자.. 여기까지 정리하면 중국은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달러를 사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게 부담스러울 수 있죠. 그런데 신기한 것이 지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수개월째 그리 큰 폭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달러가 그대로 중국에서 소화가 되고 있는 것인가.. 라고 고민하는데.. 이런 기사를 보게 되죠.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이상하리만큼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중국 외환보유고는 단 1% 상승했다. 인민은행은 시장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인다. 당국은 정기적으로 ‘위안화 수요와 공급이 기본적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아함을 부른다. 중국에 거대한 해외 자본이 유입되는데, 외환보유고가 늘지 않고도 어떻게 위안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가지 가능한 설명은 중국 일반 은행들의 재무제표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은행권의 순외환자산은 올해 4월 이후 1250억 달러 급증했다. 중국 대형 은행들은 국가 소유다. 따라서 당국이 은행을 대리자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가설이 가능하다는 것. 은행권의 외화 자산을 당국의 공식 외환보유고에 더한 그래프를 보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리누르기 위해 은밀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내일신문, 20. 10. 30)
이 기사를 읽다가 많은 생각이 교차했는데요… 결국 중국 당국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시중 대형 은행들.. 즉 국영 은행이 나서서 달러를 사들여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게 달러의 급격한 하락 & 위안화의 빠른 절상을 막아왔다는 거죠… 이렇게 막아도.. 워낙 유입이 강해지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위안화 강세가 빠르게 나타난 것이 지난 9월인데… 최근 나온 이 기사를 보시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국 주요 국영은행들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복수의 트레이더에 따르면, 중국 국영은행들은 위안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심야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통화 당국이 위안화 가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뉴스1, 20. 10. 29)
네.. 중국의 시중 은행들이 달러를 마구 사들이고 있죠. 이들이 달러를 사들이게 되면 환율 방어를 할 수 있구요… 중국 자체의 외환보유고가 늘지 않으니… 당국이 강한 환율 방어를 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듯 합니다. 당국이 환율 방어를 할 필요가 없다면… 시장(?)이 알아서 환율 방어를 잘해준다면 중국 당국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겠죠.
위안화는 고시 환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침에 중국 외환 시장이 오픈을 할 때 고시를 하는 기준환율과 같은 건데요… 이게 당일 환율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어주곤 하죠. 이걸 결정할 때는 전일 환율의 종가.. 즉 어제 환율이 얼마로 끝났는지를 보구요… 여기에 시중 은행들에서 제출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환율을 결정합니다. 앗.. 거기에 마지막으로 중국 당국이 역주기 요소라는 공개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서 마사지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중은행이 다 해준다면… 다 해주고… 결과만 잘~~ 보고를 해준다면… 굳이 국제 사회에서 환율 방어한다는 비난을 사는 ‘역주기 요소’를 적용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럼 역주기 요소를 배제해도 큰 문제가 없겠죠.
네.. 정리합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속도 조절을 하고 싶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절상을 위해 속도 조절하는 것에 대해서는 G20 등의 견제가 크지 않습니다. 수출로 먹고 살겠다는 데 대한 견제가 큰 것인데…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겠다는 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못본 척 하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는 속도 조절에 대해서는 견제구가 날아올 수 있겠죠. 가뜩이나 지금 미국 대선 이후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된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전세계적인 저성장으로 환율 전쟁을 하고 있는 이 국면에서 더욱 민감할 겁니다.
여기에 이렇게 던지는 거죠. 우리는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역주기 요소를 제거한다~ 라구요.. 그럼 시중은행들이 보고하는 환율을 가중평균해서… 기준 환율을 고시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시중은행은 국영은행들인가요?^^ 네.. 위의 로이터 인용 기사를 보면 열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네요.. 이렇게 되면 중국 당국이 보이지 않는 환율 방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네.. 위안화 절상의 속도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럼 위안화가 절상되지 않으면…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하는 의문에 봉착하게 되죠. 답은요.. 누군가가 팔면 누군가는 사줘야 합니다. 팔려는 쪽을 자국 통화 절하를.. 사려는 쪽은 자국 통화 절상을 받아들여야 하죠. 일단 유로존은 적어도 이번에 추가 양적완화 얘기를 시사하면서 사실 상 자국 통화 절상을 거부한 것이구요…(우리는 부담스러워서 절대 안되용~~)… 중국 역시.. 부담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미국의 수요가 위축되는 경우… 그 수요가 줄어든 만큼을 메워주는 국가가 없는 거죠.. 이게 제가 계속해서 고민하는 글로벌 수요 공백 리스크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의 수요가 빠르게 올라와서 메워줄 수 없다면… 미국의 수요가 버텨줘야 하는 거쟎아요? 미국의 수요가 위축되지 않고 버티려면… Fed의 돈 풀기가 중요할 겁니다. 그런데 Fed는 지금 그로기 상태에 있는 분위기죠. 그러면서 재무부를 보면서 재정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말하고 있습니다.
네… 마지막으로 하고 있는 고민이 추가 부양책입니다. 시장의 심리라는 것이 참 무서운데요.. Fed가 사주니까 자산 가격은 영원히 오를 것이다.. 라는 Fed에 대한 강한 믿음이… 한 순간에 실망으로 바뀔 수 있죠. Fed가 국채를 조금씩 더 매입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시장이 느끼는 Fed에 대한 신뢰가 다소 흔들리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팬데믹 공포가 커지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지난 3월 코로나보다 더 두려웠던 것이 Fed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무력감이었죠. 저 정도 돈을 때려부었는데도 해결이 안되는데.. 더 할 수 있는 게 있나.. 라는 질문과… 그거 지난 번에 했는데 효과 없었쟎아.. 라는 반론…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겠죠.. 네.. 재정 정책이 시급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주말 에세이가 무슨 호러물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네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런 저런 리스크가 있다…라는 관점에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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