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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17

by sperantia 2020. 12. 18.

오늘 새벽에 FOMC가 있었죠.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요… QE규모를 늘릴 것이다… 아니다.. QE규모보다는 매입하는 채권의 만기를 길게 가져갈 것 같다.. 아니다.. 둘 다 해줄 거다.. 아니다.. QE규모를 줄이면서 채권 만기를 늘리는 전략을 쓸 거다… 아니다.. 둘 다 안하고 가이드라인만 줄 것이다… 등.. 정말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요.. 일단 우리 파월 형님은 꿋꿋하게 이런 시장의 반응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아무 말씀없이 지나갔습니다. 네.. Fed는 확실히 느끼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통화 완화를 하는 것이.. 효과도 크지 않구요… 오히려 자산 가격 급등의 부작용을 훨씬 더 키워준다라는 것을요..

 

Fed는 적어도 지난 5월 이후부터는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을 채워주지는 않은 듯 합니다. 물론 매월 1200억 달러 수준의 양적완화는 이어가고 있지만(계속 돈을 뿌려는 준다는 거죠) 그 이외에 나올 수 있는 추가 부양 패키지에 대해서는 말로는 할 것처럼 하다가 아무 것도 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회사채 매입의 경우 7500억 달러 한도잡아놓고 화끈하게 쏠 것처럼 하다가 200억 달러 사고 종쳐버렸죠. YCC도 테이블 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를 해놓고는 뭐.. 아직은 할 거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 덮어버렸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단칼에 잘라버렸구요.. 평균 물가 목표제의 경우는 참을 수 없이 애매모호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시장이 ‘이건 뭥미…??’라고 느끼게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이번 QE 추가 확대 역시… 소문만 무성하게 만들어놓고는 별 다른 진전없이 지나가고 있죠. 네.. 통화 정책을 추가로 늘릴 수도 없고 늘리지 않을 수도 없으니.. 할 것처럼 하면서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스탠스로 일관하는 모습이 이번 FOMC에서도 이어진 겁니다.

 

지난 8월 말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던 시기를 전후해서 금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죠. 다양한 추가 완화가 나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큰 데.. 계속해서 그 기대를 찍어 눌러버렸으니… Fed 정책에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반응하는 금 가격이 눌리는 것을 보면… 그리고 10년 국채 기준으로 0.6~0.8% 밴드에서 벗어나 현재는 0.9%수준으로 금리가 올라와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통화 정책 사이드에서의 변화가 시장에 사알짝 반영된 것은 맞는 듯 합니다.

 

그럼 자산 시장 전반에서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런 정책 발표에 실망을 해야할텐데… 그저 뜨뜨미지근한 수준입니다. 아마 Fed가 이걸 원했던 거겠죠… Fed의 정책에 환호를 하지도.. 실망을 하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뜨뜨미지근한 레벨..ㅎㅎ .. 이거 뭐.. 좋은 거야.. 안좋은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매한 그런 거죠. 다만 오늘 하루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지만 지난 10월 이후 Fed의 별다른 지원 없이도 엄청난 속도로 상승한 주식 시장을 생각하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럼 유동성 지원없이 어떻게 오를 수 있었을까.. 라는 거겠죠..

 

우선 가장 먼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통화 정책 사이드의 지원 뿐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라는 겁니다. 재정 정책이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달러 약세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빠른 속도로 팽창할 것이라는 기대감… 백신이 나와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요인들이겠죠.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모든 호재의 뒤에는 그 단어가 붙어있습니다. 바로 ‘기대감’이라는 단어죠…

 

다음으로 통화 정책 자체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시장은 Fed가 어떤 친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일 FOMC 결과 나오기 전에… 전문가 그룹에서 FOMC 결과 전망한 인터뷰를 인용해봅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터 글로벌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는 ‘결국 그들은 완화적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관건은 그들이 완화적에서 그칠 것이냐 아니면 초완화적 태도를 보일 것이냐다. 그에 따라 그들이 만기를 연장할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이더 CIO는 ‘연준이 그것을 언제할지, 즉 이번 회의나 혹은 다음에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결국) 그것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0. 12 .16)

 

 

지금 돈을 풀어주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거죠. 왜냐구요.. 결국 그들(Fed)은 돈을 풀어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이게 시장이 Fed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죠. 지금 주나 나중에 주나.. 결국 준다.. 지금 안준다고 쫄아서 자산 시장에서 나오는 건 쫄보들의 행동일 뿐… 이라는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는 겁니다. 비슷한 맥락의 글을 하나 더 인용하죠. 읽어보시죠.

 

 

“월가 전문가들은 15일 미국 정치권이 결국은 신규 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이란 기대를 표했다. 내셔널 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백신 뉴스와 바이러스 뉴스 사이의 줄다리기가 있으며,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도록 균형을 깰 타이브레이커는 부양책 타결 가능성이라면서 테이블에 오른 것 중 하나는 분명히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0. 12 .16)

 

 

네.. 이번에는 신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전망이죠. 뭐든 나온다.. 라는 생각입니다. 오늘 나오건 내일 나오건 아무런 문제 될 것 없다.. 왜냐.. 결국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라는 얘기겠죠. 이런 낙관의 기대는 통화 및 재정 정책에서만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전망 역시 비슷합니다. 지금 저렇게 삐걱거리는 것은 벼랑끝 전술일 뿐 결국은 어떻게든 타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신이 나왔기에… 이번 코로나 사태도 결!국!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 겁니다. 혹시.. 지금까지 드렸던 말씀 중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단어가 뭔지 감이 오시나요? ㅎㅎ 네.. “결!국!은!”이라는 단어죠.

 

‘기대감’과 ‘결국은’이라는 두가지 단어… 이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상당히 강한 동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금융 위기 이후 12년 동안 Fed를 비롯한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장이 무너질 때 결국은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극단적인 완화 정책을 도입해왔죠. 그런 학습 효과가 이제는 단지 금융 시장의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마음 속에도 깊이 박힌 겁니다. 그럼 시장은 자산을 팔지 않고 이렇게 기다리게 되죠.. “Buy the Dip!(밀림 사자)”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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