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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16

by sperantia 2020. 12. 17.

올해는 워낙에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질문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 해에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죠. 왜 유럽 채권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임에도 독일이나 프랑스 국채를 사들이는 거냐.. 라는 거였습니다. 네.. 얼핏 이해가 되지 않죠. 이런 채권을 사들이게 되면 채권 만기가 되었을 때 손실이 날 것이 뻔한데 왜 여기에 돈을 묻을까..

 

이런 거겠죠. 첫째.. 연기금이나 은행과 같이 화끈한 주식을 사기가 어려워… 안정적인.. 아주 아주 안정적인 채권을 살 수 밖에 없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 이들은 국채를 사들이고 싶어하는데… 그런 국채들의 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라는 것이죠..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요… 그냥 마이너스.. 이런 얘기를 모두 제외하구요… 그냥 채권 가격이 너무 너무 비싸다라는… 채권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그런 얘기가 됩니다. 그래도.. 그렇게 비싼 걸 어케 사니.. 라는 얘기가 나올 텐데요.. 여기서 둘째가 나옵니다.

 

바로 유럽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유럽 국채를 사주는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간다는 것이 두번째죠. 아무리 비싸도…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정해지지 않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유럽 중앙은행과 같은 공신력 있는… 믿을만한 곳이 대량으로 더 비싸게 사줄 것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비싼 국채라도 사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ECB가 뒤에서 보다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확신… 그게 바로 마이너스 금리에도 국채를 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갑자기 이런 관심 밖의 얘기를 왜 하는지… 이런 생각이 드실 텐데요… 그냥 이런 비유를 들어보죠. 삼성전자 주식하고… ㈜홍길동 주식이 있습니다. 둘 중 삼전 주식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홍길동이야 말로 듣보잡…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 거죠. 그런데요… 와… ECB가 겁나 비싼 가격에 계속해서 ㈜홍길동 주식을 계속해서 사줄 것이라고 공언을 합니다. 그럼 ㈜홍길동이 뭐하는 회사인지… 지난 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CEO가 어느 분이신지.. 그리고 현재 주가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기업 탐방을 다녀왔는지.. 이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죠. 그냥 사면 됩니다. 그리고 ECB에게 팔아버리면 되겠죠. 이렇게 되면 삼전보다 ㈜홍길동의 인기가 높아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비슷한 일이 무제한 양적완화와 회사채까지 사들이는 질적 완화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인용하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본 회사채 시장에서 특정 채권의 인기가 과열되는 왜곡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일본은행 매수 대상이 되는 회사채를 사들여 중앙은행에 파는 '일본은행 트레이드'가 성행하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회사채 금리를 누르려는 일본은행의 목적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의 신용도나 금리 수준이 아닌 일본은행 매입 여부에 따라 회사채가 선별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연합인포맥스, 20. 12. 14)

 

 

음… 여기까지 일단 컷하고 읽어보면… 일본 은행이 채권을 많이 사들이니까요.. 일본 은행(BOJ)가 사들이겠다고 하는 회사채가 인기를 끄는 겁니다. BOJ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이기에… 미리 그런 대상이 되는 회사채를 사는 거죠. 그 회사채가 어떤 기업이 발행한 건지…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사서… BOJ에게 팔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기업의 신용도나 금리 수준이 중요하지 않다.. 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가죠.

“지난 11일 한 회사채 펀드 매니저는 어느 채권에 투자할지 저울질했다. NTT파이낸스가 이날 발행 조건을 결정한 5년물은 금리가 0.18%에다 신용등급도 AAA로 높았다. 다른 하나는 혼다파이낸스가 이날 발행한 채권으로 NTT파이낸스 채권보다 신용등급도, 수익률도 뒤떨어졌다. 보통이라면 전자 채권을 선택하겠지만 이 매니저가 실제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연합인포맥스)

 

 

NTT 채권의 조건이 훨씬 더 좋은데요… 상식적으로 투자하면 당연히 NTT의 회사채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 매니져는 혼다의 채권을 사들였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뒤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그는 "보통이라면 이렇게 판단하지 않겠지만 일본은행이 21일 회사채 매수 오퍼레이션에서 높게 매수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혼다파이낸스 채권을 선택했다)"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금융완화 조치로 지난 5월부터 잔존만기 3년 초과·5년 이하 회사채를 매월 약 2천억엔 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일정한 신용도를 충족하는 기업으로, 한 기업당 상한액이 발행 잔고의 30%, 혹은 3천억엔으로 결정됐다. NTT파이낸스는 일본 내 최초로 1조엔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만큼 일본은행 매입 상한선에 걸리기 쉽다고 매체는 전했다.”(연합인포맥스)

 

 

답이 나왔죠? 일단 저는 이 기사 전체의 핵심은요… 그 매니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라는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표현이죠..ㅎㅎ 애니웨이.. 부연 설명을 조금 더 드리면.. BOJ가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는데요… 한 기업 회사채만 집중적으로 사주지는 않죠.. 이 회사 많이 사주면.. 다른 회사의 회사채도 사주고.. 이러는 겁니다. 더 좋다고 하는 NTT의 회사채는 이미 많이 사주었기에.. BOJ가 더 사주기 어렵다고 보는 겁니다. 반면 혼다 파이낸스의 채권은 얼마든지 더 사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거죠. 네.. NTT가 혼다보다 더 좋다… 채권 가격이나 건전성을 봤을 때 NTT의 채권을 사는 것이 좋다.. 라는 상식은 여기서 통하지 않습니다. 혼다의 채권을 사들여야 하죠. 왜? BOJ가 사줄 거니까요… 마무리 부분을 이어갑니다.

“이어 신문은 일본은행의 매수가 진행될 때마다 대상 채권이 감소해 수급이 빡빡해지고, 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매입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판매자인 투자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 트레이드에 열을 올리고 있다.(중략)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의 가격형성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합인포맥스)

 

 

일본은행 트레이드라는 말이 나오죠. 그냥 이렇게 보시면 되요… 회사채를 사들이는 이유가.. 투자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니구요… 그냥 사는 겁니다. 사고 난 다음에… 더 비싼 가격에 바로 팔아버리는 거죠. 누구에게? 네.. BOJ에게 팔아넘기는 그런 구조입니다. 그러니… 투자의 개념보다는 일본은행 트레이드가 성행한다.. 라는 말이 나오는 거겠죠.. 이렇게 되면… 회사채 가격 형성 기능이 손상된다고 하는 이유… 가격이나 신용도나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라는 얘기가 마지막에 나오는데요..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허리 치료를 할 때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의사의 조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논리는 간단하죠. 진통제 많이 먹으면 아파도.. 느낌이 없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라고.. 그리고 나중에 계속 먹어야 한다고… 그런 얘기였죠… 이런 얘기가 지금 떠오르는 이유… BOJ의 진통제가 너무 강하다보니… 신체.. 아니 시장의 기능 자체가 바뀌게 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앙은행이 언제까지 이런 부양책을 이어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있죠. 혹시 대마불사라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자산 시장이 이렇게 커졌으니.. 이걸 깨뜨리는 게 훨씬 더 큰 부담을 주게 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거대 금융 기관의 파산을 용인하면 클난다라는 컨셉에서 대마불사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제는 자산 시장이 너무 팽창해서… 이게 터졌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크니.. 이걸 무너뜨릴 수 없다라는 개념에서… 대마불사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말은 안해도 아주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거겠죠… ㅎㅎ 오늘은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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