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참 명목 금리, 실질 금리… 이런 얘길 한참 해드렸는데요… 이게 참 이해가 잘 안되실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주셔서… 음슴체로 정리를 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1. Fed는 기본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 인하하는 방식으로 통화 정책을 수행하고 있음.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에는 양적완화라는 방식을 통해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서 장기 영역의 시장 금리도 함께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였음. 이는 코로나 사태 직후인 지난 해 3월 더욱 강해지게 되는데,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실제 시장 금리를 완전히 짓눌러버림으로서 10년 국채 금리와 같은 시장 금리도 Fed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줌. 구체적으로 장기 국채 금리를 통제하는 Yield Curve Control을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 경기 회복에도 불구, 양적완화를 지속함으로서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을 상당 수준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음
2. 1의 설명을 통해 볼 때 Fed는 기준 금리 인상 인하와 함께 제한적이나마 시장 금리의 상승 하락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이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실질 금리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임.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 앞에서는 10년 국채 금리라고 하였음)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것임… 공식으로 쓰면 “명목 금리(10년 국채 금리) – 기대인플레이션 = 실질 금리”라고 할 수 있음.
3. 실질 금리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목 금리를 낮추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것임. 당연한 얘기인 것이 명목 금리에서 기대인플레를 빼면 실질 금리이니… 명목 금리를 내리고… 기대인플레를 올리면 당연히 실질 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것임.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게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감. 그런데 문제는 기대인플레가 오르는 만큼 명목 금리도 함께 오르는 것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 여기서 1에서 설명한 우리 Fed님의 명목 금리 타게팅이 힘을 발휘하게 됨. 기대인플레가 오를 때 명목 금리가 따라오르려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불구, Fed는 명목 금리를 찍어누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명목 금리는 발이 묶이고… 기대인플레는 뛰면서 실질 금리는 계속해서 주저앉는 현상이 벌어짐
4. 백신과 추가 경기 부양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게 됨. 명목 금리의 변동이 크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실질 금리의 추가 하락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는 자산 가격의 급등을, 그리고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야기하게 됨. 재미있는 것은… 실질 금리의 하락이 자산 가격 급등과 달러 가치 하락을 만들어내게 되면… 이게 기대인플레의 추가적인 상승을 자극하게 되는데… 그럼 “기대인플레 상승 -> 실질 금리 하락 -> 기대인플레 상승 -> 실질 금리 추가 하락 -> 기대인플레 더 상승 - >실질 금리 추가 더 하락….” 이런 무한 루프를 만들어낼 수 있음. 그럼 시장에서는 실질 금리가 계속해서 밑으로 내리꽂힐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고… 그런 기대를 자산 가격과 달러 가치에 반영하면서 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과 달러 가치 추가 하락을 촉발하게 됨.
5. 지난 해 11월 이후 Fed인사들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바 있음. 아울러 급격한 달러 약세는 위안화 및 유로화와 같은 다른 국가 통화의 선호도를 높여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하는 만큼 미국이 경계해야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음. 결국 Fed는 경기 부양을 해야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인 금융 안정과 급격한 달러 약세 역시 고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음.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 시장의 기대에 살짝 못미치는 돈 풀기를 이어간다라는 것임. 돈은 풀되…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풀지는 않는 전략이라고 보면 됨.
6. 어떤 식으로 하는가… 시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하면 거절하고… 시장이 ycc를 요구하면 거절하고… 시장이 평균물가목표제를 요구하면 애매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주고, 시장이 양적완화의 추가 확대, 즉 추가적인 국채 매입을 요구하면 국채 매입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동문서답으로 넘어가주는… 그런 모습들.. 시장이 원하는 것에 대해 살짝 논점을 흐리면서 살짝 살짝 실망시켜주는 스탠스를 보여주는 것임. 다시 보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양책을 던져준다라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음
7. 여기서 시장의 기대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앞에서도 계속 기대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음. 그 기대가 바로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에서 나오고 있음. 시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더라도 Fed가 명목 금리의 상승을 무력 진압해줌으로서 명목 금리를 묶어주기를… 이렇게 해서 실질 금리가 계속 하락할 수 있게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음. 그럼… 6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게 하는 정책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음. 기존에는 기대인플레가 치솟아도 명목금리의 상승을 막아서 실질 금리의 하락을 만들어내었다면… 이제는 기대인플레가 오르면… 오르는 만큼 명목 금리의 상승을 용인하는 것임. 즉 명목 금리 상승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스탠스.. 그걸 살짝 약화시키는 것임. 그럼 기대인플레가 올라오는 만큼 명목 금리가 올라오게 되는데… 그럼 실질 금리의 급격한 하락을 제한할 수 있음.
8. 이런 얘기를 클라리다 Fed부의장의 코멘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음. 클라리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이렇게 물어봤음. “요즘 명목 금리가 오르고 있던데… 걱정되지 않나용?” 이라고 질문했는데 클라리다 부의장은 “명목 금리가 오르더라도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음”… 저 여기서 팩트 체크 들어가는데 현재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약 1.1%정도임. 미국의 10년 기대인플레는 약 2.1%정도 수준임. 그럼 이 둘을 빼면 1.1% - 2.1%니까.. 약 -1.0%라고 할 수 있음. 즉.. 미국의 실질 금리는 -1%인데 클라리다 의장이 얘기한 마이너스 권역의 실질 금리임.
9. 클라리다 부의장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현재 실질 금리가 -1%인데.. 이 수준만 유지해주면 명목 금리가 오르더라도 큰 문제 안된다는 얘기라고 볼 수 있음. 그럼 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가 오르는 만큼 Fed가 명목 금리의 상승을 용인해도 실질 금리는 -1%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니까 클라리다의 의중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음. 결론은 기대 인플레가 더 올라가면 명목 금리, 즉 미국의 국채 금리 역시 더 올라갈 수 있음.
10. 뭐 암 문제없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니까 괜챦은 것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장이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음. 시장이 만약 실질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현재의 -1% 수준 실질 금리에서 일정 수준 스톱 메시지를 던진 Fed에게 실망할 수도 있음. 아이들이 선물을 기대함. 그런데 너무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버릇 나빠질 것 같고 그렇다고 안해주면 너무 실망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다소 약소한 선물을 주는 거임. 닌텐도 사주기를 원하는데 레고 장난감 주는 정도…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인데… 아이들은 원하는 만큼은 못받았지만 그래도 받았다고 볼 수 있음. Fed는 부양은 하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부양을 하지는 않은 바… 자산 가격의 과열이나 급격한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정책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다고 할 수 있음.
11. 이런 구도를 두고서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 정책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는데,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 당연히 기대 인플레를 자극하게 될 것임. 그럼 기대인플레가 오르면서 실질 금리를 잡아내리게 되면서 자산 시장이나 달러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인데 여기서 지난 해에는 Fed에게 눌려서 보기 힘들었던 명목 금리가 고개를 쳐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수 있음. 이렇게 되면 경기 부양을 통해 실물 경제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실물 경제의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만 명목 금리가 뛰면서 실질 금리의 추가 하락이 막히게 되니.. 자산 가격의 급등을 기대했던 혹은 달러 가치의 급락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보다는 약한 실질 금리 하락 효과에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음
12. 결국 Fed는 기준 금리 인상/인하, 양적완화 확대/축소(국채 매입 확대/축소), 시장 금리 상승 제한/용인이라는 수단을 갖고 있음. 과거에는 기준 금리 인상/인하만 있었다면 금융 위기 이후에는 양적완화 확대/축소가 … 그리고 지금은 시장 금리 상승 제한/용인이.. 가능해진 것임. 가능한 만큼 이걸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Fed의 시장 판단과 정책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음. 지금 시장에서 논의되는 이슈들은 Fed가 기준 금리 인상을 할지 말지와… 양적완화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할지 말지임. 적어도 이 둘은 파월 의장이 단기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음. 시장은 안심하는 모습임. 다만 파월 의장이 명목 금리의 상승 용인 / 하락에 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를 한 바 없음. 클라리다 부의장의 코멘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대 인플레 상승 시 명목 금리의 상승을 용인함으로서 실질 금리 추가 하락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살포시 눌러주는 스탠스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음.
네.. 이렇게 한 번 실질 금리가 갖고 있는 함의를 정리해봤습니다. 이게 명목에서 기대 인플레를 차감해야 나오는 숫자인만큼 한 쿠션을 더 넣고 계산 및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니 복잡할 수 밖에는 없는 듯 합니다. 다만 이렇게 어려운 개념을 설명드리는 이유… Fed의 정책이 과거에 비해서 너무 많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죠. 예전에 보기 어려운 정책들도 마구 쏟아내고 있구요… 새로운 이슈들이.. 새로운 정책들이 나타난 만큼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영역들도 늘어나는 듯 합니다. 기준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이 늦춰지기에 Fed 사이드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결론 내리시기 보다는.. 명목 금리의 상승과…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실질 금리 추가 하락 제한이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민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주말 에세이, 오늘도 복잡한 얘기 했네요. 다음 주에는 환율 얘기를 드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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