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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독서

[조선일보]탁월함은 완벽함 아냐... 공감, 성실 등 정서 저력이 핵심

by sperantia 2023. 3. 25.

우리는 누구나 탁월함을 갈망한다. 탁월한 존재만이 대체되지 않고 탁월한 사람만이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오래도록 탁월함을 지향했다. 나에게 탁월함은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성도, 높고 안정된 경지를 의미했다.

 

드높은 이상과는 달리 나는 오랜 세월 외다리로 선 홍학처럼, 머리에 김이 나는 붉은 얼굴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지나치게 애를 썼다. 일종의 탁월함 연기랄까. 그러다 한번 심하게 고꾸라진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포즈였는지 깨달았다.

 

탁월함은 곡예도 아니고 우월감도 아니며 완벽함은 더더욱 아니다. 계속할 수 없다면, 공감받을 수 없다면 탁월함이 아니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조금씩 인터뷰이들에게 학습한 ‘즐거움과 잘함과 계속함’의 삼각대로 균형을 잡으며, 조금씩 하루 하루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탁월함이란 평생 지속가능한가? 탁월함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전작 ‘아비투스’로 엘리트들의 특징을 낱낱이 파헤치고 재조립했던 독일의 자기계발 전문가 도리스 메르틴이 신작 ‘엑셀런스’로 돌아왔다. 그는 ‘엑셀런스’에서 탁월함을 ‘더 나아지려는 투지와 습관’으로 정의했다.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주요 동력은 성실성이다.

 

과거의 나처럼 탁월함을 연기하느라 번아웃된 평범한 사람들, 우월함과 완벽함 사이에서 길을 잃은 천재들에게, 그가 제시한 해법은 매우 희망적이다.

 

 

“독서로 야생의 감각을 살려라.”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라”

 

우연을 자본화하는 세렌디피티의 마법부터 윌 스미스에게 부족했던 자제력 해결법까지… 지속가능한 탁월함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도리스 메르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탁월함이란 무엇인가요?

 

“탁월함이란 오늘의 상태를 뛰어넘어 더 성장하려는 노력입니다. 특정 상태가 아니라 최정상에 가까워지려는 의지 그 자체죠.”

 

 

-탁월함은 출중한 능력 그 자체가 아니던가요?

 

“아닙니다. 타이거우즈가 말했어요. 자신이 언제나 완벽한 스윙을 하는 완벽한 골퍼가 될 수 없음을 안다고. 최선을 끌어내고자 할 뿐이고, 그게 직업적 탁월함이라고요. 탁월함은 능력보다 습관에 가깝습니다.

 

이를테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모른다고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에 반응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입니다. 우리가 지닌 최고의 보물이죠.”

 

 

-당신은 탁월합니까? 언제 스스로 탁월하다고 느끼나요?

 

“최근에 저는 자전거 사고를 당한 후 저의 탁월함을 느꼈어요. 평범한 나였다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점차 두려움을 극복했고 다시 안장에 올라타 페달을 밟았죠.

 

탁월함은 영웅적 업적과는 무관해요. 이런 작은 일상의 결정에서 탁월함이 드러납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더 간단한 해결책과 더 탁월한 해결책을 갖고 있죠. 얼마나 친절할지, 무엇을 노력할지, 어떻게 자제할지 등등.”

 

 

-코로나 이후 탁월함이라는 키워드가 더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는 코로나와 디지털화가 주는 압박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VUCA 세계입니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예요. VUCA 세계에서는 기후변화 같은 메가 트렌드도 보통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변화를 요구받죠.

 

요는 익숙한 생활 양식은 한계에 부딪혔고 우리가 알던 지식과 가치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겁니다. 표준화된 솔루션이 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소수에게 필요했던 탁월함이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해진 거죠. 수영장에서 물장구만 치던 감각으로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도리스 메르틴은 VUCA 세계에서는 전문 역량보다 정서 역량이 더 큰 성공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엑설런스’에서 탁월함의 잣대로 호기심, 자기성찰, 공감, 의지력, 평정심, 민첩성, 공명 능력 등을 제시했는데요. 보통 사람이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어요. 혹 우선순위가 있습니까?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한지는 각자의 성격과 직업적 환경에 따라 다를 거예요. 사람마다 어떤 능력은 이미 충분히 갖췄고 어떤 능력은 부족할 겁니다. 여기서 공감, 정서적 주권, 의지력은 시대를 초월한 능력이고 공명, 민첩성, 리더십은 새롭게 우선순위를 차지한 능력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공명과 정서적 주권을 중요하게 꼽습니다. 조직에서는 신뢰로 뭉친 다양한 사람이 서로 공명해야 공동체의 미래가 밝습니다. 개인에겐 무엇보다 정서적 주권이 중요하죠.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훌륭하게 행동할 수 있어요.”

 

-최근 윌 스미스는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도 부적절한 폭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탁월함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조차 자제력과 평정심을 잃기가 얼마나 쉬운가요?

 

“맞아요. 감정은 급행열차와 같죠. 조심하지 않으면 그것에 깔릴 수 있어요. 모든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면, 자극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보다 더 탁월한 반응을 찾을 수 있어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죠?

 

“멈춰서 질문해야 합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다른 사람이 쳐다보듯 나를 관찰해야죠. 미셸 오바마는 청소년기 이후로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나는 충분히 우수한가? 이것은 내게 충분히 유익한가? 이런 식의 자문자답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단번에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일단 물러서면 많은 일은 저절로 조정됩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심호흡을 하세요. 적나라한 분노를 쏟아내면 주목은 받겠지만, 탁월함과는 거리가 멀어져요. 최악의 상황을 그려본 후 서서히 압력을 낮추세요.

 

제 생각에 그런 정서적 주권을 쥔 대표적인 사람은 버락 오바마입니다. 그는 자부심과 기쁨은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트럼프 시대에조차) 좌절과 분노는 적절하게 제어했어요. 반응의 적정 온도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따뜻함이에요.”

오스카 해프닝 이후 SNS는 윌 스미스의 처신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소란스러웠다. 전 세계에서 윌 스미스에게 날아든 수많은 조언 중 가장 탁월한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대신 수상하러 나가서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라.

‘제 아내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아름답고 강하고 멋진 사람이며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크리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건 웃기지도 않고 옳지도 않아요’라고.”

도리스 메르틴은 감정 제어에 유용한 나침반으로 스토아 철학을 받아들일 것을 권유했다.

 

 

-스토아 철학의 어떤 점이 평정심에 도움을 주죠?

 

“스토아 철학의 기둥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겁니다. 선거에 패배하고 금메달을 놓치고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 끝난 것처럼 굴지 말자. 왜? 애초에 그것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부정적 감정의 파도를 타지 않으려면, 내가 통제 가능한 선에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거죠.

 

인스타 게시글에 반응이 없으면 세상이 끝난 것 같고, 택배가 늦으면 머리에서 김이 나는, 이런 상황을 제어하려면 평소에 작은 역경을 초대해 면역력을 키워야 해요. ‘자발적 포기’를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 동안 커피 없이 살아본다든가, 차를 타지 않고 몇 정거장 걷는다든가… 스스로 선택한 결핍이 정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어쩌면 자제력이 탁월함의 마지막 방어선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탁월함의 시작인 호기심은 어떤가요?

 

“’팩트풀니스’를 쓴 한스 로슬링이 그랬죠.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에 열려있다는 것이고, 그 정보가 자신의 세계관과 맞지 않아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달라요. 새로운 맛의 요거트, 새로운 장르의 음악조차 싫어합니다. 낯선 정보는 기존의 틀을 흔드니까요.

 

하지만 창조성은 세계와 마찰할 때 생깁니다. ‘하던 대로’ 하지 않는 개방성만이 재능을 확장하죠. 호기심 많은 사람은 호시탐탐 즐거운 기회를 노립니다. 다른 공간의 아이디어도 순식간에 스위치 해서 자기 분야에 적용하죠.

 

가령 월트 디즈니는 딸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에게도 저런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물이 디즈니랜드죠. 설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훅 낚아챈 겁니다.”

 

 

-그런데 호기심과 혁신 부분에서 MZ세대가 뒤처진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사람들은 Z세대가 혁신과 모험을 좋아하고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죠. 아쉽게도 아니었어요. 저성장 시대가 오래 지속하면서 젊은 세대는 비관주의라는 방어적 태도를 습득했어요. 안타깝지만, 지금의 Z세대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생활방식, 여행과 가족, 직업과 여가의 균형에 기대치가 높습니다.”

 

-이즈음에서 세렌디피티 이야기를 해볼까요. 모험과 우연에 몸을 맡길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세렌디피티의 축복인데요. 요즘엔 이 세렌디피티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포착하는 재능입니다. 압박과 표준이 없는 환경에서 더 많이 일어나죠. 코로나 이후 세계는 아프리카의 야생과 비슷한 환경입니다. 불확실성, 변동성이 높아서 야생의 감각이 필요하죠.

 

야생의 감각을 키우는 데는 무작위적인 독서가 좋습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50권이 넘는 책을 읽어요. 그런 태도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전제 조건이죠.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필터 버블, 알고리즘 환경과는 확연히 다르니까요.”

 

 

-세렌디피티의 마법을 자주 누리시나요?

 

“저는 매일 글을 쓸 때 이런 ‘세렌디피티’를 경험해요. 완전히 다른 맥락의 어휘, 이야기, 주장들이 나의 주제에 맞게 배열되고 신선한 표현들로 뿌리 내려요. 우연한 자극을 감지했을 때 작은 영감조차 알뜰하게 가져다 쓰죠.

 

여기서 슈퍼 인카운터링(super-encountering)이 필요해요. 슈퍼 인카운터링은 정보를 찾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행위입니다. 세렌디피티의 수혜를 누리려면, 일단 그런 우연한 목격의 가치를 알아차려야 해요. 그다음 자신의 프로젝트나 제품에 통합하는 추진력이 필요하죠.”

 

우연은 오직 그 가치를 알아차리고 끈기 있게 자본화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하다고 했다. 그 자신, 뭔가 흥미로운 것이 발견되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고.

 

 

-그만큼 다른 지식에 열려있고 민첩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이젠 일도 사생활도 100% 계획할 수가 없어요. 과거의 솔루션이 통하지 않기에, 훨씬 더 자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동안 민첩성을 약삭빠름이나 기회주의로 혼동해왔지만, 이제는 ‘유연한 대처’만이 살길이죠. 새 마음으로 계속 앞을 확인하면서 운전하는 법을 배워야죠.”

 

 

-계속 변화를 주시하고 낯선 상황에 열려 있어야 한다면, 저 같은 안정추구형에게는 매우 힘든 수행능력입니다. 대본에 따라 플레이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어떻게 재즈뮤지션처럼 반응할 수 있을까요?

 

“아주 탁월한 비교네요! 민첩한 사람 역시 안정 추구 계획형처럼 나침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예로 보면, 목적지는 감동을 주는 콘서트가 되겠지요. 클래식 연주자는 리허설을 거친 꼼꼼한 프로그램을 가진 반면, 재즈뮤지션은 주로 대략적인 방향을 따릅니다.

 

큰 그림을 보면서 순간순간 분위기를 파악해서 청중과 속도를 맞추죠. 무엇보다 너무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아야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합을 맞추려면, 사실 언제든 불러낼 수 있도록 전문성이 높아야 합니다.”

 

-전문성의 바탕은 재능인가요? 성실인가요?

 

“성실성이죠. 성실성이야말로 전문성의 기본 연료이자 내적 시스템입니다.”

 

 

-성실성은 어떻게 길러지나요?

 

“성실을 시스템화한 것이 좋은 습관이죠.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잘라보면, 삶에서 이루는 것 혹은 이루지 못한 것은 많은 소소한 습관들의 영수증입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습관은 쉽게 몸에 붙지 않아요. 몸에 배게 하겠다는 스포츠 정신으로 장착해야죠.”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과 안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이 여전히 탁월함의 근육을 만드는 데 절대적이라고 보나요?

 

“그럼요. 스포츠, 음악, 문학…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매너리즘을 통과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을 할 때 결과물의 탁월함은 누가 결정합니까?

 

“고객이죠. 고객의 소망이 세밀하게 반영되었는가가 탁월함의 잣대입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을 쏟으려는 그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탁월합니다. 아무리 고매한 건축가라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설계해야 하고, 의사는 병원이 아닌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내야 해요.

 

여기서 완벽함과 탁월함은 구분해야 합니다. 완벽주의는 개인의 이상에 초점을 맞추죠. 반면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기준은 고객입니다. 고객에게 최적화 되어있느냐. 자신의 관점을 고객에게 투사하지 않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솔루션을 찾아요.”

 

 

-고객과의 공감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죠. 그런데 한편으론 너도나도 공감을 이야기하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감을 보다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을까요?

 

“공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공감에는 3가지가 있어요. 같은 기분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감정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 트렌드와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회적 공감.

 

마이크로 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3가지 공감 능력이 다 탁월했어요.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공감’이라고 했죠. 마이크로 소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혁신 능력까지 발전했어요. 가령 화상회의 때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기술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나왔지만,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죠.”

 

-공감 능력도 노력으로 얻을 수 있나요?

 

“일단 자기 자신에게 먼저 공감해야 합니다. 나에게 친절해야 타인도 존중할 수 있죠. 그다음 타인을 즉흥적으로 단정하고 조언하려는 자세를 유보하세요. 내 잣대를 내려놓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한 후, 기분에 공명해야죠.”

 

 

-공감과 공명은 또 어떻게 다른가요?

 

“공명의 필수 조건은 ‘다름’입니다. 다양할수록 더 많이 공명하죠. 가령 초보자와 숙련자, 모험가와 안전제일주의자, 기혼자와 미혼자가 함께 스키를 타러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 다름이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어요.

 

함께 진동하려면 친절해야 합니다. 진정한 관심으로 다가가면 타인의 파동이 느껴지고, 서로 공명하기 시작합니다. 잘 공명하려면 ‘제 생각으로는’ ‘혹 다른 의견을 내도 된다면’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헤지(Hedge) 표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책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끈기와 품위’라고 한 메릴 스트리프의 말에 깊게 공감했어요. 저는 영화 ‘미나리’와 애플 TV의 ‘파친코’로 주목받은 윤여정과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연이어 떠오르더군요. 성실과 자제력으로 인생의 조종대를 잡은 여성들이죠.

 

“맞아요. 그분들은 수십 년에 걸쳐 최고 수준의 경력을 유지하고 있죠. 멋진 주인공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거나 히스테릭한 역할까지, 크고 작은 역할들을 ‘자기화’해서 수행해 왔다는 데 그들의 탁월함이 있습니다.”

 

 

-단지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탁월한 사람의 차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단기적인 ‘뛰어남’은 반딧불이처럼 반짝할 뿐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그 뛰어남의 바탕이 인정, 돈, 명성 같은 외부로부터의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탁월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이 납니다.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은 삶 자체가 작품이 됩니다.”

 

 

-탁월함이 높은 경지의 성취가 아니라 투지와 자제력 그 자체라면, 평범한 우리 모두 제 각자의 탁월함을 경험 중이겠군요.

 

“물론입니다. 어제의 나를 넘어섰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 거예요. 설사 높은 연봉, 지위, 유명세 같은 큰 성공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탁월함은 삶을 변화시켜요. 한 발 더 나가기로 결정할 때, 당신은 이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더 나은 나를 느끼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성하고 기록하는 사람은 발전을 느낄 수 있어요. 콜센터 직원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마감 후 그날의 상담 내용을 검토하고 배운 점을 기록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23%나 실적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반성을 거두자 우수했던 실적도 사라졌어요.

 

메르켈도 주말에 반성의 시간을 따로 정해서 판단의 질을 높였다고 합니다. 활동과 성찰의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해요. 평범함에서 탁월함으로 가는 길은 대개 반성이라는 내면의 청소를 통해 활짝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민첩함’과 ‘투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탁월함을 발휘하지만 ‘평정심’과 ‘공감’은 부족한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한 분야의 탁월함이 모든 분야의 탁월함을 높입니다. 그 힘과 작동방식으로 다른 것도 해낼 수 있거든요. 평정심과 공감을 위해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타인의 세계관을 받아들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마세요. 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돌볼 공간을 만드세요. 같이 일하는 사람에서 같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다가서세요. 자기 계발의 길에 끝은 없습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탁월함은 완벽함 아냐... 공감, 성실 등 정서 저력이 핵심” - 조선비즈 (chosun.com)

 

[김지수의 인터스텔라]“탁월함은 완벽함 아냐... 공감, 성실 등 정서 저력이 핵심”

김지수의 인터스텔라탁월함은 완벽함 아냐... 공감, 성실 등 정서 저력이 핵심 복잡성 시대 탁월한 인간만이 살아남는다 탁월함은 능력 아닌 습관완벽보다 민첩해야 절정은 자제력, 자극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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