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한 정부정책 중에서 금융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법인규제에서 대출규제 나온 내용은 결국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금지하는 방법은 행정지도입니다. 금융기관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법령으로 대출을 이래라 저래라 하면 사유재산권 침해가 됩니다. 그래서 감독기관을 통한 행정지도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행정지도를 어겼을 때는 금융기관의 임원을 징계할 수 있고, 그 징계는 몇년간 금융업 취업금지라는 제재가 따라 붙습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감독기관의 행정지도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정부가 금융기관의 대출에 개입하는 구조이고, 이 때문에 관치금융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기도 합니다.
행정지도는 법령이 아니라 행정부의 실력 행사이기 때문에 시행되는 시점은 분명하지만 종료되는 시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작용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예외사항이 발생할 것입니다.
금융기관도 기업입니다. 대출해주고 이자 받고 해서 직원들 월급주고 임대료 내고 이자주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운영되려면 기본적으로 대출을 해줘야 하는 총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망합니다. 금융기관이 망하면 그 파급력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정부도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10여년 전쯤 노무현 정부 때의 싸이클과 매우 흡사합니다. 당시에 실무를 보던 사람들이 진급해서 의사결정자가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당시는 정부가 은행들이 주담대라는 너무 쉬운 방법으로 돈을 돌려서 부동산 가격만 오르고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하지 말고 신용도와 사업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소호대출(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자금 혹은 운영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을 늘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담보를 잡고 하는 대출은 급격히 줄고, 신용대출인 소호 대출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 중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은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 급격히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세팅하는데 자금 수요가 많은데 그 사람들은 신용도가 낮아서 많은 자금을 당겨 쓸 수가 없습니다. 소호 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것은 결국 자리 잡은 사업자들이 신용대출을 대규모로 일으켰다는 얘기고 원래 목적과 달리 도착지는 부동산 구매였습니다. 금융당국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지만 금융기관의 수익성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직장인들 중에서 대기업이나 전문직인 사람들에게도 신용대출 한도가 대규모로 증가하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3년차 회계사였고, 연봉이 세전으로 5천만원이 안되었는데 1억원까지 마이너스 통장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을 전방위로 막으면 신용대출을 열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하반기에는 실물경기가 하강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대거 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이어서 나왔던 현상은 우회해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이 생겼습니다. 은행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하지 말라고 하니 저축은행들이 그 시장을 치고 들어갔고,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다음 주택담보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시장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습니다. 피에프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성격의 대출입니다. 피에프 대출을 일으켜서 주택을 신축하면, 저축은행 등에서 중도금 대출과 잔금대출을 각 수분양자 이름으로 일으켜서 피에프 대출을 갚고, 수분양자들은 전세금과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구조로 부동산 금융이 일어났습니다. 구축 주택의 경우 전세금 다음 순위로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들어갔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금융 중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상품입니다. 그리고 항상 수요가 상존합니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막으면 과거 저축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금융에 등장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피투피 대부업체가 아마 그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법인이 소유한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자체를 담보로 잡으나, 법인의 주식을 담보로 잡으나 그 경제적 의미는 같기 때문에, 법인이 보유한 주택이 많아진 지금은 법인의 주식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도 곧 도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이와 같은 기법은 제조업 기업들이 기계장치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차입할 때 경영권 있는 지분을 같이 담보잡히는 방법으로 활성화 되어 있는 제도 입니다. 공장 기계보다는 훨씬 환금성이 좋은 주택을 가지고 있는 법인의 주식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주택 자체로 금융을 일으키는 것이 쉬웠고 익숙했고, 법인이 보유한 주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현실화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어서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의 금융 중에 가장 중요한 전세금입니다. 전세금을 주택 임대차와 관련된 것으로 볼 것이냐, 금융수단 중에 하나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 여러가지 논의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부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 관련 제도로 보고 있지만, 시장은 가장 중요한 금융수단으로 보고 있어서 이 시각 차이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주택시장이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집에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좋은 동네에 살고 싶어 합니다. 좋은 동네는 절대로 모든 사람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영원히 수요초과 시장이고, 따라서 주거지의 사용료는 결국 올라갑니다. 주택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 대출규제 등으로 매매를 불가능하도록 하면, 결국 좋은 동네에 살 수 있는 방법은 임대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주택 임대 시장은 월세 시장이 아니라 전세 시장입니다. 즉, 자가 매입 후 주거하겠다는 수요가 강제적으로 전세 수요로 바뀌고, 통상적으로 자가 매입 후 주거하려는 사람들의 자금력은 전세로 살겠다는 사람들 보다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자가 매입 후 주거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전세 수요로 대체되면 전세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갑니다. 이 부분은 거의 수학 공식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주택매매가격 억제를 위해서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재건축 재개발 억제 정책은 좋은 동네의 좋은 집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전세가격 상승을 더욱 부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금이 올라가면 세입자들은 전세금 차액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 부분을 월세로 바꾸게 되면 월세가 너무 올라가서 생활비의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에 바로 정부에게 저금리의 전세자금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정부는 전세자금은 실수요이고, 국민들의 주거 복지에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하지 못해서 수익성에 타격이 온 금융기관들에게 대체 시장을 열어줘야 하는 부담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금리의 전세자금 대출이 공급되는 순간 당연히 전세금은 또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금이 상승하면 다주택자들에게 전세금 증액분의 현금 여유가 생기게 되고, 이는 다시 다주택자들의 추가 주택 매입자금으로 활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금이 상승하고, 주택 매매가격이 정체되어 있으면 전세금 비율이 높아져서 갭투자를 하기에 부담이 줄어듭니다. 전세금이 상승하는 순간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줄어들어서 다주택자들이 추가 주택 매입으로 나아가기가 쉬워집니다.
전세금이 상승하면, 그 이유에 대해서 좋은 주거지에 신규 주택의 공급이 없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결국 그렇게 됩니다. 재건축 재개발로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이 일어나면 전세금이 하락하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때 역전세난이 생깁니다. 국민들이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은 역시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되는 반면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담보 대출 규제를 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신규주택 매입 수요가 유입되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전세금을 상환 받은 사람이 전세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통해서 주택 매입에 나서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축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주택가격을 원하는 범위에서 통제하는데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어쩌면 불가능의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지역과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영원한 욕망이고, 좋은 지역과 좋은 집은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절대로 공급되지 못합니다. 그럼 영원히 수요가 우위라는 것이고, 가격은 항상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상승하는 곳에는 항상 금융이 따라 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세제도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이 공급되거나 전세자금대출로 자금이 공급되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결국 돈의 도착지점은 주택소유자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은 주택담보대출로 공급되던 자금이 전세자금대출로 공급되는 시기로 전환되는 시기입니다. 이번 정책 발표 내용을 보면 유주택자에게는 전세자금대출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무주택자에게는 전세자금대출을 해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되면 됩니다. 예전에는 유주택자가 무주택자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기존에 보유하던 집을 제3자에게 넘기기 어려웠고, 어렵게 제3자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양도세의 실질 납부가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를 사업자로 대접해 주면서 양도세 이월제도의 활용이 가능해졌고, 관리신탁을 통해서 양도세 부담 없이 무주택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전세자금의 조달이 가능하고, 지금 보유한 현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싶다면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법인을 설립하고 보유현금을 법인에 대여한 후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됩니다.
주택시장은 평가금액의 변동을 이익을 취하는 곳이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면 그 이익을 누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전세자금대출이 주가 되는 상황에서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나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킨 다음 보유 현금은 주택취득에 투입하는 전략이 기본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법인 관련 세제를 보고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자는 끝났다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관련 소득세 제도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여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사회의 공공복리를 위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법인관련 세금제도는 법인의 활동을 지원하여 사회 전체의 부를 증대시키는데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개인 명의로 이익을 내는 것은 그 명목이 뭐든지 연 2억원이 넘어가면 정부에 대부분 회수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1세대 2주택 부터는 개인이 누린 양도차익은 사실상 전부 국가에 회수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개인 명의로는 돈을 못 법니다. 반면에 법인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으라는 제도입니다. 당연히 실질 부담세율이 개인에 비해서 매우 낮습니다. 개인적 생각은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제도를 예외없이 입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보다는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개인은 기대이익이 “0”인데, 법인은 “100”이다가 많이 낮아져도 “50”이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보다는 이익이 큽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부동산 금융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예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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