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이 맘에 안 들 때, 손절하고 떠나야 할까?
미아 리치의 출근 첫날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미아는 구호단체 '레스큐'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레스큐는 빈곤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구호단체다. 미아는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개를 산책시키고, 남자친구인 마테오와 아침을 먹고, 도시락까지 챙기고도 9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하면 새 직장의 동료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아가 로비로 들어서자 지난 방문 때 만났던 낯익은 얼굴이 여럿 보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안내직원 앤서니뿐이었다. 지난번에 앤서니와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미아를 올려다보며 사무적으로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미아가 인사를 건넸다.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워요. 새 프로그램 매니저 미아입니다.”
“아, 그랬죠.” 앤서니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대꾸했다. “앉으세요. 이 서류들을 작성하는 동안 당신 상사를 불러 드릴게요. 마이클 맞죠?”
미아는 건물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기가 죽었다. 상황은 여기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마이클을 찾지 못한 앤서니는 칸막이가 가득한 칙칙한 사무실로 미아를 안내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업무지원 팀 코디네이터인 제시 카본뿐이었다. 제시는 얼른 자신을 소개하고는, IT팀이 아직 미아의 컴퓨터를 설치하지 않았으니 빈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자기가 하고 있던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10시 30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잠시 들러서는 미아에게 읽어야 할 자료를 한 무더기 건넸다. 그러고는 하루 일정이 꽉 차 있지만 오후 늦게라도 미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미아는 5시간 동안 휴대전화와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사팀, IT팀과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점심은 혼자 빈 책상에서 먹었다. 그날 미아는 사무실에 드나드는 다른 직원들에게 반갑게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마침내 IT팀 기사가 노트북 컴퓨터와 모니터를 가지고 오더니 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설치해줬다.
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전 직장인 '아즈로'를 아쉬운 듯 떠올렸다. 아즈로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컨테이너 센서를 이용해 유통기업들이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이었다. 미아는 볼로냐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하자마자 아즈로에 입사했으며, 4년도 지나지 않아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승진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미아는 한 네트워킹 행사에서 레스큐의 인사책임자인 사울 리초를 만났다. 사울은 레스큐가 전 세계 92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최근 문을 연 볼로냐 사무소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아는 곧바로 관심이 생겼다. 레스큐가 뽑는 자리는 데이터와 보고 체계를 구축하고, 노련한 기존 매니저 한 명과 협력해 주요 사업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해 주는 역할이었다.
몇 주 뒤 치러진 면접에서 사울은 미아에게 아즈로에서 받는 연봉의 두 배 가까이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개인적인 커리어 성장 계획을 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직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은 없어 보였고, 마테오도 동의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미아는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마이클과 미팅을 잡고 제대로 된 온보딩(조직적응) 교육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때 마테오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땠어?”
미아는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한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 “술 한 잔 해야겠어. 늘 가던 데서 봐.”
하소연
“최악이었어.” 미아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하고는 이렇게 내뱉었다. 마테오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실수한 걸까? 내 말은, 난 아즈로를 정말 좋아했는데 구호단체라는 데 혹해서 레스큐로 옮겼잖아.”
“연봉이 오른 것도 잊지 마!” 마테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미아는 한숨을 내뱉었다. 마테오는 벌이가 시원치 않은 예술가였고, 생계를 꾸리는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테오가 계속 이야기했다. “사실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일러. 문화가 아주 다르고 레스큐는 거대 조직이잖아. 아즈로는 직원이 몇 명이었지?”
미아가 대답했다. “100명이었어. 레스큐는 직원이 수천 명이야.”
“거봐. 게다가 볼로냐 사무소는 이제 막 생겼잖아. 특히 혼란스러운 시기일 수도 있어.”
“그렇지만 공식적인 환영도, 적응 교육도, 진짜 업무라 할 만한 것도 없는 건 너무 이상해. 마이클과 얘기한 것도 딱 두 번뿐이야. 면접 과정에서 전화통화 한 번 했고, 오늘 아침에 아주 짧게 얘기한 게 다야. 그래도 내가 첫 출근을 했으면 하다못해 대화라도 하자고 했어야 하는 거 아냐?”
마테오가 말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해. 내일은 더 나아질 테지. 레스큐는 평판이 좋으니까 이건 이력서에 좋은 경력으로 남을 거야.”
“그래 알아. 네 말이 맞아.” 미아는 와인을 쭉 마셨다. 무언가 어긋났다는 느낌을 좀처럼 떨칠 수 없었다.
거슬리는 업무
다음날 오후 미아는 드디어 마이클을 만났다. “미아, 환영해요.” 마이클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좀 더 일찍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전략회의가 있어서 꼼짝할 수 없었어요. 보다시피 우리는 아직도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어요. 미아가 맡을 첫 프로젝트 얘기를 해봅시다.”
마이클은 미아에게 레스큐의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규모 물류시설, 공급망, 배송을 각각 담당하는 세 부서의 활동을 감사해 달라고 했다. 각 부서에는 레스큐의 다른 사무소에서 재배치된 직원들과, 새로운 전략을 실험하기 위해 최근에 채용된 신입들이 섞여 있다고 했다. 미아가 할 일은 새로운 전략이 레스큐의 현재 전략보다 더 효율적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미아는 기대한 업무는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지었다.
“그밖에 또 할 얘기가 있나요?” 마이클이 노트북을 향해 돌아앉으며 물었다.
미아가 입을 열었다. “사실 입사 제의를 받았을 때 사울은 제가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마이클은 당황하고 기분이 조금 상한 듯했다. “흠, 미아, 실망시키고 싶진 않지만 이 자리를 두고 내가 기대했던 역할은 그게 아니에요. 우리는 이제 막 이 조직을 일으켜 세우는 중이라서 내부에서 책임을 다해줄 직원이 필요해요.” 마이클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미아의 바람이 금방 이루어질 것 같진 않군요.”
“알겠습니다.” 미아는 애써 실망감을 감추며 대답했다.
또 다른 좌절
미아는 그 뒤 3주 동안 감사업무에 매달린 채 열심히 일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부 부서장은 호의를 보이고 기꺼이 도와줬지만, 마이클이 깜빡 잊고 몇몇 부서장에게 미아를 소개하지 않은 탓에 그들은 그녀의 반복된 이메일을 무시하거나 마지못해 정보를 공유했다.
미아는 마이클에게 여러 차례 조언을 구했지만 번번이 바람 맞았다. 일을 끝마치고 나서는 마이클을 닷새나 쫓아다닌 뒤에야 30분 정도 시간을 얻어서 감사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수고했다고 칭찬은 하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지표를 추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아가 직무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물었지만, 하필 그때 마이클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나가보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꼭 받아야 하는 전화예요.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
마테오 말고 다른 사람에게 간절히 속내를 털어놓고 싶었던 미아는 제시에게 마이클의 관심을 얻느라 힘든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제시가 말했다. “마이클 탓이 아니에요. 이 조직의 문제에요. 여긴 아주 관료적이에요. 마이클은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걸러야 해요. 회사가 끊임없이 새로운 사무소를 열고 있어서 우리는 항상 일손이 부족하죠. 게다가 직원들을 너무 자주 이동시키다 보니 모두가 새로운 조직을 파악하느라 늘 학습 모드예요.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마요. 현장에서는 정말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으니까요. 우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내부에선 일이 고되긴 하지만요.”
“현장 업무에 참여한 적 있어요?” 미아가 물었다.
“아니요. 우린 지원 부서잖아요. 우리의 일은 현장 실무전문가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이메일로 사울에게 영상통화를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놀랍게도 사울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답장했고 5시부터 30분 동안 시간이 난다고 했다.
미아는 자신의 실망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자신의 첫 업무가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힘들었는지, 성과지표에 관한 일부 업무를 위해 마이클과 협력할 줄 알았는데 그와 얼마나 뜸하게 소통했는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게다가 마이클은 제가 직접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리로 옮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거잖아요.”
사울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도 잘 알고 있고 마이클에게도 얘기했어요. 감사업무는 첫걸음일뿐이고, 미아는 곧 더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해요. 지금 마이클이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우리가 논의한 내용을 잊었을 수도 있어요.” 사울은 미아에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며 마이클과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아, 우린 당신과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두고 봅시다.”
모호한 메시지
그날 저녁 미아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 새 이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떴다. 마이클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그녀는 마테오를 주방으로 불러서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미아, 오늘 저녁 사울과 대화한 것을 알려주려고 메일을 보냅니다. 우리는 미아의 역할과, 미아의 기대와 다른 직무가 부정적인 경험을 준 것에 대해 논의했어요. 내 업무량을 고려할 때 팀원 모두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어렵지만, 다행히도 주간 점검시간을 마련해서 미아를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직에 큰 도움이 되도록 미아가 계속 해줬으면 하는 일들이 있어요. 하지만 미아의 관심에 부합하는 다른 직무들을 추가로 배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이클 드림’
“흠, 이 사람은 근무 첫날부터 네게 그토록 못되게 군 것을 미안해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사울과 얘기했다고 화가 난 거야?” 마테오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는 옳은 말을 하고 있지만, 이메일이 너무 차갑고 격식을 차린 느낌이야. 단지 곤란해지니까 이런 걸 보냈을 거란 느낌이 떨쳐지지 않아. 어쩌면 마이클을 건너뛰고 사울과 얘기한 게 실수였나 봐.”
“넌 마이클과 대화하려고 애썼는데 전혀 성과가 없었잖아. 또 사울이 네게 한 약속을 마이클은 이해하지 못한 건 분명해. 그러니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어. 마이클이 이메일로 한 말이 모두 억지라고 치더라도, 적어도 말은 하고는 있잖아.”
“그를 믿어도 될까? 이 조직을 믿어도 되는 걸까? 평판은 아주 좋은 회사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인 것 같아.”
마테오는 미아를 안아줬다. “넌 절대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회사가 그렇게 엉망이면 손을 떼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하라고? 난 직장이 필요해.”
“당연하지. 우린 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아즈로를 떠날 때 네 상사가 뭐라고 했니? 네게 언제든 다시 돌아와도 좋다고 했잖아.”
“다들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아?”
“아니야. 그들은 널 무척 좋아했어.”
미아는 미소를 보였지만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다. “헤드헌터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있겠지.”
“거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
“알아.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생각해 봐야겠어.”
“필요하면 언제든 나한테 얘기해. 난 네 결정을 응원할 거야.”
케이스 스터디 강의노트
1. 여러 연구에 따르면 직속 상사에게 무시당한 사람들은 나쁜 대우를 받은 사람들보다도 더 소외감을 느낀다.
2. 새로 입사한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조직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도록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부실한 탓이다. 신입을 환영하는 표준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의 경우 신규 고용에 따른 생산성이 62% 더 높았고, 고용유지 비율은 50% 더 높았다.
3.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은 감정 소모가 심해서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찾기 힘들다.
4. 새로 문을 연 사무소라는 이유로 미아는 마이클의 사정을 얼마나 더 봐줘야 할까?
5. 몇몇 HR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실제 맡게 될 일보다 맡을 가능성이 있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주 실망한다.
6. 미아는 자신을 따돌리는 상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7. 미아의 부정적인 경험은 리더십, 적응 프로그램, 조직구조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부실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 가지 모두에서 기인한 걸까?
8. 미아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가?
9. 리더십 전문가들은 새로운 상사에게 자신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것은 좋은 태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못된 상사들은 자신의 결점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데 너그럽지 않다.
전문가 의견
미아는 레스큐에서 버텨야 할까,
아니면 새 직장을 찾아야 할까?
우리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을 바꿀 힘이 있다.
나는 미아가 적극적으로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서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그녀는 레스큐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을 무엇이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지 고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녀는 현장업무 경력을 더 쌓길 원하고 있는가? (칸막이로 가득 찬 어두운 공간이 아닌) 자연 채광과 스탠딩 책상이 있는 사무실 환경은 그녀의 정신건강에 중요한가? 이런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아가 누구나 탐낼 만한 인재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명망 있는 NGO에 스카우트됐고, 기존 연봉의 두 배를 제의받았다. 이미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직업 선택지를 따져볼 시간이 있는 셈이다. 물론 구직활동 자체가 일이긴 하지만, 미아가 자신의 목표와 개인적 요구와 더 잘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나는 명망 있는 뉴스매체에 입사했었다. 레스큐와 마찬가지로 그곳은 관료주의 문제가 심각한 거대 조직이었다. 업무과정을 간소화하지 않아서 직원들은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여러 단계의 승인을 거쳐야 했다. 민첩성이 떨어지는 조직 특성상 직원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관리자와 나는 내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서로 달랐다. 미아는 지금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관료주의적 조직에서 지지해 주는 상사가 없으면 상황을 바꾸기까지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마이클의 쌀쌀맞은 이메일은 미아가 그를 건너뛰고 사울과 얘기한 것에 대해 그가 이미 분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그가 변화를 꾀할 마음이 없음을 보여주는 적신호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가 타당할지라도 둘의 관계는 미아를 감정적으로 꾸준히 지치게 할 것이다.
미아는 어떻게 대응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근무환경과 문화를 추구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고,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지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자신의 이력서를 갱신하고, 레스큐에서 왜 이렇게 짧게 근무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권하고 싶다. “스카우트된 직장에서 제가 맡을 줄 알았던 일과 제가 실제 하게 된 일이 서로 달랐습니다.” 세부사항을 너무 자세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나는 여러 해 전 그 뉴스매체를 떠났고, 규모는 더 작지만 문화가 나와 더 잘 맞는 직장을 찾았다. 내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고, 그 덕분에 길게 일할 수 있었다. 나중에 그 뉴스매체의 구조적 문제가 끝내 비즈니스에 타격을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아가 레스큐에 머문다면 계속 헛바퀴만 돌다가 직업적인 성장이 중단되기 쉽다. 좀 더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미아는 레스큐에서 조금 더 버텨야 한다.
그녀는 새 직장에 다닌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변화란 늘 시련과 함께 오기 마련이다.
애초에 무엇이 미아로 하여금 이 직장을 택하도록 이끌었는지 돌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우선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는 아즈로보다 레스큐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물론 현장에서 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들떴을 수 있지만, 차차 그녀처럼 내부에서 지원하는 직원이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갈 것이다. 요즘 NGO들은 탄탄한 데이터와 분석능력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파트너들에게 보여줄 보고서를 만드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 역할은 미아의 이전 역할보다 더 도전적이다. 새롭고 색다른 책임을 맡았기에 당연히 한동안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일을 하면서 이전 직장에서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성장하게 되리란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일한 분야에서 훨씬 더 폭넓은 기량을 가지고 떠나게 될 것이다.
미아와 마이클의 기대가 어긋난 것은 면접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의 책임은 아니다. 나는 이것이 부실한 리더십의 결과나 조직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여 둘 중 하나가 이유였다면 문제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 나왔듯이 미아의 직무, 즉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하는 일은 아주 내부적인 일이다. 만일 한 달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도록 고용됐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일상업무를 명확히 하라고 귀띔해주고 싶다. 가령 이런 질문을 하라고 말이다. ”핵심성과지표 도출 업무를 맡게 되면 제가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아니면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하는 겁니까?”
미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직무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그것이 이제껏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채용담당자들은 인재를 끌어들일 때 종종 직무 확대를 약속한다. 미아는 실제로 사울에게 현장업무를 약속받았으므로 마이클에겐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그는 언제, 어떻게 약속을 이행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비록 이메일을 이용하긴 했지만 마이클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청신호다. 마지못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미아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은 것이다.
미아가 적어도 6개월은 버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작지만 주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마이클에게 주간 미팅시간을 내야 할 책임이 있듯이, 미아에겐 그 미팅을 위해 어젠다를 설정할 책임이 있다. 미아는 그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곧 시작할 업무에 대한 질문, 자신이 맞닥뜨릴 수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등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마이클이 이끌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앞장서야 한다.
설령 경기 침체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분간은 미아에게 레스큐에 남아 있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6개월 뒤에도 여전히 그 역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더 탄탄한 이력서와 향상된 기량을 지니고 떠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선택권을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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