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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007

by sperantia 2020. 10. 8.

지난 주말과 월요일 장은 그야말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속된 말로 만빵이었죠. 부양책이 나오면 금융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을 한가득하던 주식 시장은 미소를 짓게 되겠죠. 그리고 단순히 돈을 풀어주어 그 돈이… 신용도가 높은… 혹은 희소한 성장을 나타내주는 언택트와 같은 성장주로 가는 통화 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곳에 직접 돈을 주입해주는… 이른 바 정밀 타격의 재정 정책이 나오는만큼 여행관련주, 항공주 등 부진했던 이른 바 가치주들도 환호했겠죠.

 

재정 정책을 쓰게 되면 기존의 예상보다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겁니다. 적자가 늘어난 만큼 이 돈을 메워야할텐데요…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메우기에는 지금 시절이 하수상하죠. 감세를 해도 모자랄판에… 그럼 당연히 국채 발행을 늘리게 될 겁니다. 국채 발행이 겁나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껑충 뛰어올라가는 그림이 연출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 그리고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Fed가 추가적으로 자금을 풀 것이라는… 즉 달러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지면서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게 되구요… 반대로 달러라는 종이 화폐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만큼 금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겁니다.

 

네.. 적어도 월요일의 강한 상승장은 이런 그림을 그대로 보여주었죠. 뉴욕 3대 지수 모두 2%수준의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채권 금리는 급등했으며 금 가격 역시 상승했죠.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했답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면… 나오지 않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반응하는 모습이었죠. 트럼프가 조기 복귀하면서 언능 부양책을 논의해라… 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런 움직임에 불을 제대로 붙였더랍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당선이 안될 수도 있쟎아??? 라는 반론도 있을텐데요…. 지금 민주당은 2.2조 달러를… 트럼프 행정부는 1.6조 달러를… 공화당은 그보다도 낮은 금액을 재정 정책에 투입하자고 밀당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당선과 함께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면 가장 많은 금액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대선 토론으로 인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시장이 환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겠죠…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조기 복귀해서 지금 당장 1.6조 달러 서비스 쏴주고… 바이든이 당선되고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면서 추가로 재정 부양을 해주면 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겁니다.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니냐… 라는 느낌이 팍 들죠.. 네… 너무 낙관적이죠… 왜냐하면… 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장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면 상당한 경기 부양을 통해 시장을 떠받쳐주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이상 경기 부양책의 힘으로 시장이 밀려올라왔다면… 당연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가 매수… 즉 떨어지면 무조건 사야한다는… 이른 바 buy the dip에 대한 확신이 보다 강해져있을 겁니다. 그럼 부양책은 어차피 나올 텐데…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면… 부양책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주가가 조금 밀려내려올 때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오늘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에 대한 논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라는 코멘트를 날렸고… 시장은 이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경기 부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본인의 정치적 정황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는지… 이런 부분은 솔직히 제가 정치 파트에 워낙 문외한인지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듯 합니다만…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아니… 이미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던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이 기대감을 갖고 하늘높이 시장을 밀어올렸는데.. 참…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는 듯 합니다.

 

그럼 Fed가 있쟎아? 재정이 안되면 통화 정책으로 지원해줘야지.. 라고 하실 분들이 계셔서 말씀드리면… Fed는 추가로 양적완화를 할 수 있는 여력은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은 재정 정책이 나오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금리 상승 등의 시중 유동성 부족 현상을 완충하기 위한 달러 공급 지원을 말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생각해보죠. 지난 3월 코로나 사태 이후 Fed는 3조 달러의 자금을 양적완화로 뿌렸고… 기준 금리를 제로로 낮추었답니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 역시 2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재정 정책으로 뿌렸죠. 그리고 7개월이 지났습니다. 경기가 나아지고 있나요? 적어도 지난 9월의 고용 지표는 아.. 이게… 약빨이 떨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팍 들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럼 여기서 똑같이 돈을 푸는 게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겠죠… Fed 입장에서는 돈을 더 풀 수 있는 여력은 남아있지만… 기존보다는 그 여력이 줄어든 만큼… 남은 총알을 효과적으로 쓰고 싶을 겁니다. 네.. 재정 정책과 정책 공조를 통해 시장을 지원하고 싶은 거겠죠… 재정이 나오기 전에… 대규모 통화 정책이 단독으로 나와서 시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있습니다. 뒤에서 아빠가 잡아주고 있었죠. 그런데… 아빠가 잡은 손을 놓았답니다. 아이는 불안해할 줄 알았는데 전혀 걱정을 안하는 겁니다. 두가지 케이스가 있겠죠.. 하나는 이제 자전거를 퍼펙트하게 탈 줄 아는 것… 두번째는 아빠가 잠깐 손을 놓은 것이지… 넘어질만 하면 바로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한 것… 이 두가지 케이스 중 하나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지금 자전거를 타는 아이… 즉, 시장은 후자의 기대를 하고 있죠… 그런데.. 아빠는 이런 말을 합니다. 기사 인용해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선 이후로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주요 경기 부양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좋고 증시도 기록적인 수준에 있다, 일자리와 실업률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적어 경기부양 법안 처리가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조선일보, 20. 10. 7)

 

 

기사 내용은요.. 그냥 느낌이 오실 겁니다. 우리 애가 생각보다 정말 자전거 잘 탄다.. 당분간은 걱정없다… 라는 얘기죠… 애가 넘어질지.. 아니면… 진짜 잘 타는지… 봐야할 듯 합니다.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니 시장 반응이 앞서 말씀드렸던… 경기 부양책 기대로 오를 때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만들어내었겠죠..

 

주가 하락 &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 & 금 가격 하락.. & 달러 강세… 이런 그림이네요… 오늘 밤에 나오는 9월 FOMC 의사록에서 Fed의 스탠스를 좀 더 지켜보시죠… 애니웨이..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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