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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13

by sperantia 2020. 12. 14.

간만에 눈이 왔습니다. 아침에 잠시 산책을 다녀온 후에 아이들과 집 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거닐다 왔네요. 어렸을 때에는 눈이 오면 그렇게 좋았었는데… 군대에 있을 때부터인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눈이 오면 그리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눈을 손으로 만지는게 솔직히 싫어지네요. 어렸을 때는 그게 이해가 안되었죠. 아빠 엄마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 눈사람 만들기에 적극적이지 않으셨는지를요.. 이제는 너무나 이해가 잘되네요. 나이가 들어가고 있나 봅니다.

 

눈도 눈이지만 코로나도 심각하네요.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이 넘었고 실제 어디서 감염이 되었는지.. 그 감염경로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 보다 큰 문제라고 합니다. 진짜 코로나가 바로 옆에 다가와있다는 그런 느낌… 점점 더 받게 되는 듯 합니다. 지난 3월과는 또 다른 것이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음에도 이렇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 보다 심각해지고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실제 코로나로 인해 실질적인 셧다운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다시 한 번 해봅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아니. 지난 목요일 밤…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추가 양적완화를 결의했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는 않았구요… 긴급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 양적완화의 규모를 늘렸죠. 1조 3500억 유로에서 5000억 유로를 증액, 총 1조 8500억 유로의 양적완화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와~ 양적완화 더 하니까 좋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게 시장 반응이 영 떨떠름합니다. 우선 유럽 주식 시장은… 무언가..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지난 6월에 추가 양적완화와 재정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이 화악 달려가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최근 달러 약세의 이면에서 연일 강세를 이어가던 유로화 가치 역시… 유로화를 대규모로 푼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음에도 시큰둥… 한 모습입니다. 유로 강세가 풀리지 않고 있는 거죠. 유로 강세는 수입 물가의 하락을 가져옵니다. 직접적으로 물가를 찍어 누르는 역할을 하죠. 하나 더.. 유로 강세는 유로존 수출 성장에는 마이너스가 되죠. 그럼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투자가 줄어들고… 고용이 늘지 않을 테니… 물가에는 마이너스 작용을 할 겁니다. 네.. 유로 강세는 수입 물가를 낮추고… 성장을 눌러버리면서 물가 하락 요인이 되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는 ECB에게는 힘을 좌악 빼버리는 그런 느낌일 겁니다. 실제 이번 ECB 회의 직후 있었던 라가르드 ECB총재의 인터뷰에서… 이를 보다 강하게 강조함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 경제에 깊은 우려를 표했으며 유로 환율을 주시하겠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중략)

 

라가르드 총재는 계속되는 유로 강세에 대해서도 ‘유로 절상이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로 환율을 매우 유심히 주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인플레이션율은 실망스럽게 낮다고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아니.. 돈을 더 푼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왜 시장이 이렇게 반응할까… 지난 주 에세이에서 다루어드렸는데요…. 지금의 중앙은행들은 고민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얘기를 해드려보죠. 제가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리.. 그 때 진통제를 처음 먹었는데요.. 진짜 씻은 듯이 낫더라구요… 그냥 멀쩡하게 걸어다니고 때로는 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약을 복용하면서 체육 대회 나가서 간단하게 족구도 하고 놀았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정말 심각하게 아파서 누워버렸죠. 그 땐 진통제를 더 먹었음에도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았답니다. 네… 그런 얘기가 있죠. 약도 너무 많이 먹으면 만성이 되어서 그 효용이 떨어진다라구요… 양적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기 부양책도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쓰게 되면… 잘 먹히지를 않는 거죠. 중앙은행이 쓰는 전가의 보도라고 하는 양적완화의 효능 효험이 예전보다 약해진 겁니다.

 

효능은 약해졌는데 부작용은 더 커졌습니다. 자산 시장의 버블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너무 심하죠. 경기가 안좋으니.. 중앙은행은 쓸 수 있는 카드라고는 양적완화 정도 밖에 없으니 돈을 풀 것이고… 그 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올테니.. 파티를 이어가면 된다라는 인식이 강해집니다. 실물 경제에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니.. 기업들은 설비 투자하고 공장을 늘리고 생산을 늘려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상 없습니다. 그냥 그 돈 가져다가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채권을 사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멋진 투자가 되는 것이죠. 돈을 풀면 풀 수록… 실물 경제는 침체 일로에 있구요… 더 많은 돈이 자산 시장으로 향하면서.. 자산 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를 더욱 더 확대시키게 됩니다. 실제 허리는 더 악화되고 있는데… 진통제 빨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 거죠.

 

이런 부작용이 크기에… 진통제도 조금은 덜 쓰고 싶은 거죠…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중앙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돈을 푸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돈을 뿌릴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럼… 이렇게 가는 거죠.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살짝 덜 뿌리는 겁니다. 돈을 주되.. 시장의 기대보다는 살짝 덜 주는… 그럼 우리 시장 참여자들은 실망감을 느끼기에 환호성을 내면서 주가를 더 쳐올리지 못하고… 대신에.. 돈을 공급하면서 하방을 막아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ECB의 정책 역시 비슷한데요.. 양적완화를 5000억 유로 늘려주면서 그 5000억 유로는 어디까지나 쓸 수 있는 한도이지.. 그걸 무조건 다 쓴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게 되죠.

 

엥? 이게 먼 소리??? 이런 겁니다. 마이너스 통장 열어보셨죠? 5000만원 마이너스 통장 열면… 그 돈을 모두 쓰지 않고.. 일부만 써도 되죠? 필요한 만큼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돈을 잡아 쓰면 됩니다. ECB 역시 마찬가지죠. 5000억 유로를 늘렸는데요… 이만큼 뿌리는 게 아니라.. 이 정도 한도 잡아놓고 필요한 만큼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네… 5000억 유로가 늘기는 했지만.. 그만큼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는 거죠.. 이 비슷한 거 언제 보셨냐면요… 미국 Fed가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을 기억하시죠? (이번 연말로 종료될 예정입니다) 시작할 때에는 75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회사채를 사주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는 200억 달러 사들이고 종료되고 있죠. 네.. 필요하면 사줄게~~ 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한도는 만들어놓고… 살 수도 있고 안살 수도 있게 되었으니.. 그거 참 애매하게 나오고 있는 거죠. 화끈하게 5000억 유로 전액 다 쏜다~~ 라고 말하기를 기대했던 시장이었기에.. 이에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사 인용하죠.

 

 

“일반적으로 통화 완화책은 통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지만 이번 대책은 금융 시장에 선반영되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ECB가 팬데믹 양적완화 규모와 기간을 확대하기로 하면서도 이를 전액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책 실망감에 유로화를 강세로 밀어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상대적 약세로 흘러갔다는 설명이다.”(아주경제, 20. 12. 11)

 

네.. 인용 기사를 보면… 양적완화를 확대하면서도… 전액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점… 이게 실망스러웠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예전에 ECB가 양적완화 확대했을 때 기사를 하나 보여드립니다.

 

“8일 ECB가 공개한 9월 정책 결정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9월 경제 전망에서 최근 유로 강세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의사록은 ‘현 정보를 근거로 볼 때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은 전액이 사용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와 목표물 장기 대출 프로그램 조건 변화도 정책 도구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합인포맥스, 20. 10. 8)

 

 

네.. 이건 지난 9월 ECB가 추가 완화를 도입한 이후 회의 의사록에 나온 얘기입니다. 딴 것보다는 중간에 나오는 것처럼 전액이 사용될 것.. 이라는 점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전액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한도를 잡아놓았지.. 전액을 사용하지도 않을 수 있다고 했던 점이 뽀인트 되시겠습니다.

 

시장이 기대한 만큼 유로화 공급이 화끈하게 풀렸다면… 유로 약세 & 유로존 주식 시장 강세를 만들어내었을 텐데요… 그런 시장의 기대보다는 실망스러운 정책 발표가 있었던 듯 합니다. 그냥… 시장은요… 대책을 워낙 강하게 내주니까.. 고맙다… 가 아니라… 그 정도 대책을 계속 내줘요.. 주식 시장 밀어올리게… 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렇게 큰 기대를 갖고 있는데.. 반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현재의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호주 중앙은행은 최근 호주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특히 호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표하는 발언을 하고 있죠. 이는 뉴질랜드 중앙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금통위에서 가계 부채의 빠른 확대를 경계했던 한국은행 역시 비슷한 모습인데요… 관련 기사를 간단히 인용하죠.

 

“지난 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산 시장 조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차관은 ‘현재 진행 중인 실물과 금융 간의 괴리 현상이 자산 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금융 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다. 금융 당국이 최근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은은 이후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감대를 재확인한 셈이다.”(연합인포맥스)

 

 

네.. 기재부(정부)와 한국은행(중앙은행)이 함께 자산 시장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죠. 현재 호주, 뉴질랜드, 한국은행에 대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중국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중앙은행보다 매파적이죠. 계속해서 돈을 마구잡이로 풀어주는데 대해 가장 먼저 부정적 스탠스를 취했답니다. 그런 매파적인 스탠스로 인해 예상보다 취약했던(?) 국영기업들이 먼저 흔들리고 있는 거겠죠. ECB의 케이스까지 보시면… 이제 중앙은행이 마구잡이로 돈을 풀어서 지원을 해준다.. 라는 데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Fed가 남았죠. 다음 주 월화요일에 Fed의 FOMC가 있을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주식 시장은 살포시 묻어두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주목하고 있죠. Fed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더 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월 1200억 달러씩 진행되고 있는 양적완화 규모를 더욱 확대하거나.. 혹은 보다 만기가 긴 채권을 사주는 방안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Fed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어떤 정책을 도입하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살짝 실망스러운 대책을 내세우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최근 비슷한 고민을 했던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케이스를 인용해보죠. 기사 봅니다.

 

 

“9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BOC는 기준 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0.25%로 동결했다. QE관련 채권 매입 규모도 현행 주당 최소 40억 달러 캐나다 달러 규모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BOC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QE규모를 주당 5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줄이는 반면 장기물 위주로 매입하는 것으로 변화를 준 바 있다.”(연합인포맥스)

 

 

네… 10월에 BOC, 즉 Bank of Canada는 장기채 매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죠. 시장이 환호했는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이면에서는 채권 매입 규모를 주당 5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빼앗은 거죠. Fed 역시 BOC의 방식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민하고 있을 듯 합니다. 이번에 무엇을 주건.. 시장이 원하는 것처럼 양적완화 규모도 늘려주고.. 장기 채권도 더 많이 사주고.. 하는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시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3월과 사뭇 바뀌어버린 것들… 실물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금융 시장은 연일 뜨거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백신이 나오면서… 금융 시장은 더욱 더 환호했구요… 실물 경기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더욱 높아져있습니다.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실물 경기도 좋아지고… 경기 부양책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죠. 그렇지만 정책 당국에서는 그렇게 뜨거운 금융 시장이 줄 수 있는 부작용과… 백신에 대한 기대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부양책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변해버린 스탠스가 그것일 거구요… 미국의 재정 부양책이 생각보다 빨리 통과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OPEC+ 국가들의 공조 체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면서 왜 감산을 더 해야 하는데.. 라는 반론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구요.. 다시금 중국 때리기가 시작되는 이유도… 이제 좀 나아졌으니.. 미중 무역 분쟁을 재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일 겁니다. 시장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계속 도와줄 것이니.. 모두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괜챦으니까 이제 홀로서기를 시켜야 할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실물 경기의 괴리.. 그걸 메워주고 있는 정부 및 중앙은행과의 동상이몽을 계속해서 눈여겨 봐야할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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