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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10223

by sperantia 2021. 2. 26.

최근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오르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 같냐.. 라는 거죠… 요즘 외신을 보면… 미국 10년 금리가 1.5%가 되면 흔들린다.. 라고 하거나.. 1.75%가 되면 헬게이트가 열린다.. 이런 얘기들을 볼 수 있죠. 일단 공식적인 답변은요… “그걸 알면…” T.T 입니다. 실망스러우신가요.. T.T 그래도 무언가 코멘트를 드려야 할 듯 해서요.. 두가지만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금리의 방향성입니다. 지난 20여년간 금리는 하락 일변도를 보여왔죠. 그리고 지난 해 3월…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에서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강한 신용 경색 현상이 나타났답니다. 경제가 돌지 않으니…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 돈을 빌릴 수가 없으니.. 현금이 왕인 시기가 찾아온 거죠. 예를 들어 대출이 7월에 만기를 맞는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았더라도… 시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보고.. 향후에도 현금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보고… 일단 현금을 땡겨놓아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미국 장기 국채도 팔면서 현금 확보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그럼 장기국채를 팔면서.. 장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뛰어오르는 그림이 나타나게 되죠.

 

경기도 무너지고 있는데… 국채 금리까지 뛰면… 그야말로 패닉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Fed가 나서서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것을 한 겁니다. 시중에 돈을 무제한으로 공급해준거죠… 언제까지? 금리가 밀려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돈을 푼 겁니다. 그럼 이후 시장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네… Fed가 금리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겁니다.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걸 갖게 된 거죠.

자.. 지난 20년간 금리가 내려왔고… Fed가 금리가 뛰는 것을 제어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했을 겁니다. 금리는 계속 내려갈 수 밖에 없어… 조금 오르더라도… 금융 시장이나… 실물 경제가 부담을 느끼는 그 순간 금리를 잡아내려줄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금리가 올라오는 거죠.. 에이.. 금방 찍어눌러줄거야.. 하는데.. 어어어어어… 하면서 금리가 올라오는 그림… 이게 나온 거죠. 지난 해 8월 0.6% 수준이었던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어느 새 1.35%까지 올라왔구요… 오늘 새벽에는 1.4%의 턱밑까지 올라왔답니다. 에게게… 1%도 안올랐는데… 뭐가 부담이지..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금리의 방향이 바뀐 겁니다.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혹은 올라올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하던 투자자들이 이제 긴장하기 시작한거죠. 네.. 금리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이게 시장에는 분명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부채의 레벨입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했던 2004년은 카드 대란 직후 시기였죠. 당시 가계부채가 300조원에 달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네.. 1700조원이죠. 2004년 대출 금리가 4%정도였는데요… 그럼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300조원의 4%니까 12조원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금리가 많이 내려서 2%인데요…. 1700조원의 2%면… 34조원이 이자로 나갈 겁니다. 금리가 낮아졌어도.. 부채의 총량이 늘어났으니…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 거죠.

 

자… 그럼 이렇게 여쭤보죠. 2004년에 금리가 1%오르는 것하고… 지금 금리가 1% 오르는 것하고.. 어느 쪽의 부담이 더 클까요? 04년도에 금리가 1%오르면.. 300조원의 1%니까 3조원의 이자 부담 증가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네… 17조원의 부담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똑 같은 1%가 중요한 게 아니구요… 당시에 비해 부채의 규모가 훨씬 늘었기에… 지금은 금리 1%에 받는 충격이 훠얼 더 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얘기를 왜 했느냐구요… 이렇게 생각해보시죠. 코로나 이전과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네… 부채가 훨씬 많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나타났던 경제 충격을 돈 풀기로.. 부채를 늘려서 메워버린 거죠. 그럼 전세계적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난 만큼… 금리 상승에 의해 받는 충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례적으로 많은 부채는요… 금리 0.1% 상승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미국의 정부 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금리가 낮아졌기에.. 실제 정부의 이자 부담은 크지 않다는 얘기… 그런데 만약 금리가 오르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수 있겠죠. 네… 금융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유동성 공급에 의존하여 성장이 나타날수록… 금리가 조금 오르는 것에 의해 받는 충격이 훨씬 더 클 겁니다.

 

자.. 그럼 코로나 이전과 이후.. 금리의 상승이 받는 충격이 크게 다르다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몇 % 오르면 충격이 찾아올까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기가 너무나 어렵죠. 지금 이 정도 부채 수준에서 어느 정도 금리가 오르면 실물 경제가 충격을 받을까요… 라는 질문에 Fed는 답할 수 있을까요? 파월 의장이… 1.5432115%가 되면 충격을 받을 겁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숫자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인간계가 아닌 신계에 사는 사람이겠죠. 누구도 선험적으로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에.. Fed 역시.. 어느 정도 명목 금리 상승에… 시장 금리 상승에 시장이 반응할지… 알 수가 없겠죠.

 

그럼… 어느 정도까지 명목 금리의 상승을 용인하겠다… 라는 포인트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일정 포인트까지 올리고… 시장 상황을… 실물 경제 상황을 보겠죠.. 큰 충격이 없다면… 조금 더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조금 더 용인하고… 그러다가 실물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면… 국채 금리 상승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겠죠… 시장은 Fed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데요… 지금 Fed는 다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죠. 이 둘의 동상이몽이 금융 시장에는 서서히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길게도 해드렸네요. 핵심은 두가지입니다.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 그리고 너무나 커져버린 금융 경제..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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