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처음으로 외투를 입지 않고 출근을 했네요. 이제 완연한 봄인 듯 하구요, 주중에는 바빠서 가보지를 못했지만 집 앞에 있는 중앙공원에 벚꽃이 만개한 것을 창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습니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는 하는데요, 그래도 가서 구경은 해야겠죠? 어렸을 때에는 벚꽃 구경 같은 거 진짜 안중에도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특정한 시기에 찾아오는 이런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애니웨이 불금입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고 뜻깊은 주말되시길 기원하면서 오늘 에세이 시작합니다.
오늘은 금 얘기를 좀 해드려볼까 합니다. 현재 온스 당 1730불 정도인데요, 종종 1700불선을 깨뜨리고 내려갔다 오곤 하죠. 1700불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지난 해 금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던 5~6월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 때 2050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금 가격이 올랐던 것을 기억하면 상당히 초라한 숫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럼 금 투자는 이제 그 기운을 다한 것인가에 대한 말씀을 드려봅니다.
금 가격이 부진한 이유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금은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스탠스에 그 어떤 자산보다 민감합니다. 주식의 경우 중앙은행의 스탠스.. 즉 중앙은행이 투입해주는 유동성도 주가 상승을 추동하는 요인이 되지만 해당 기업의 성장이 나왔을 때 주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죠. 반면 금은 자체적인 성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의 스탠스와… 그런 스탠스들 속에서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투자자들의 금 투자에 대한 인식… 예를 들어 돈을 더 풀 것 같으면 종이 화폐의 가치가 타락하게 될 것이니 금을 사면 된다… 이런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곤 하죠.
지난 해 5~6월 사이의 분위기를 잠깐 기억해보도록 하죠. 당시 Fed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회사채 매입 등의 강한 부양책을 썼었죠. 그리고 시장에서는 Fed가 YCC부터 시작해서 마이너스 금리, 혹은 주식 매입까지 정말 온갖 종합세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답니다. 코로나 사태가 상당히 길게 이어질 것이고… 실물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인 만큼 상당히 오랜 기간 종이 화폐의 공급을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분위기었죠. 그런데요… Fed도 지속적인 선긋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난 해 5월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거부했구요, 7월에는 주식 매입에도 선을 그었죠. 8~9월에는 애매한 평균물가목표제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구요, 마지막으로는 10~1월 사이에는 추가 양적완화에 선긋기를 했죠. 그리고 YCC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버린 것도 이 때 즈음이었습니다. 네.. 더 많은 돈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냈던 것이 Fed 였습니다. 시장은 이번 3월 FOMC를 통해서 Fed가 더 이상 화수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Fed 정책을 느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금은 먼저 이런 움직임을 감지했던 겁니다.
실제 10년 국채 금리의 바닥이 지난 해 8월에, 그리고 10년 실질 금리의 바닥이 지난 해 9월 초에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이후 금 가격이 큰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죠. 그리고 최근처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 이자를 전혀 주지 않는 황금색 돌덩이인 금은 더욱 더 힘겨워하는 모습입니다.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그리고 시장 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금리가 더 내려가지 않게된다면 금은 더욱 더 고전하게 되지 않을까요?
비트코인의 부상은 취약한 상황에 몰려있는 금에게 또 다른 형태로 부담을 주게 됩니다. 금이나 원유, 비트코인은 모두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는 대체 투자의 영역에 해당이 될 겁니다. 대체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이겠죠. 아시는 것처럼 국제 유가가 OPEC+의 감산 공조에, 그리고 실물 경기 회복 기대에 힘입어 아주 강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배럴 당 60달러를 넘겨버렸죠. 지난 해 4월 배럴 당 -40불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겁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경우… 테슬라와 페이팔을 중심으로 실제 결제에도 활용이 될 것이라는 소식에 향후 기관들이 대체 투자 영역에서 많이 담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죠. 금은 고전을 하는데 원유와 비트코인이라는 매력 덩어리들이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그럼 대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금을 비우면서 원유와 비트코인을 담게 되지 않을까요? 네.. 금과 비트코인이 지난 해 9월 정도까지는 동행하는 흐름이었는데요, 그 이후에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죠. 비트코인은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금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부분을 정리하면 잘안될 것 같은 금을 계속 비우고 잘될 것 같은 비트코인을 계속해서 더 담게 되면서… 자산 자체에 스크래치가 난 상황에서 수급의 움직임이 그 방향을 훨씬 더 크게 키워버렸다.. 이렇게 해석하면 될 듯 합니다. 이 외에도 금, 은 거래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도 있었는데요… 음.. 이건 아주 크지는 않다고 봅니다.
금 가격이 하락한 이유를 설명드렸는데요, 앞으로의 움직임이 보다 중요하겠죠. 우선 코인 쪽에 대한 예상은 제가 해드리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 차례 에세이에서 언급해드렸던 것처럼… 그리고 외신에서 나오고 있는 보도처럼 비트코인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반작용도 보다 강해진다고 했었죠. 코인이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관들이 더 많이 담으려고 하는 만큼… 만약 규제가 코인의 활용을 제한하게 된다면 반대의 움직임 역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 비트코인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금 가격이 반등을 하는 경우를 최근에 몇 차례 볼 수 있었죠. 코인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그리고 규제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가 없는 만큼 코인과 금에 대한 언급은 요 정도로 패스할까 합니다.
수급에 대한 이슈보다 근본적인 것은 중앙은행의 스탠스라고 생각합니다. 바뀌어버린 Fed의 스탠스.. 거기에 금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씀드렸죠….. Fed는 현재 백신과 경기 부양책의 효과로 성장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리고 경제 주체들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 수준 붙어있기에 아직 대놓고 하지는 못하지만 밑장 빼기 식의 출구 전략을 이어가고 있죠. 앞서 말씀드렸던 보다 많은 돈 뿌리기에 대한 거부부터 시작해서 지난 해 도입했던 각종 대출 프로그램은 철폐를 했구요, 논란이 되었던 SLR의 연장도 드랍시켜버렸죠. 19년 9월 이후 이어져왔던 RP 채널을 통한 자금 공급을 폐지했고 지난 FOMC에서는 반대로 역 RP 를 통해 단기 시장에 남아도는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정책을 도입했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주목하시는 것처럼 장기 시장 금리의 상승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출구 전략이 현재 쌓여있는 거대한 부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8년으로 돌아가죠. 당시 Fed는 전격적인 금리 인상 등을 통한 출구 전략에 나서게 되었는데요, 출구 전략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되자 2018년 4분기부터 실물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징후를 느끼게 되죠. 그러자 2019년 초에는 금리 인상을 멈추고, 2019년 3월에는 양적긴축을 중단했으며 2019년 5월말에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답니다. 그리고 2019년 7월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금 가격은 금리 인하를 시사했던 2019년 6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기도에 접어들기 시작했답니다.
네.. 지금 Fed는 이른 바 스텔스 출구 전략을 통해서 살짝 살짝 시장 금리의 상승을 유도하면서 시장의 간을 보고 있죠. 어느 정도에서 부채가 큰 부담을 느끼는지를 계속해서 살피려 할 겁니다. 워낙에 부채가 커져있는 만큼… 시장이 한 순간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다시금 스탠스의 전환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2020년… 위기 상황이 펼쳐지자 매우 빠른 대응을 했던 것처럼…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시장이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Fed의 스탠스 전환 역시 매우 빠를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2019년의 전환보다 속도가 빠르다면… 이는 금 가격의 반등에 힘을 실어주겠죠.
물론 그 시기를 알 수는 없을 겁니다. 장기 금리의 상승이 시장에 부담을 주게 되는 상황… 그 때 Fed가 장기 금리를 눌러주는 스탠스로 전환할 때… 금 가격이 다시 한 번 힘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부채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부채 부담을 한꺼번에 줄일 수는 없기에… 조금 상황이 좋아질 때… 일정 수준 줄이고… 이런 부채 축소에 시장이 아파하면… Fed의 지원이 나와서 아물게 해주고… 시간을 끌면서 좀 나아지면서 성장이 나오면 또 부채를 줄이고… 아파하면 또 지원해주고… 마치..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할 때 차를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수차례 반복해야 할 겁니다. 네… 은근한 출구 전략을 기도하지만 부채라는 늪에서 Fed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죠. 이는 금 가격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구요… 내 포트폴리오에서 부채의 부담을 헤지하는 차원에서 금은 좋은 자산이라고 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주말 에세이에서 인사드리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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