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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10404

by sperantia 2021. 4. 8.

어제는 봄비 치고는 정말 비가 격렬하게 쏟아지더군요. 주말마다 비가 쏟아져서 벗꽃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번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점심 때 되니까 반짝 해가 나면서 정말 좋은 날씨로 바뀌네요. 잽싸게 가족들과 뛰쳐나갔는데 와… 공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모두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네.. 코로나.. 너무 지겹죠. 또 다시 500명 대로 올라갔다는 얘기에 힘이 주욱 빠지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끝은 있겠죠? 그 끝을 생각하면서 희망을 갖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봅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세가지 이슈에 대한 단상을 전해드려보죠. 우선 첫번째는 아케고스에 대한 얘기입니다. 음.. 사건의 전말은 워낙 유명한 사건이었던 만큼 다들 잘 아실테니까요… 과감히 생략하도록 하죠. 저는 아케고스 사태는 너무 많은 유동성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안은 상태로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가 되어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돈이 더 많이 흘러나올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는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더 많은 돈을 빌려서 위험 자산을 매입하는 거죠. 위험 자산 쪽으로 계속 돈이 들어와서 내가 산 주식을 뒤에서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두려움없이 레버리지를 안고 위험 자산을 사들이게 되는 겁니다. 비단 주식 뿐 아니라 금리를 조금이라도 높게 주는 채권이라고 하면 두려움없이 사들이고 있는 거죠.

 

이런 자산들은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에, 혹은 팔리더라도 훨씬 낮은 가격에 fire sale을 해야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에 급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그야말로 노답인 상황이 됩니다. 네… 현금은 쓰레기라는 얘기가 많죠. 쓰레기는 보유하고 있으면 안되죠. 더 많은 빚을 내서 쓰레기를 빨리 자산으로 바꾸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위험 자산 쪽으로, 비유동성 자산 쪽으로의 쏠림이 보다 강해지게 되구요, 작은 이슈 하나 하나에 이런 위험 자산의 가격 변동이 커지게 되면 자산 시장 전체가 뒤흔들리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번에 보니까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조기에 탈출을 해서 큰 피해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구요, 크레딧 스위스와 노무라는 조기 탈출에 실패해서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죠. 그 뉴스와 함께 크레딧 스위스와 노무라에게는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본 글로벌 투자 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내가 보유하고 있는 비유동성 자산이나 상당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사들인 위험 자산에 대해 한 번 정도는 돌아보지 않았을까요? 혹은 이런 위험 자산의 가격 변동이 나타날 때는… 누구보다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도 무대 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문 쪽에서 춤을 추는…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네.. 개인들은 모르지만 대형 투자 기관들의 경우, 이런 사태가 향후 벌어졌을 때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가 되기를 원하지… 크레딧 스위스와 노무라의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게 될 겁니다.

 

물론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투자자들은 이번 아케고스 케이스를 보면서 “쫄지마~ 이번이 저가 매수의 기회야~ 풀 베팅 가즈아”라고 말할 수 있겠죠. 반면 크레딧 스위스의 굴욕을 보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게 된 투자 은행들은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향후에도 무리한 투자에는 부담을 느끼는 쪽으로 바뀔 수 있을 겁니다. 밀리면 사자…로 대변되는 저가 매수가 맞는지… 리스크 관리가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 예를 들어 그린실의 파산이라던지… 혹은 게임 스탑을 통해 보시는 것처럼 이례적인 자산 가격의 흔들림.. 그리고 극단적 변동성을 보여주면서 포스를 뿜어내는 코인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됩니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보다 큰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 그게 바로 이번 아케고스 사태라고…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아케고스 사태에 뒤이어서 OPEC+의 증산 발표 얘기를 좀 해보죠. 지난 주 목요일 사실 원유 시장에는 수에즈 운하 뚫린 것보다 훨씬 큰 이슈가 하나 터지죠. 그게 바로 산유국들의 증산 발표였습니다. 적어도 OPEC+ 내에서는 사우디가 선제적인… 그리고 타의 모범이 되는 감산을 단행하면서 산유국 간 공조에서 강한 리더쉽을 보여줬죠.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우디의 리더쉽과 그 리더쉽을 믿고 따라갔던 산유국들의 스탠스였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증산을 발표하게 되었죠. OPEC+의 증산 발표가 있기 불과 2일 전에 사우디 측에서는 원유 시장의 수요가 향후에 약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죠. 아마 저를 포함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 메시지는 향후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에.. 지금 상황에서 경기 좀 돌아서는 것 같다고… 원유 가격 좀 올라왔다고 원유 증산에 나서면 국제 유가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와… OPEC+에서 전격적인 증산 발표를 한 거죠.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서프라이즈가 나타난 것인데요, 증산 발표는 국제 유가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요인입니다. 이번 미국 고용 지표의 대박 서프라이즈가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제 유가가 추가로 더 버텨줄 수는 있지만 그 동안 국제 유가를 지탱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공급 사이드의 공급 확대 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죠.

 

언론에서는 이란과 리비아를 주목하면서 OPEC+ 의 원유 감산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리비아는 지난 해부터 이어졌던 원유 감산 공조에 들어가있지 않죠. 이란의 경우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감산부터 하고 들어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구요, 리비아 역시 내전에서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여타 큰 문제가 없었던 다른 국가들과 원유 감산 공조에 나서는 것이 사뭇 짜증나는 일이었을 겁니다. 이란과 리비아가 감산 공조에서 계속 열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다른 산유국들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했겠죠. 경기도 좋아지고 이제 원유 수요 시장이 살아나고… 코로나도 끝날 것 같은데… 이제 원유 팔아서 장사 좀 해야 하는 거 아님… 이라는 반론과 함께 이란과 리비아만 생산 맘껏 하게 해주고, 나머지는 산유국 간 협의라는 족쇄로 감산을 유지하도록 하니… 이제는 반발이 더욱 커져나올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반발의 일환이 바로 이번 OPEC+의 서프라이즈 증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때, 그리고 경기 회복에만 전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에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런데, 조금 상황이 개선되면 부담이 상당 수준 줄어든 만큼 그런 공조에서 벗어나려고 하죠. 이번 OPEC+의 케이스도 마찬가지이구요, 미중 간에 보다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기술 분쟁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아케고스 사건에도… 미중 반도체 분쟁으로 인한 중국 기술주의 급락이 영향을 미쳤었죠. 이제 상황 좀 개선되자 경기도 좋아지는 만큼 약간의 충격 정도에는 버텨낼 수 있을 만 할 것 같으니 이렇게 공조에 균열이 가해지는 겁니다. 지난 해 자산 가격의 상승을 지탱해왔던 하나의 축인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기 회복 공조… 산유국을 중심으로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닌가… 지켜봐야 할 포인트일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얘기는 어제 새벽에 발표가 된 미국의 고용 지표죠. 진짜 제대로 서프라이즈였답니다. 100만명까지는 아니었지만 91만명이 늘어나는 서프라이즈를 연출했구요, 지난 1,2월의 고용자 수도 각각 상향 조정되는 등 거의 파티 분위기였죠. 미국의 고용을 중심으로 한 실물 경기의 회복 가능성을 한층 높인 그런 소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이번 만큼은 옐런 재무장관과 파월 의장이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통해서 금융 위기 이후 제대로 집을 나가버린 성장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뉴스였죠. 아주 아주 고무적입니다. 그런데요… 요즘 꽤 민감한 모습을 보였던 채권 시장에게는 부담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를 다시금 넘어서는 등 금리의 상승세가 재차 나타났죠.

 

음… 지난 번 10년 금리의 고점이 1.77%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아주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저는 10년 금리보다는… 2년과 5년의 중기 국채 금리에 보다 눈길이 가더군요. 2년 국채 금리와 5년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죠. 10년 금리가 그렇게 강하게 튀어오르는 동안에도 멍 때리면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지 않던 2년 금리가 강하게 반등하는 것에 상당히 놀랐답니다.

 

중앙은행은 초단기 금리를 조절합니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초단기 금리를 정책적으로 결정하고… 그 금리를 기준금리라고 선언하죠. 예를 들어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0.5%인데요, 이 경우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7일 만기 국채 금리를 0.5%에 맞추기 위해 한국은행은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이 7일 만기 국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다른 만기의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7일 금리를 눌러버리면… 비슷한 만기를 가진 2주 금리, 1개월 금리, 6개월 금리 등..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영향을 많이 받게 되겠죠. 실제 2년 정도까지의 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곤 합니다. 반면 10년 국채 금리의 경우… 7일 금리를 조절해서 10년 금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상당히 어렵죠.

 

파월 의장은 수 차례 기자 회견을 통해 기준 금리의 인상은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죠. Fed가 사실 상 I don’t care를 선언한 10년 국채 금리가 급등을 해도… 단기 영역에서는 Fed가 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초단기 금리를 비롯한.. 그 영향의 사정권에 들어와있는 영역의 금리를 눌러주고 있었기에 2년 금리는 오르지 않았던 겁니다. 다시 다시..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영향을 받기에 크게 오르지 않았구요… 장기 금리는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에… 크게 튀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고용 지표 발표 후에 2년과 5년 금리가 큰 폭으로 튀어올랐던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단기 영역의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요… Fed 파월 의장이 아무리 2023년을 언급하더라도 그보다 더 빠른 금리 인상, 혹은 긴축을 단행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음을 말하죠. Fed가 계속 잡고 있으면 단기 금리는 오르지 못할텐데.. 이번 고용 지표를 보니까… Fed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잡아주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을 읽을 수 있기에.. 눌려있던 단기 금리가 큰 폭으로 튀어올랐던 겁니다.

 

예전에 설명해드렸었던 서머스와 옐런의 논쟁을 보죠. 서머스는 이번 재정 정책이 워낙 거대하기에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었죠. 반면 옐런과 파월은 아직 미국 내 실업자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임금이 오르지 않기에 진성의…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징후는 없다는 얘기를 했답니다. 네, 여전히 고용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유가 상승, 달러 약세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있어도… 실물 경기의 제대로 된 임금 상승에 기반한 물가 상승은 없다고 한 거죠. 그리고 Fed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휘둘리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고용 지표를 보면… 옐런과 파월이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고용 시장의 부진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개선될 것 같지 않나요? 생각보다 고용 시장의 회복이 빠르다면 물가의 상승세 역시..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물가 상승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럼 Fed 역시… 스탠스를 바꾸게 되지 않을까요? 네… 이게 시장이 느끼는 감정이구요… 그 감정이 그 동안 Fed의 완화적 스탠스 덕에 크게 눌려있던 단기 국채 금리의 급등을 만들어냈던 겁니다.

 

만약… 고용 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지게 되고… 물가 상승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두려움이 커지게 되면…. 이런 트랩에 빠져버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Fed가 기존의 스탠스에서 벗어나서 조기 금리 인상 등의 긴축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면… 당연히 금리 전반이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구요… 만약 Fed가 조기 금리 인상은 없다… 우리는 마이웨이다… 라고 선언한다면… 물가 급등의 징후가 이렇게 뚜렷한데… 물가를 잡아주는 파수꾼인 Fed가 넋놓고 있기에.. 물가가 튀어오를 것이고… Fed는 뒤늦게 여기에 반응하면서 금리를 인상하게 될 수 있겠죠. 정리하면 영악한 시장 입장에서는 Fed가 물가 상승 우려에 긴축 전환 시 금리가 오를 것이고… 여전히 기존과 같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 물가 상승을 보다 자극할 수 있기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Fed가 어떻게 나오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그런 트랩을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트랩이라고는 말씀드렸는데요, 결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의 신뢰… 여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이슈가 될 수 있는 거죠.

 

네.. 오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케고스 사태, 산유국의 예상 밖의 증산 소식, 그리고 고용 지표의 서프라이즈… 에 대한 단상을 적어봤습니다. 아케고스 사태는 너무 많은 유동성이 레버리지를 머금고 위험 자산에 매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사태임을, 그리고 투자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죠. OPEC+의 예상 밖 증산은 경기 회복 상황 앞에서 기존의 공고했던 공조 체제에 균열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중 기술 분쟁, 혹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머징의 불안 역시 이런 공조의 균열과 연관되어 있겠죠. 마지막으로 서프라이즈 고용은 Fed에 대한 채권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죠. 강한 성장이 이런 악재들을 즈려밟고 실질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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