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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417

by sperantia 2022. 4. 18.

개인적으로 걷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골프를 못치는 대신 걷는 취미가 제대로 붙어서요, 하루에 15000보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2만보 정도를 목표로 걷곤 하는데요… 걸을 때 6000~8000보 정도 걸으면 아… 괜히 걸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 정도 즈음에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걸으면 힘이 나곤 하죠. 그 커피 중 가장 좋아하는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는 싶은데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이게 쉽지가 않죠. 그래서인지 그 해 첫 아이스 아메를 마시는 순간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간만에 찾아온 따뜻한 날씨 정말 반갑네요. 다음 주에는 부산과 대구 출장이 있는데, 거기서 더 따스한 날씨를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 기대를 갖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해보죠.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 상 거의 종료되었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일상으로의 복귀..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듯 하구요, 더 많은 사람들이 2년 반 전에 누렸던 편안했던 삶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제 5월 FOMC에서 0.5%를 인상하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듯 합니다. 연준 금리 인상 확률도 보시면 5월에 0.5%를 인상할 확률이 거의 91%에 달하고 있습니다. 1주일 전에 80%였던 것에 비교해보면 더 크게 늘어난 숫자죠. 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네요. 연말까지로 시계열을 늘여보면 2.5%이상으로 기준 금리가 인상될 확률이 87%에 달하고 있죠. 2.5%까지 기준 금리가 인상되려면 현재 레벨에서 9차례 0.25%씩 더 올려야 합니다. 다만 FOMC가 6차례 밖에 남지 않았으니 적어도 3회는 0.5%의 인상을 해야하는 거죠. 네… 어쩌면 1월에도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더 나았을 수 있죠. 앞에 기준 금리 인상을 마일드하게라도 선제적으로 진행해두면 뒤에 0.5%씩 몇 번 연속으로 인상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구요.. 한국은행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5월 인상을 예상했었는데 4월에 기준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 어쩌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 한국은행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금리 인상을 등 떠밀려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미국 경제는 50년래 최저 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소비가 강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죠. 0.5% 인상이 몇 차례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인상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미국 금리 인상이 정말 많이 빨라진다면 미국보다 천천히 속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사전 금리 인상을 해두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국내적인 물가 상승 요인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추수하는 차원의 금리 인상이라면… 미국 연준의 스탠스를 예측할 수 없는 바, 약간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최대한 금리 인상은 진행해두는 것이 좋겠죠. 

 

자.. 다시 연준 얘기로 돌아가죠. 만약 5월에 0.5%의 빅샷 인상을 단행한다면 2000년 5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금리 인상입니다. 22년 만에 이루어지는 금리 인상인 만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물론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22년 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되새겨보면 좋겠죠. 

 

1999년 여름으로 갑니다. 98년 LTCM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전격적인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섰죠. 19년에 단행했던 보험적 금리 인하처럼 당시 진행되었던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에 상당한 열기를 넣어주게 됩니다.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등의 디폴트가 향후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연준의 걱정… 이런 걱정을 반영한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앞 뒤를 자르면 미국 경제가 양호함에도 금리 인하가 단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당시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더랍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죠.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자산 가격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그린스펀은 기준 금리 인상 카드를 매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99년 여름부터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죠. 당시 4.75%였던 기준 금리를 5%로… 0.25%로 인상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이후 0.25%씩 인상하면서 2000년 초 6.0%까지 기준 금리를 인상했었죠. 

 

기준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으니 금융 시장이 긴장하지 않았겠는가… 아뇨… 당시에도 비슷한 철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Buy the Dip이죠. 연준 풋 역시 여기서 함께 등장합니다. 시장이 흔들리면 결국에는 연준이 나서서 밑을 막아줄 것이라는 환상.. 지금이야 금리를 인상하지만 자산 시장이 긴장하면 기준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런 것들도 함께 작용하고 있었죠. 그리고 자산 가격이 강한 흐름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0.25%수준으로 천천히 이루어지자 금융 시장은 보다 뜨겁게 달구어지기 시작했더랍니다. 99년 하반기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나스닥이 정말 광분을 하는 느낌었죠. 그리고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10일 5100포인트를 등정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이후 주식 시장이 큰 폭 하락했는데요, 나스닥의 하락폭은 컸지만 상대적으로 S&P500지수와 다우존스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죠. 그리고 나스닥 시장에서도 이제 연준의 금리 인상은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인지 2000년 4~5월이 되면서 고개를 다시금 들려는 모습을 보였더랍니다. 그리고 이 때 터진 얘기가 바로 0.5% 빅샷이었죠. 빅샷을 눈 앞에 둔 당시의 금융 시장… 폭풍전야처럼 정말 긴장에 긴장을 거듭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기사를 통해 그 분위기를 전해드려보죠. 

 

실제 00년 5월 16일 이전인 그 해 5월 초까지는 0.25% 인상 가능성을 보다 높게 봤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기록들을 보면 0.5%인상도 고려가 되고 있다.. 는 얘기가 나왔구요.. 5월 둘째주를 넘어가면서 0.5%인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었죠. 기사 인용합니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FRB가 인플레이션 징후에 자극 받아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오히려 높일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매일경제, 00. 4. 16)

 

 

00년 4월 16일… 즉,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1개월 전의 기사입니다. 그리고 0.5%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이 긴장감을 바짝 가질 때.. 5월 16일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바로 전날 기사를 보시면 이런 얘기가 나오죠. 

 

 

“로이터 통신이 12일 굴지의 투자금융회사 분석가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7명이 0.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그런데도 월가와 주식 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차라리 큰 폭의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만약 FRB가 이번에도 지난 해 6월 이후 5차례의 금리 인상처럼 0.25%포인트만 올릴 경우 금융 긴축이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다. 플로리다주의 한 투자금융회사 분석가인 래리 라이스는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경우 우리는 안도감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알의 어린이용 아스피린은 더 이상 필요없다. 한꺼번에 한 알을 달라’는 게 시장 분위기라고 이 통신은 표현했다.”(국민일보, 00. 5. 15)

 

 

멋진 논리네요. 우선 29명 중 27명이 0.5%인상을 예상했다면 사실 상 90%정도 확률로 금리 인상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걱정할 것 없다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0.5%인상처럼 통 크게 가야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지.. 0.25%씩 자잘하게 인상하면 또 인상하고 또 인상하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거죠. 그래서 통 크게 0.5%인상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니까 0.5%인상이 더 낫고.. 이렇게 될 경우 시장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죠. 0.5%인상 바로 직전의 기사입니다. 

 

그리고 금리 인상이 실제 단행된 당일은 어땠을까요? 네.. 0.5%인상이 이루어진 00년 5월 16일.. 실제 미국 주식 시장은 하늘을 날았죠. 네.. 이틀 연속 나스닥을 중심으로 큰 폭 상승했었답니다. 당시 나왔던 기사를 인용합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그 동안 증권 관계자들은 FRB가 16일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제하에 주식 거래를 해왔다’며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주식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동아일보, 00. 5. 16)

 

 

네.. 이미 0.5%인상은 시장에 선반영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네요.. 선반영이 된 만큼.. 실제 인상이 이루어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고… 충분히 반영되었으며 향후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만큼 도움이 크게 된다… 라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다음 날 기사 하나 더 인용해드립니다. 

 

 

“이날 시장은 FRB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에도 불구,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CPI등이 시장에 우호적으로 발표된 데 영향을 받은데다, 특히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며 매수세가 물밀 듯이 유입된 것이다. 

 

시장 분위기에 고무된 탓일까.. 향후 시장을 낙관시하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그린스펀 다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골드막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헨이 이날 오전 금리 인상이 0.5%포인트로 결정되어도 앞으로 주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녀는 이날 아침 주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이미 채권 및 주식 시장에 반영됐으며, 이 같은 정책 결정이 미국의 경기 확장 국면을 계속되게 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동아일보, 00. 5. 17)

 

 

옛날부터 마켓을 보셨던 분이라면 골드만삭스의 조셉 코헨을 기억하실 겁니다. 정말 반가운 이름이죠.(아닌가요?ㅎㅎ) 이 분이 사실 00년 3월에 나스닥이 5000포인트를 넘어설 때 너무 많이 올라서 추가 상승룸이 적은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정점에서 나스닥을 흔들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는데요, 3000선까지 급락한 이후에는 낙관적인 스탠스를 이어갔었죠. 맞다 틀리다보다는 이 분이 당시 기술주 초강세장을 예상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고, 그 논거 역시 상당히 탄탄했더랍니다. 다만 적어도 저 기사에서 만큼은 0.5%인상에 대해 다소 낙관적으로 해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애니웨이… 상당 수준 선반영되었다… 라는 얘기와 함께 0.5%인상은 마치 호재인 것처럼 시장에 인식이 되면서 0.5%인상 이후에도 이틀 간 주식 시장이 초강세 흐름을 보이다가… 이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었죠. ‘00년 5월 16일 6.0%에서 6.5%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었는데요. 여기서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7.5%까지 간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6.5%까지 단행했던 00년 5월의 FOMC가 마지막이었죠. 이후 미국 연준은 이듬해인 01년 1월 초 긴급 FOMC를 열면서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구요… 이 때를 전후해서 IT버블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더랍니다. 

 

IT버블 얘기를 하면 당시에는 실적도 나지 않는 주식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크게 하락한 것이다.. 라는 코멘트를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요, 실제 흐름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꼭 그런 것 만도 아니더군요… 2000년 3월 나스닥이 고점을 찍고 큰 폭 하락했는데요, 2000년에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적이 나지 않는 기술주들의 하락폭이 특히 컸습니다. 당시 대장주였던 인텔의 경우 2000년 3월 고점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안정적 흐름을 보였구요.. 00년 9월이 되어서야 하락했더랍니다. 당시로 보면 퀄리티 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2000년 말부터는 다우존스 지수와 S&P500지수도 큰 폭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죠. 2000년 말부터는요, 기술주의 멀티플이 깨졌다기보다는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그리고 높아진 금리로 인해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었죠.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 소비 경기를 제어하기 위해 01년 1월 초 0.5%긴급 금리 인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후 0.5%씩 빠르게 금리를 인하했지만 문제는 이후에 만났던 9.11테러였죠. 

 

테러가 침체를 부른 건 아니지만 테러가 침체를 보다 깊게 만든 것만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0년에는 나스닥 기술주 중심으로 해서 멀티플이 무너진 것이 팩트였지만… 이후에는 실물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면서 다우존스, S&P500과 같은 실적도 나는 대형주들도 힘겨워했던 것이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이어졌던 IT버블 붕괴였죠. 저는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구요… 9.11테러는 군대에서 만났더랍니다. 당시에는 금융 시장을 직접 모니터링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자료들을 차근히 뒤져보면서 자료를 읽어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마지막 0.5%인상을 했던 날… 그 전후의 이야기를 전해드려봤습니다. 재수없게 주가 하락하던 때를 얘기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당시와 지금의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0.5%의 금리 인상이 당시와 같이 안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죠. 단순히 0.5%인상은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으니 호재, 0.5%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으니 노 프라블럼, 0.5%인상은 불확실성의 해소를 가리키고 있으니 호재… 와 같이 너무 낙관적인 잣대만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 역시 어느 정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지막 0.5%인상을 하던 날의 상황을 전해드리면서 오늘 주말 에세이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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