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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10

by sperantia 2022. 5. 15.

지난 몇 차례 에세이에서 말씀드리고 있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Buy the Dip과는 정반대의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죠. Buy the Dip하에서는 악재가.. 그리고 주가의 하락이 가장 큰 호재였죠. 쫄지마… 하락할 때 들어가면 더 많이 살 수 있어.. 라는 로직이 작용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쫄보 연준이 가장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주가가 하락할까봐 연준이 전전긍긍한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연준을 최대한 활용했죠. 

 

연준이 비둘기파로 나오면 환호했고, 매파로 나오면 경기가 둔화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니.. 시차를 두고 비둘기로 전환할 것이기에 더욱 환호했습니다. 매파로 나오면 당장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후에는 크게 오른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아니아니… 참여자 모두가 깨달았기에..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매파로 나온다고 해도 팔지 않겠죠. 네.. 매파에 반응하지 않고… 되려 비둘기 전환에 대한 기대를 불태우면서 주가가 밀려올려가는 그림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게 Buy the Dip의 위력이었죠. 그런 Buy the Dip이 올해 초부터 주식 시장이 흔들리자 조금씩 조금씩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환경에 들어오게 되면서 프레임워크가 이렇게 바뀌는 듯하네요.. 

 

연준이 매파로 나오게 되면… 과거처럼 ‘지덜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어쩔성장주~’… 이런 반응을 보이다가 이제는 매파로 나오면 언제까지 금리 인상하지.. 금리 인상에 진심인데…. 라고 받아들이고 있죠. 악재가 악재로 읽히는 겁니다. 비둘기파적으로 나오면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에 뒤쳐진 연준이 빠르게 매파로 전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네.. 매파는 당장 매파이구요… 비둘기파는 시차를 두고 매파로 읽히게 됩니다. 네.. Buy the Dip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 워크죠. 

 

기존의 프레임워크는 인플레이션이 실종되었기에.. 연준이 마구잡이로 돈을 뿌리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죠. 돈을 마구잡이로 풀게 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가 나타나야 하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럼 안심하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게 되면..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게 되면 얘기가 다릅니다. 연준이 돈을 풀 수가 없죠. 오히려 당장 눈 앞에 다가와있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니.. 반대의 프레임워크가 형성되는 겁니다. 금융 시장에는 상당한 악재라고 할 수 있죠. 

 

그럼 결국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인데.. 이거 해소가 가능할까… 이게 핵심이 될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연준이 중간 중간 지난 FOMC에서 보였던 것처럼 인플레를 잡으려는 의지를 늦추는 모습을 보이면 더욱 더 오랜 기간 인플레가 기승을 부릴 수 있죠. 아프더라도… 그리고 계속 미루어왔더라도 지금 인플레를 잡는 수술을 하고 가야 깔끔하겠죠. 수술 안한다고 하면 당장은 환호하면서 다행이라고… 수술 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좋아하겠지만.. 인플레라는 지병은 더욱 더 깊어지기에 나중에 더 큰 수술을 해야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겠죠. 서머스의 조언처럼 연준이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한눈 팔지 않고) 역설적으로 빠르게 인플레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지금 물가 상승을 추동하는 것은 공급망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수요 측에서도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요인을 갖고 있죠. 미국의 소비는 여전히 탄탄합니다. 그 소비가 임금 상승에 의해 추동되는 것도 있구요(물론 물가 상승세보다는 약하지만)… 물가보다 약한 임금 상승을 메우기 위해 소비자신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죠. 그리고 미국인들의 저축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다소 하락했지만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상당히 높아져있기에 물가가 이렇게 올랐음에도 탄탄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금리도 낮았고 계속해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쏟아져나왔었죠. 

 

그런데요… 보조금은 끝났구요… 빠른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 행보는 더 이상 저금리라는 얘기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올라버린 금리와 높아진 물가는 소비를 압박하게 되겠죠. 물론 쟁여둔 저축이 있기에 당분간은 소비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그 소비 역시 시차를 두고는 다소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렇게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러-우 전쟁이 종전되면서 공급망의 문제가 해소된다면…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제압이 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과거 에세이를 통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요… 성장 둔화와 물가 하락의 시차라고 봅니다. 08년, 11년, 15년이나 18년에는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 밑으로 내려오곤 했는데요… 지금은 성장 둔화가 조금 나타나도 인플레이션의 절대 레벨이 워낙 높기에 2% 밑으로 내려오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해보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뒤늦게 치고 올라오는 임금과 렌트비의 상승 역시 인플레이션의 빠른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네요.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면… 성장 둔화를 보면서 연준이 지원에 들어가고 싶어도… 시차를 두고 너무 늦게 떨어지는 물가 때문에 발목을 잡혀버릴 수도 있죠. 성장 둔화 시기에 거의 즉각 대응에 나섰던 연준이었지만… 향후에는 이 반응 속도 역시 느리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듯 합니다. 

 

아직까지는 성급한 판단이지만… 지금의 인플레가 강해졌다는 것 이외에… 투자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어버린다면… 즉, 기대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자리잡았다라면.. 과거의 투자 패턴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올해 참 어려운 장이네요… 40년 만에 만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물가 시나리오를 만나게 된 겁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수년간 저성장 저물가 & 고성장 저물가의 시나리오만 고민해도 되었다면 이제는 고성장 고물가 & 저성장 고물가 시나리오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OX퀴즈를 풀다가 이제는 4지선 다형을 풀어야 합니다. 그것도 연준의 지원이라는 치트키 없이 진행되는 거죠. 수능으로 따지면 “답이 없음”이 되는 건가요? 그럼 5지선 다형이네요.. 난이도 높은 시장, 향후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보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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