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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13

by sperantia 2022. 5. 15.

마켓 분위기가 여전히 메롱이네요… 전일은 미국 10년 금리를 비롯해서 전반적인 금리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금리 하락에 환호하곤 하는 성장주의 반응이 그리 강하지 않았죠. Buy the Dip의 심리가 조금씩 지쳐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심리라는 것.. 이건 기본적으로 ~할 것 같다.. 결국에는 어떻게 될 것이다.. 라는 기대에 근거한 바 큽니다. 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인데요… 그 님이 한동안 오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초조함이 생기게 되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노이어라는 골키퍼 혹시 아시나요? 18년도 월드컵 할 때 한국과 독일 경기 당시 골키퍼였죠. 2번째 골을 먹힐 때 우리나라 선수에게 볼을 빼앗겼던 골키퍼였는데요… 이 선수가 전세계적으로 정말 대단한 골키퍼임에도 한국에게 굴욕(?)을 당했던 겁니다. 헐.. 삽떴구나.. 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경기 종료까지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요? 어차피 이대로 지나… 나가서 골키퍼도 거들다가 한 골 더 먹혀서 지나.. 어차피 월드컵 예선 탈락은 같은 거니까… 필드까지 나가서 그 잘하는 존경받는 골키퍼가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것 아닐까요? 만약 경기 종료까지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을텐데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시간에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런 실수를 부른 겁니다. 지금 금융 시장의 파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죠. 그럼 이 파티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라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빠져나와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겁니다. 그럼 아무래도 무리수를 두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둔 무리수에서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그 초조함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Buy the Dip은 결국 하나의 심리입니다. 그 심리가 이 초조함 속에서 조금씩 약해지는 상황… 이걸 저는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리 얘기로 돌아와서…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이 소폭이나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동성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죠. 큰 폭으로 하락했던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전일의 큰 폭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폭 마이너스로 끝났구요, 미국 국채 금리 하락에도 유로화와 위안화 등의 주요 통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 당 6.8위안 레벨을 넘어섰는데요… 이거 참 불안 불안합니다. 중국의 성장과 금리.. 이 두가지에서 위험 시그널을 보내고 있죠. 

 

그리고 그 이면에 독특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거죠. 달러엔 환율은 달러 당 131엔 수준에서 고점을 찍은 이후 미국 금리 상승에도 추가 상승이 제한되다가 현재는 달러 당 128엔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특히 전일 하락한 것이 의미있다고 보는데요… 만약 여기서 주가 조정 수준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건드리는 정도로 진행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함께 엔 강세가 재현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듯 합니다. 엔화 움직임도 현재 면밀히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금 가격이 예리하게 하락했는데요… 물론 하루 이틀로 판단할 수 없지만…. 금 가격이 이렇게 하락하는 경우는 인플레에서 디플레 리스크로 넘어갈 때 나타나곤 하죠. 당장은 인플레이션이지만.. 과도한 긴축을 하는 경우 디플레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요런 게 반영되면…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저렇게 흔들리는 경우가 나타나곤 합니다. 15~16년에 그랬었죠. 

 

저는 4가지 매크로 시나리오를 말씀드려오고 있습니다. 고성장 고물가… 고성장 저물가… 저성장 고물가… 저성장 저물가… 가 그거죠. 현재 우리는 고성장 고물가와 저성장 고물가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 합니다. 당장은 고성장 고물가보다는 저성장 고물가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요… 저성장 고물가의 경우는 주가는 하락하고 금리는 튀어오르고..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 일반적으로 이런 구도를 형성하곤 합니다. 그런데요… 장기를 두건 바둑을 두건.. 두 수 앞을.. 혹은 세 수 앞을 보는 경우가 있죠. 저성장 고물가의 뒤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를 보면서 수를 두게 되면.. 어쩌면 성장이 눌려있는데… 물가까지 오르면… 결국 성장은 더욱 위축이 되고… 이런 수요의 위축을 버텨내지 못한 물가마저 하락하는 상황… 즉, 저성장 저물가의 상황이 열릴 수도 있죠. 반대로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그리고 연준이나 미국 행정부가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성장을 훼손시키지 않고 물가만 발라내게 되면… 고성장 저물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그림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시나리오를 한참 말씀드린 이유는요.. 지금은 이 네가지 시나리오가 정말 하루 하루 미친 듯이 팽팽도는 듯 합니다. 멀티버스도 아니고… 봄여름가을겨울이 매일마다 마구잡이로 바뀌니까 시장의 불안감이 상당히 높은 거죠… 적어도 오늘 새벽의 장은… 주가 하락 – 금리 하락 – 달러 강세 – 금 하락 – 하이일드 하락… 이라는 구도로 보았을 때.. 저성장 고물가보다는.. 저성장 저물가의 컬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컬러가 미친 듯이 바뀔 때에는 자산을 깔아놓고 가는 게 답이 될 겁니다. 분산 투자죠… 분산 투자해서 재미없는데 왜 하느냐.. 돈 못버는데… 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음… 빨리 돈을 못버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예금이자보다는 많은 돈은 꾸준히 벌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천천히라는 말씀은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는 거겠죠. 시간이 남아있으면 노이어와 같은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미친 듯이 매크로 환경이 돌 때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하시는 것보다는 이럴 때 위기 국면 대응법도 실전으로 배워보시면서… 긴 관점에서의 성공적인 분산 투자를 가져갈 수 있는 매뉴얼을 구성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다가 공황이 다시금 찾아오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도 받아봤는데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말 에세이에서… 긴축으로 인한 경기 불황 가능성 얘기를 드려보도록 하죠. 오늘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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