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새벽 뉴욕 증시, 다우 존스를 제외한 나스닥과 S&P500지수는 약세를 보이면서 마감했죠. 주말 에세이에서 적어드렸던 것처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점점 Buy the Dip에 대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성장은 크게 둔화되지도 않으면서 물가는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그래서 성장을 더욱 강하게 부양하기 위한 차원의 중앙은행 및 정부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른 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깨져나가고 있죠. 그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낮지만.. 물가가 재차 안정되면서 성장 둔화를 두려워하는 연준이 조만간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희망.. 그러면 바닥에서부터 긁어서 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이 핵심이 되는 Buy the Dip이 약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나스닥 약세장 속에서 지쳐가고 있죠.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금리 인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고…(물가 대응을 위해).. 최악의 경우 경기 침체 양상까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이 보다 강해진다면… Buy the Dip이 한 순간에 Sell the Rally(반등 시 매도)로 바뀌어나갈 수 있죠. 심리에 기반한 상승장이 길었던 만큼 심리의 변화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금융 시장 동향을 보시면 주식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이었죠. 에너지 관련주의 강세로 해당 업종의 비중이 높은 지수는 잘 버텼지만 에너지보다는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지수(나스닥)는 다시금 고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미국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했다는 건데요…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이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다시.. 다시… 미국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며 주가가 하락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 확률이 높아지지 않음에도 주식 시장의 힘이 많이 빠져있다는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금리가 내리는데도 주가가 하락한다… 시장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네..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단기의 움직임만을 보면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이겠지만… 연준의 이를 악문 긴축 스탠스가 결국에는 인플레를 사냥하겠지만… 실물 경기의 둔화 역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전일 발표된 뉴욕 연은 제조업 지수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빅테크를 중심으로 해서 해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과 신규실업수당 청구가 올라오는 것까지 본다면 지금은 침체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경기 침체 혹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듯 합니다.
침체는 우리의 친구… 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 우리의 새가슴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서 기준 금리 인하와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레시피를 준비해줄 것이고 이는 성장주에는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다만… 경기 침체가 제대로 찾아오게 되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고전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2000년의 케이스를 보시면 2000년 5월 16일 50bp 금리 인상을 전후로 나스닥 버블이 깨졌는데요… 이후 2001년 1월 2일부터 긴급 금리 인하에 들어가서 6.5%였던 기준 금리를 1%까지 낮추었음에도 주식 시장은 계속해서 흘러내렸죠. 이 때가 이른 바 마일드한 단기 경기 침체 구간이었답니다. 경기가 둔화되는 속도 이상으로 기준 금리를 낮추어줘야 하는데… 경기 둔화 속도는 꽤 빠른데… 그 정도 속도를 커버할 정도로 금리를 강하게 인하하지 못하면… 주식 시장이 힘겨워지겠죠..
왜… 경기가 둔화하는 속도만큼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는데… 과감하게 해주면 되지.. 라고 물어보시면… 답은 간단하죠. 물가 때문입니다. 인플레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성장이 둔화되는 만큼 인플레가 바로 주저앉아버리면 이 때에는 과감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성장은 둔화되지만… 인플레가 이를 반영하면서 바로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이슈 등으로… 그리고 워낙 인플레가 강한 나머지 기대 인플레이션이 남아버린 이유로.. 마지막으로 목표치인 2%에서 너무 많이 멀어져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성장 둔화로 물가가 조금 내려와도.. 2%까지 내려가기에는 현재의 8.3%라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을 수 있죠. 이렇게 되면 경기 부양을 마음 껏 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최근 연준 위원들이나 미국 고위 인사들이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죠. 파월 의장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각)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마켓플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착륙은 노동시장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2%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몇 가지 이유로 지금 당장 달성하기에는 상당히 쉽지않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긴축적인 노동시장이 임금을 밀어 올린다며. 공격적인 통화긴축 이후 종종 따라오는 침체를 피하는 것이 도전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전적이다. 쉽지 않다. 아무도 쉽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중략)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에 추가되는 고통을 잘 알고 있지만, 연준이 공격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물론 경제 침체 없이 혹은 노동시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달성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가격 안정성 복원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 안정성 없이는 경제의 어떤 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연합인포맥스, 22. 5. 13)
꽤 긴 인용문입니다만… 밑줄 그은 부분만 보시면요… 인플레 잡기 위한 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 성장이 깨지는 것… 이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죠.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둔화시키고… 이를 통해 물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공급망 이슈 등으로 인해 인플레가 생각보다 복원이 쉽지 않다면.. 꽤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파월은 말하고 있죠… 지금 인플레를 꺾어버리지 않는다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구요..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면… 70년대 식의 고통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의 고통을 알고 있지만… 공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간만에 등판하셨네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해 중반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연준의 이 같은 점진주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본격적인 긴축 궤도에 접어든 만큼 시장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금융시장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금 연준은 긴축기에 들어섰다"며 "우리는 (긴축의) 영향을 주택 가격 등 여러 영역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1970년대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은 만큼 현재 상황이 그때보다는 나은 구석이 있다"고 덧붙였다.”(연합인포맥스, 22. 5. 17)
음.. 간단히 지나가기에는 얘기가 길 듯 해서요.. 요거 꼬리물고 내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금리 인상에 의한 시장 충격을 넘어서… 이제는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살포시 퍼지는 듯하다는 것이 오늘 에세이의 문제 제기입니다.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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