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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19

by sperantia 2022. 6. 4.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Buy the Dip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죠. 네가지 기묘한 키워드에 대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하나가 Buy the Dip에 대항하는 Anti-Buy the Dip이죠. 밀리면 사라… 항상 그 전략이 지난 20년간 워킹을 했기 때문에 밀리는 그 순간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다.. 라는 교훈… 그 학습 효과가 Buy the Dip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하나의 자연법칙이 아니라는 거죠. 그 동안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 중앙은행이 나서서 유동성 공급을 늘려주었기에 밑을 받쳐줄 수 있었고 이런 흐름이 반복되다 보니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난 잘 모르겠고~ 연준~ 너거들이 돈 풀어!’라는 기대가 형성되어 왔던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연준이 더블 드래곤과의 싸움에 거의 정신이 나가있는 거겠죠. 

 

지난 5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살짝 비둘기적인 발언을 하면서 75bp를 테이블에서 살짝 치우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주식 시장이 연 저점을 다시 한 번 찍었던 겁니다. 매파적으로 하면 시장이 아파합니다. 그런데 비둘기적으로 하면 물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면서… 지금의 인플레가 더 심해지고… 그 고통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면서 더욱 힘겨워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비둘기적인 코멘트를 날리는 실익이 없습니다. 5월 FOMC 종료 후에 연준 이사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면서 매파적인 발언을 날리고 있죠. 기존보다 그 수위를 조금 더 높였습니다. “약간의 경기 둔화를 감내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라구요.. 

 

그럼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밑을 받쳐주는 연준이 사라진 겁니다. 빌딩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스파이더맨이 밑에서 받아줬는데… 그 스파이더맨이 40년 만에 부활한 그린 고블린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거죠. 그럼 받아주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Buy the Dip은 심리입니다. 뛰어내리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심리… 그런데 수익은 커녕 힘겨워질 것 같다면?? 네.. 그럼 그 심리 자체가 흔들리게 되겠죠. 그게 바로 말씀드린 두려움일 겁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Anti Buy the Dip이 되고… 이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지면 더욱 더 지치게 되는데.. 이건 Sell the Rally를 만들게 되죠. 

 

Buy the Dip이 두려워하는 것이 연준의 긴축인가.. 물론 그것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연준이 긴축을 하더라도 성장이 튼튼하면 괜챦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거죠. 글로벌 전체에서 제대로 된 성장을 하는 국가는 지금 미국 하나 뿐입니다. 미국의 소비가 워낙에 강하니까 버티고 있는 건데요… 이 소비의 미래가 매우 매우 중요하겠죠. 미국의 소비는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 & 부양책으로 쟁여둔 저축 +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 낮은 수준의 물가...(작년 상반기까지는 디플레 압력이 높았죠) + 높아지는 임금 +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게 오르는 자산 가격… 아니.. 더욱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자산 가격… 이게 화끈한 소비의 원동력이 되어 준 겁니다. 지금 경기 부양은 거의 종료 단계구요… 추가 인프라 투자가 나오더라도 과거처럼 원샷에 때려넣는 부양책이 아니라 10년에 걸쳐서 나누어주는 부양책이 된 겁니다. 그리고 금리는 오르고 있고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구요.. 하락하는 자산 가격 역시 부담이죠. 더욱 중요한 것은 계속 오를 것이라 생각했던 자산 가격이 꺾여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그 심리 역시 소비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있죠. 고성장 고물가가 우리의 목표라고 본다면… 그 그림이 나오기 쉽지 않죠… 적어도 지금은요… 그 외에 저성장 고물가와 저성장 저물가가 다른 가능한 시나리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성장 고물가를 읽으면 주가는 오르고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되죠. 전일 주식 시장이 크게 반등했을 때의 그림이 딱 요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르는 상황… 이게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죠. 저성장 고물가를 가리킵니다. 마지막으로 주가도 하락하고 금리도 하락하는 상황.. 이게 디플레 시나리오입니다. 연준이 물가를 잡더라도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두려움이죠… 그럼 저성장 저물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새벽 장을 보면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저성장 저물가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은 물가가 높지만..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 결국은 시간을 두고 저성장 저물가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겠죠. 주가는 하락하고 금리도 낮아졌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성장주가 환호해야 하는데.. 성장주도 눌리고 달러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죠. 독특한 것은 엔화의 흐름입니다. 안전 자산이라는 헐크가 숨어있는 엔화.. 헐크가 한 동안 숨어있었는데.. 녹색 빛이 살짝 나타나는 건가요… 주가의 조정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위험을 읽어내면 안전 자산 엔화가 반응하는데요…. 그래서 미국 하이일드 채권 가격을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아닙니다만..(에너지 가격 오른 것이 하이일드에는 도움을 주고 있죠) 좀 더 봐야할 듯 합니다. 

 

시나리오가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상황… 이럴 때에는 자산군을 넓게 퍼뜨리는 전략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한 쪽 시나리오로 수렴해가는 분위기가 확인이 되면… 조금씩 해당 시나리오 쪽의 비중을 높여가는 방법으로 대응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 그 환경에 맞춰서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데… 적응할 사이도 없이 고고, 고저, 저고, 저저.. 이렇게 일주일 단위.. 어떤 때는 이틀 단위로 바뀌기도 하니… 현기증이 나네요.. 이런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면… 각 국면에 강한 자산을 넓게 깔아두고 비중을 계속 조절하는 전략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게 잘 안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죠. 우선 아직 미국 소비가 강하다는 점, 그리고 그 소비가 버텨주는 동안..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주말 에세이에서 이 내용을 말씀드려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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