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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28

by sperantia 2022. 6. 4.

마켓 분위기가 살짝 진정되는 듯 해서 다행입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겠지만 극단의 비관에서 약간 심리가 진정되는 건 필요한 듯 합니다. 철벽 수비수라는 말씀을 드렸었죠. 주가가 오르면 금리와 유가가 한꺼번에 따라올라오는 그림… 이렇게 되면 유가에 의해 인플레 압력을 맞게 되고… 고금리에 의한 유동성 긴축 부담이 커지게 되니.. 주가가 예전처럼 하늘로 솟구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번 만큼은 연준의 아주 살짝 바뀐 뉘앙스(지난 주 에세이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에 힘입어 주가는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가 멍때리고 묶여있었죠. 연준 금리 인상 우려를 너무 과도하게 반영했어~라는 시장의 생각이 반영되면서 과도하게 올랐던 채권 금리는 되돌려지고… 과도하게 낮아졌던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그런 그림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또 다시 뜨거워지는 시장을 보면… 그리고 자산 가격이 인플레이션과 연동되어 있다고 보면… 자산 가격의 급등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재차 끌어올릴 수 있죠. 이렇게 되면 다시금 연준이 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죠. 두더지 게임에 대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두더지가 물어보죠… 언제까지 때릴 거냐구요… 그 답은 간단하죠.. “너 안올라올 때까지”.. 가끔은 두더지가요… 잠시 올라오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안올라오는 줄 알고 때리던 플레이어가 집에 갈 거 쟎아요.. 대충 제압이 된 것 같아서 떠나려는데… 부스럭 소리내서 좋을 거 별로 없죠… 기대 인플레이션이 너무 빠르게 반등하는지 여부를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지난 주말 에세이에서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희망을 말씀드리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코멘트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삼프로 TV에 출연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 얘기를 했었죠) 이런 얘기입니다. 지금 연준은 인플레이션 뿐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하고 아주 아주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죠. 인플레이션은 지금의 인플레이션 그 자체를 말합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라는 기대를 말하죠. 

 

이런 질문 가끔 받습니다. 집값이 저렇게 비싼데 사람들은 왜 집을 사지?? 라는 질문인데요… 제가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질문은 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비싸지만.. 향후에는 더 비싸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이라도 영끌을 해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이게 바로 기대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겠죠. 이런 기대가 자리잡으면 참 쉽게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집 값이 떨어지더라도 집 값은 결국 다시금 올라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이런 하락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고… 조만간 다시금 밀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럼 언제든 집값이 오를 때에는 폭발적인 상승을 할 것이구요… 하락할 때에도 하락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습니다. 쌩뚱맞게 집값 얘기를 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이런 집값과 비슷하게 봐주시면 됩니다. 한 번 자리잡으면 잘 사라지지 않구요…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더라도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근원의 병이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부활시킨다구요… 마치 인플레이션이 마린이라면… 기대인플레는 메딕 같은 넘이겠죠. 

 

기대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를 것 같다라는 미래의 적이 현재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통화 정책 역시 미래의 통화 정책을 현재로 땡겨서 미래의 적과 싸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마치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요..(진짜 아재 인증 제대로 하고 있네요. T.T) 네.. 그럼 미래의 긴축 정책을 현재로 땡겨서 한 판 싸움을 붙여야하는데요… 그게 바로 포워드 가이던스죠. 미래의 긴축 정책을 현재로 땡기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워야 합니다. “금리가 오를 겁니다…”라는 얘기보다는 “금리는 00%까지 오를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겁을 주는 주문이죠. 이 주문이 채권 시장에 먹히면… 금리가 실제 그 수준까지 진짜 한참 먼저 달려가 있게 됩니다. 연말에 3%까지 올린다고 하는데도 4월에 이미 3%까지 올라가있는 현상을 볼 수 있었죠. 과거에는 쓰지 않았던 무기… 미래의 긴축 정책을 앞으로 땡겨와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명장면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겁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 이미 시장 금리가 크게 뛰어올라갔다면… 이 시장 금리에 의해서 자산 시장을 비롯해서 실물 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겠죠. 그래서 불라드, 월러와 같은 매파적 인사들도 포워드 가이던스가 있기에 80년대의 볼커와 비교해서는 안되고… 금리 인상이 그리 뒤쳐진 것이 아니다… 올해 3월에 첫 금리 인상을 했지만 실제 지난 해 9월부터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뭐 이런 얘기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거죠. 미래에 대한 기대… 그 기대와 싸우기 위해 미래의 정책 효과를 땡깁니다. 갈 수 없을 때 미리 가는.. 아주 효과적인 정책이죠. 그리고 지난 번 에세이에서는 이 장점도 같이 적었습니다. 이제 긴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지난 해 9월부터 이미 긴축을 해왔다라구요… 군대로 따지면… 이제 막 자대에 배치되어서 이등병 계급달고 있는 게 아니라 7~8개월 정도 군생활을 해서 이미 일병을 달은 거라구요… 물론 여전히 힘들지만… 만약 군대 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등병 시작보다는 일병 때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나요? 전역도 훨 빠르고… 적응도 훨 잘되어 있고.. 네.. 시장이 긴축에도 상당히 적응해가고 있죠… 이것도 포인트가 됩니다. 

 

여기서 이런 얘기 하나 더 해드릴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군대 얘기인데요… 사격을 한다고 해보죠. 과녁에 20발을 모두 명중시켜야 하는.. 만약 그게 안되면 겁나 얼차려 받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아무 소총이나 하나 툭 던져주는 겁니다. 이걸로 그냥 쏘면 클나죠? 네.. 영점 사격을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여자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T.T) 영점 사격이라는 게 사람별로 약간의 시선 차이가 있는 만큼… 각 사격하는 사람들에게 맞도록 총의 조준 파트를 조정해주는 걸 말하죠.. 영점 사격을 몇 차례 한 후에… 우로 2클릭… 좌로 3클릭.. 뭐 이런 거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나에게 맞는 총의 조준 파트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걸 갖고 사격을 해야겠죠. 여기서 하나 질문드려보죠.. 영점 사격은 20발 사격에 포함이 될까요 안될까요? 네.. 당연히 안됩니다. 

 

아놔..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고 가느냐.. 라는 원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한데요… 굳이 비유하자면… 총에 있어서 영점은 연준에게 있어서 중립 금리라고 봅니다. 중립 금리는 물가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아름다운 이상적인 금리 레벨이죠. 파월의 꿈에, 옐런의 눈 속에서 생각만 나는 금리입니다. 이게 있는 건 맞는데 어느 정도 레벨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죠. 예를 들어 중립 금리가2.35457223156%라고 해보면.. 이걸 그대로 찍을 수는 없으니.. 현재 1%수준인 금리를 계속해서 올려보는 거죠. 2.25%정도까지 가면… 무언가 반응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2.5%로 올리면… 중립금리보다 높아진 연준의 기준 금리에 실제 시장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하면서 힘겨워할 겁니다. 중립 금리 레벨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그걸 알 수가 없어요.. 진짜 금리를 올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데요…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장난도 아니고… 중립 금리가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마구 인상했다가.. 중립 금리 수준을 넘어갑니다. 그럼 다음 FOMC에서 아임 쏘리~~ 하면서 금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오늘 올리고 내일 내리면… 진짜 연준 짱구다.. 라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그래서 중립 금리를 향해 가는 게… 참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금리를 올리는 방법이 있는 거죠. 아.. 드뎌 약먹을 시간이냐… 라는 느낌.. 딱 받으셨을 텐데요… 워워 조금만 더 가보시죠. 여기서 핵심은요.. 금리에는 여러 개의 금리가 있다는 겁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시장)금리를 올리는 방법이라고 써볼까요? 네.. 기준 금리 인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거죠. 그렇게 끌어올린 시장 금리라는 잣대를 통해 중립 금리 레벨을 찾아보는 겁니다. 미리 튀어올라간 시장 금리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면서 중립 금리 어딨니.. 를 계속해서 시전하는 겁니다. 무슨 SF영화 같은 소리냐… 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죠? 포워드 가이던스를 쓰면…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도 전에 시장 금리가 먼저 튀어올라가서 긴축 효과를 미리 내주게 된다구요… 네.. 포워드 가이던스는 재미있는 것이 올렸다 내렸다 해도 됩니다. 10명이 넘는 연준 위원들이 패를 갈라서 2.0%부터 시작해서 3.5%까지 어느 레벨이건 불러주면 되는 거죠. 어느 때에는 매파가 힘을 얻게 해서… 3%이상의 레벨을 테스트해보고.. 어느 때에는 매파가 살짝 고개를 숙여주면서 비둘기파에도 힘을 실어보고… 그럼 2년 국채 금리가 3%이상에서는 시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2년 국채 금리 기준으로 2.5%수준에서는 시장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케 반응하는지.. 체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 금리로는 못하는 작업입니다. 이번 달에 올리고 다음 달에 내리면 안되쟎아요? 그런데.. 기준 금리가 아니라 포워드 가이던스라면… 각각이 얘기하는 중립 금리 레벨에 맞춰서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하나 하나 바꾸어가면서 테스트해주면… 어느 정도 레벨에서 시장이 과도하게 뜨거워지지도 않고.. 너무 차갑게 식지도 않고.. 하는 그런 수준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마치 20발의 실사격을 하기 이전 영점 사격을 하는 것과 비슷하죠. 아까 동의하셨쟎아요? 영점 사격은20발의 실사격에서는 빠지는 것으로… ㅎㅎ

 

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연준은 최대한 중립 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기준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찾아가려고 할 겁니다. 다만… 영점 사격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처럼 고문관들은 좌로 2클릭… 우로 4클릭… 다시 좌로 5클릭… 이렇게 무너지면서 결국에는 영점을 찾게 되곤 하죠. 연준이 고문관이라는 말씀이 아니라.. 포워드 가이던스로 이런 작업을 했던 적이 없습니다. 미래의 긴축 정책을 현재로 땡겨서… 참 어려운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 현재 연준의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겠지만.. 막무가내식 금리 인상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혹은 연준이 실수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지 않을까요. 이 정도면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 생각보다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현재 시장 얘기로 돌아오죠. 불라드가 던졌던 가이던스가 너무 강했던 것 아닐까요? 시장이 견뎌내지 못하자… 불라드는 자신의 포워드 가이던스 자체의 수정은 안했지만.. 향후 물가만 잡힌다면 2023년에는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음을 언급했죠. 75bp가능성 역시 낮추었습니다. 살짝 꼬리를 내려주자… 다른 위원들이 8월까지 금리 인상을 빅스텝으로 해서 2%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 신중해지자는 얘기를 하고 있죠. 그 결과 날아올라갔던 시장 금리가 꽤 안정되고 금융 시장도 한숨 돌리고 있죠. 포워드 가이던스 테스트.. 조금 더 이어지리라 생각해봅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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