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군대 때 얘기를 좀 해드려봅니다. 2명의 소대장이 있었는데요, 한 명은 처음에는 강하게 갈구다가 나중에 조금씩 풀어주는 스타일이었고… 마지막에는 제대로 풀어줬었죠. 물론 중간에 말을 안드는 그림이 나오면 제대로 갈궈버려서 군기는 계속 유지를 했답니다. 다른 한 명은 천사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러다보니 부대원들이 당나라가 되어서 겁나 말을 안들었죠. 나중에 이거 잡으려고 강하게 몰아붙이니까 엄청 욕을 먹었답니다. 갑자기 돈 거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원래 저런 인간인데… 뭐 이런 얘기들까지.. 전자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는데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라는 얘기도 들렸고 어떤 스타일인지… 두려움과 경외감도 아울러 갖고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선을 넘으면 바로 미쳐버릴 것이라는 것을 부대원들이 공감했었죠. 부대원들이 만들어진 선을 스스로 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부대 운영은 전자의 소대장이 훨씬 더 잘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조삼모사라는 말이 틀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처음에 잘해주다가 나중에 못해주나.. 처음에 못해주다가 나중에 잘해주나… 다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쩌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에 못해주다가 나중에 잘해주는 게 더 나은 효과를… 적어도 군대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 에세이 읽으러 들어왔는데 무슨 아재 인증도 아니고 군대 얘기로 시작하나.. 라는 생각이 드실 듯 하여… 당연히 의도가 있어서 적고 있겠죠. 아주 무지무지한 천사의 이미지로 시장에 얼마든지 퍼드릴게요.. 라고 하는 연준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하니까… 이거 군기 잡으려고 세게 가고 있는 거죠. 그럼 연준이 미쳤다라는 얘기도 들릴 거구요.. 일 똑바로 못하는 무능한 중앙은행이다.. 라는 얘기도 나올 겁니다. 그리고 저 새가슴이 제대로 하겠어.. 라는 기대도 생겨나겠죠. 그럼 당연히 말을 안들으려 하지 않을까요? 긴축할 때만 잠시 긴축에 공포를 느끼는 시늉을 하다가… 조금 긴축을 풀어주려고 하면 겁나 뜨거운 파티를 하는 거죠. 금리 인상을 천천히 갈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그 순간 순식간에 1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금융 시장이 10%이상 급등하면서 파티를 합니다. 풀어주는 순간 주머니 속의 감자처럼 우수수 쏟아지게 된다면 아직 제대로 긴축을 한 게 아니겠죠.
앞서 수차례 에세이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자체도 잡으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한다… 라는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그 기대를 잡아야 하는데… 살짝 완화적인 스탠스만 보이면 바로 주가와 함께 솟구쳐버리니… 아직 제대로 잡은 게 아니겠죠? 두더지 게임이 있습니다. 두더지 입장에서는 겁나 짱날 겁니다. 고개를 드는 순간 쳐 패버리니 짜증이 날 수 밖에요… 이 게임이 언제 끝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두더지가 안올라올 때 끝날 겁니다. 적어도 두더지가 왠만하면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두더지 게임의 해머를 쥐고 있는 사람이 생각하게 될 때 끝낼 겁니다. 네.. 물가가 꺾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원에서 물가 상승을 추동하고… 물가의 빠른 하락을 막아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 기대를 꺾을 정도의 긴축이 필요하겠죠. 마구 퍼붓습니다. 그런 다음에 보는 거죠. 이 정도면 대충 잡혔나… 하고.. 그런데 고개를 바로 쳐들게 되면?? 네.. 그럼 또 퍼붓는 것 아닐까요…
너무 완화적이었던 연준이었기에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에 고마워한다기보다는 우습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경외심이라는 것은 없기에.. 연준이 긴축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아예 무시를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강하게 긴축이 들어오면 당황하면서 놀랍니다. 그러다가 풀어주려고 하면… 그럼 그렇지 저 새가슴이.. 이러면서 환호를 하곤 하죠. 제대로 연준의 기대 인플레이션 제압술이 성공을 한다면… 이 선을 넘어버리면 바로 치고 들어올 것 같은데.. 하는 두려움을 시장이 느끼고… 스스로 Buy the Dip의 심리가 완화되는 그림이 나타날 겁니다. 어쩌면 연준은 그걸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네.. 5월 초에는 연준이 완화적으로 나오면 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이고… 그럼 더 강한 긴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짓눌렀죠. 이후에는 타겟과 월마트의 실적이 미스를 하면서 연준의 긴축과 올라버린 물가가 성장을 짓누르는… 되려 저성장 저물가의 두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답니다.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되자 시장은 은근히 기대했죠. 연준이 태도를 바꾸어주기를.. 그런데 그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연준 인사들이 속도 조절에 대한 얘기를 해주니까 환호하면서 시장을 강하게 밀어올렸더랍니다. 그리고 강하게 밀려올라오는 시장을 보면서… “살아있네.. 살아있어..”라는 느낌을 연준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메스터 총재나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9월에도 추가 빅스텝 금리 인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모든 것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판단할 것임을 얘기합니다. 네.. 완화적 스탠스부터 긴축적 스탠스까지 모든 옵션들이 있는데 시장의 반응에 따라서 대응을 하고 있는 듯 하네요… 5월 20일 경에는 9월에는 쉬어간다에… 이제는 다시 9월에도 방심하지 말라에 무게를 주고 있습니다.
지난 번 에세이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힘을 말씀드렸죠. 기준 금리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말 거대한 거시 경제 통화 정책입니다. 실제 금리를 인상한 다음에 분위기 이상하다고 바로 금리를 낮추고.. 이렇게 하면 안되죠. 항공모함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중립 금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실제 가봐야 하는 거죠. 그럼 실제 금리를 올려보고 중립금리인지 아닌지 맛을 보는 거죠. 보니까 중립금리를 넘어선 수준으로 올린 거면 다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겁니다. 중립금리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더 인상해도 문제가 없는 거겠지만요… 그럼 금리를 올렸다가 바로 내려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있는데요… 포워드 가이던스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죠. 금리를 올린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시중 금리가 실제 그 정도 기준 금리를 올렸을 때의 레벨 수준으로 올라가줍니다. 그럼 실제 기준 금리 인상을 했을 때의 효과를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 어느 정도 체크해볼 수 있겠죠. 포워드 가이던스로3.5%를 던졌는데 시장이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중립금리보다 훨 높은 수준인 것 같으면 그 땐 다른 연준 위원의 입을 통해서 2.5%까지 인상하면 충분할 것 같다는 식으로 코멘트를 던지는 겁니다. 그럼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연준이 왜 이렇게 말을 자꾸 바꿔… 라는 볼멘 소리는 들을지언정… 실제 기준 금리를 올렸다 내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죠. 네.. 이런 포워드 가이던스가 강해지면 이를 통해서 연준이 시장을 가스라이팅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금리를 실제 올리지 않으면서 올린 것 같은 효과… 마치 “올렸다 치고~~”가 되는 거겠죠.
헐… 그게 실제 금리 인상한 것하고 같냐.. 라는 반론이 바로 나올 겁니다. 물론 완전히 정확할지는 모릅니다. 연준 역시 그 효과가 워낙 불확실하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연준도 그렇게 말하는데 저 같은 아마츄어가 정확하다 아니다를 논할 능력은 없죠. 그런데요… 아무 것도 안해보는 것보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시장 반응을 체크해볼 수 있고.. 시장 입장에서는 예방 주사를 맞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네.. 우리는 지금 포워드 가이던스의 영향 하에 들어와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연준은 미래에 연준이 이렇게 할 것이다.. 라는 미래 연준 행동에 대한 시장 기대를 만들어내어서 대응하고 있죠. 조금이라도 정교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를 하지 않죠.
인질극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성장이라는 인질을 잡고 있죠. 인플레이션은 알고 있죠. 연준이 쏠 수 있는 무기는 아주 둔탁한 바쥬카포 정도라는 것을요. 그걸 쏘면 인질도 다칠 것이기에 절대 쏠 수 없을 것이라구요… 이에 연준은 그 바쥬카포를 갖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해서 영점 조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맞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연준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조였다 풀어줬다 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있는 거겠죠.
아.. 양적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려야 하는데요… 일단 6월 1일부터 양적긴축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하실 건요… 연준은 앞으로 3개월 간 매월 475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줄여나갈 겁니다. 줄여나가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만기가 되는 국채를 그냥 연장해주지 않고 그냥 상환받는 거죠.. 이렇게 되면 연준이 보유한 국채가 줄어들고… 그만큼 시중에서 유동성을 빨아들일 수 있겠죠. 여기서 핵심은 만기가 되어야 연준은 국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번 달에 만기가 되는 국채는 6월 중순과 6월 말에 두 차례에 걸쳐 집중되어 있습니다. 네.. 아직 국채 사이드에서의 양적 긴축이 직접 진행된 건 없는 거죠. 첫 만기가 도래하는 6월 중순에 시작될 겁니다.
모기지 증권이 있지 않나 싶으실 텐데요… 사실 국채보다 그 만기 규모가 크지 않구요… 모기지 증권에 대한 상환 스케쥴 역시 6월 중순에나 확정이 됩니다. 양적긴축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바로 마구 줄어드는 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되구요.. 실제 줄어드는 것은 6월 중순 정도에 시작된다고 보심 됩니다. 참고로 한국 시간으로 6월 16일에FOMC 결과가 나오는데요… 단기적으로는 양적긴축의 효과보다는 FOMC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할 듯 합니다.
양적긴축 얘기를 더 이어가려니 부담이 크네요.. 당장 급한 얘기는 아니지만… 양적긴축이 갖고 있는 명암을 말씀드리고 싶은 건데요… 명암이라는 얘기는 결국 부정적인 단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 주중에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그걸 다루어드리구요… 아니면 다음 주말로 토스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재테크 > 주식.펀드.퇴직연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610 (0) | 2022.06.17 |
---|---|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607 (0) | 2022.06.17 |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602 (0) | 2022.06.04 |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31 (0) | 2022.06.04 |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528 (0) | 2022.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