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가 있으니까요, 간단하게 코멘트 드리고 지나갑니다. ECB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했죠. 네.. 사실 맞는 것이 독일 기준으로 물가가 8%씩 오르는데 양적완화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겠죠.
미국은 지난 해 조기 테이퍼링에 돌입했고 3월에 양적완화를 끝내면서 바로 기준 금리 인상에 돌입했는데.. 상대적으로 ECB는 계속해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이어가자 예전에 기자가 라가르드 총재에게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습니다. 왜 물가가 이렇게 올라가는데 계속해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거냐... 미국도 이미 정책을 바꾸었는데… 라는 질문이었죠. 여기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의 물가 상승과 미국의 물가 상승은 엄연히 다르다는 코멘트를 던집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탄탄한 경기에 바탕해서 반세기 가장 낮은 실업률로 인한 임금 상승… 즉, 수요 사이드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크다라고 했죠. 반면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공급 사이드의 이슈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만큼 미국과 같이 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으로 대응하면 안된다라는 얘기였죠.
네.. 맞는 얘기입니다. 공급 사이드의 물가 상승 압력을 기준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는 없죠. ECB가 금리를 인상한다고 러-우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비슷한 얘기를 과거 70년대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가 한 적이 있죠. 중동에서 원유 수출을 안해줘서 유가가 올라가고… 그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건데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해서 뭘 하겠느냐라는 거였죠. 그러면서 국제 유가와 같은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을 빼고 소비자물가지수를 다시 계산해 오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걸 빼고 나니 물가가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러면서 만족했다는 일화가 있죠. 그리고 그게 그 유명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된 겁니다. 그런데요… 이미 알고 있는 결론처럼… 이런 아서 번즈의 이른 바 닭질은 그 이후 거대한 인플레이션…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게 되죠.
인플레이션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기대 인플레이션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근원의 병과 같죠. 근원을 치료하지 않으면 실제 증상이 완화는 될 지언정 완치는 되지 않죠.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다면… 당장 물가를 잡아 내리더라도… 약간의 이벤트만 터져도 다시 물가가 하늘로 치솟는 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음.. 집값을 예로 들어보죠. 사람들이 묻죠… 왜 이렇게 집 값이 높은데 무리해서 집을 사려고 하느냐구요… 집값이 높은 건 지금의 현상입니다. 그런데요.. 더 무서운 것은 집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붙어버리면… 내가 아무리 비싼 가격에 사더라도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다는 기대가 작용하면서 영끌로 비싼 집을 사게 되는 겁니다.
최근에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구요… 이유인 즉슨.. 사람들이 이제 알았다는 거죠.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에.. (잠시 주춤하더라도) 주춤할 때 더 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집 값이 조금 하락하면 밑을 탄탄하게 받쳐줄 것이라는 논리죠. 그 논리가 맞다 틀리다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다면… 경제 주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구요… 현재 오르는 물가를 더 높게 치솟게 만들거나… 혹은 물가를 강한 매파적 통화 정책으로 짓누르더라도 다시금 인플레가 재발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게 되죠… 이게 무서운 겁니다.
그럼 이런 기대는 왜 만들어지는가… 물가가 높은 상태로 오랜 동안 유지가 되면…. 이런 기대가 형성되겠죠. 유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사뭇 긴 기간 동안 이어지게 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게 고질병처럼 고착화되면… 그 땐 이걸 치유하기가 정말 정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네… 공급 사이드의 이슈 땜시 물가가 올랐더라도… 이런 물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나서서 제압을 해야 하겠죠. 그래서 전일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라가르드 총재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겁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확대되고 심화됐다"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매우 면밀한 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2. 6. 10)
기대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일단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잡으면 되는데.. 이게 고질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죠. ECB는 3분기에 25bp 한 차례, 50bp 한 차례 기준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가르드 총재도 이런 변화를 어느 정도 예고를 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요… 유럽이 이제 금리를 10년 만에 올리는 건데요… 그럼 유로화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할까요? 유럽금리 인상은 유로화 강세 요인이 되어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제 움직임을 보시면… 유로화가 초반에는 강세를 보이다가 이후에 금방 약세 전환이 되면서 마감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환율은 금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면이 상당히 큽니다. 그런데요… 금리만 보면 안되죠. 성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성장이 강하면 그 나라 통화가 강세구요… 성장이 둔화되면 그 나라 통화는 약세를 나타내게 됩니다.
그럼 금리가 오르면 강세, 성장이 강하면 강세…. 금리가 내리면 약세, 성장이 약하면 약세… 이렇게 외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아… 이게 골 때리는 건… 금리와 성장이 또 서로 얽혀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로 인해 성장이 꽤 강하게 둔화될 것 같으면??? 그럼 환율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와.. 어려운 퀴즈 아닌가요? 네… 유로존은 부채도 상당하죠.. 그런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성장이 둔화될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은 유로화 강세 요인이지만… 그로 인한 성장 둔화는 유로화 약세 요인이죠. 성장 둔화가 금리 인상의 효과보다 크게 받아들여진다면… 유로화는 금리 인상 예고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일 수 있겠죠… 환율이 이래서 어려운가 봅니다…
네.. 오늘 에세이는 이 정도로 정리하죠. 주말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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