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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607

by sperantia 2022. 6. 17.

5월 FOMC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벌써 6월입니다. 다음 주면 6월 FOMC 결과를 보는 건가요? 따로 한 번 관전 포인트를 적어드리겠지만 이번 FOMC에서도 이슈는 상당히 많을 듯 합니다. 첫째는 중립 금리에 대한 논란이 있겠죠. 중립 금리까지 금리를 인상한 다음에는 조금 천천히 가자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중립 금리까지 가고 쉬어야 하냐… 중립금리를 좀 더 넘기고 쉬어야 하냐… 라는 것이 지금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결 핵심인 듯 합니다. 두번째는 중립금리가 과연 어느 정도냐의 문제가 생기죠. 타겟 포인트가 나와줘야… 쉬는 곳이 나와줘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딘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듯 합니다. 세번째는 최근 역 RP 금리로 자금이 크게 쏠리고 있는데요… 은행 예금보다는 역 RP로의 쏠림이 강하다보니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역RP금리를 낮추자는 논의(기준 금리 인하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역 RP 금리 조정인데요.. 테크니컬한 조정이 됩니다)가 나올지도 봐야할 듯 합니다. 이번에 낮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양적 긴축이 시작된 만큼 얘기는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있는데요… 나중에 제대로 한 번 다루어보죠. 

 

도입부터 디게 무거운 얘기로 시작하네요. 최근 여러 CEO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받아서 말씀을 드려봅니다.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주식 시장에 좋은 것 아니냐라는 질문이죠. 네..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실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연준이 돈 풀기에 나서고 재무부 역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진행하기 시작하겠죠. 이렇게 되면 주식 시장이 다시 한 번 성장주를 중심으로 강한 힘을 받는 것 아니냐.. 라는 얘기가 핵심이 되는 겁니다. 사실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 당시 거대한 부양책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진행된 이른 바 연준 풋이 그런 역할을 해줬던 거고… 그런 기대가 여전히 시장에 살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경기 관련 지표가 좋게 나오면 시장이 연준의 긴축이 빨라진다는 우려에 긴장하고… 지표가 둔화되면 연준의 긴축이 느려질 것이라는 기대에 반등하곤 하죠.. 

 

그런데요… 금융 위기 이후의 상황과 바뀐 게 있습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등장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그 인플레이션이 잡힐 텐데 뭐가 문제냐.. 그럼 다시 돈 풀면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반론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장이… 그리고 정부가.. 그리고 중앙은행이 깨달았다는 것이죠.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로 가득 차 있었죠. 08년 금융 위기 당시 7000억 달러의 경기 부양을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의회에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더랍니다. 납세자의 돈을.. 그렇게 큰 규모로 퍼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라는 얘기에 7000억 달러 경기 부양책이 단기 표류했었구요… 2008년 10월 금융 시장에 극강의 변동성을 선사했었죠. 1조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에 대해… 달러 공급 확대로 인한 달러 가치 타락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될 악한 정책이라는 얘기가 있었죠.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양적완화를 3차례에 걸쳐서 시행한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책 제목이 Courage to Act(행동하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알아버렸죠. 그렇게 돈을 풀어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크다보니… 쉽게 인플레이션이 찾아오지 못한다는 것을요..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에도 인플레이션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secular stagflation에 대한 두려움이 보다 강하게 부각되곤 했습니다. 인플레는 없다.. 라는 얘기가 되겠죠. 그럼 이 때부터의 가장 큰 두려움은 디플레 늪에 더 깊게 빠지는 겁니다. 그러다가 만난 끝판왕이 코로나였구요… 이거 쐐기골이 되면 디플레의 늪에 잠긴다는 두려움에 앞뒤 가리지 않고 엄청난 돈풀기를 쏟아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인플레가 좀 잡혔어요… 그런데 경기 침체가 다가옵니다. 그럼 코로나 때처럼 돈을 풀 수 있을까요? 그 무섭다는 인플레가 다시금 올라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중앙은행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머리 속에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럼 기존과 같은 강한 부양책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연준 풋을 예전처럼 기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조금 긴 관점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남아있기에 향후 부양책을 쓸 때에는 과거의 수준으로 강하게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언급해드렸구요… 다른 하나는 물가의 레벨입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8%를 넘고 있죠. 경기 침체가 다가오면 물가가 분명히 하락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요… 목표치인 2%를 두고 보면 8%라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멀어보입니다. 목표치까지는 6%의 갭이 있는데요… 거기까지 밀려내려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공급망의 이슈도 존재하기에… 경기 침체가 닥쳐왔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속도가 느릴 수 있거든요… 그럼 시차가 발생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는 속도는 빠른데.. 물가가 따라서 내려오는 속도가 느리게 되면.. 그 속도의 차이 만큼… 일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성장은 둔화되는 데 물가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죠. 경기 침체를 보고서는 물가도 하락했으리라 보고 돈 풀기에 나서려는데… 성장은 무너졌는데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그럼 연준의 경기 부양 역시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겠죠. 

 

네… 40년 동안 호리병에 갇혀있던 지니가 탈출했습니다. 그 지니를 다시 호리병에 가두고 다시는부활할 수 없다는 인증샷을 날리기 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닥치는 것… 예전과 같은 역설적인 호재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경기 침체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보다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 침체 없이.. 강한 성장을 이어주면서 물가는 낮춰주는… 난이도 높은 플랜… 연준의 미션이 된 거겠죠.. 

 

그런 연준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중 관세 완화 얘기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고, OPEC+도 소폭 증산이기는 하지만 증산의 첫 발을 뗀 느낌이구요… 이란 산 원유 공급 기대감도 계속해서 높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성장은 타격을 받지 않음에도 물가는 눌러주는… 그런 그림 아닐까요? ㅎㅎ 물론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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