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714

by sperantia 2022. 7. 17.

소비자물가지수가 또 한 번 쇼킹하게 나왔네요. 9%의 물가… 일단 레벨도 두렵지만 계속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전고점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 더 두려운 겁니다. 일단 고점을 봐야지.. 무언가 답을 낼 수 있을텐데요.. 다행히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등의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살짝 내려오기는 했죠… 다만.. 지난 6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는 물가는 근원 소비자물가가 아니라 소비자물가라는 얘기… 즉, 헤드라인 CPI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면… 이것만으로 위안을 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상식적으로도 그렇죠. 지나가는 행인을 인터뷰할 때.. 요즘 물가 상승을 어디서 느끼나요.. 라고 하면 당장 나오는 답이 주유소 기름값이나 장바구니 물가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에너지 가격하고 장바구니는 빼고 말씀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되죠. 지금 연준은 단순히 숫자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풀려나오는 것을 제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대중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죠.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잡으려면 근원 물가가 아니라 소비자물가지수 자체, 즉 헤드라인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9%대로 나와버리게 되니.. 금융 시장이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뉴욕 증시가 발표 직후 단숨에 2%가까이 하락했죠. 그리고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이 크게 요동을 쳤는데요… 발표 직후인 어제 밤에는 0.75%인상 확률을 70%, 1%인상 확률을 30%로 반영했었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해보니까요… 0.75%인상 확률이 22%구요… 100bp인상 확률이 이제는 78%에 달합니다.. 와.. 이제 시장에서는 100bp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불을 떼어준 것이 바로 캐나다 중앙은행의 100bp인상과 애틀랜타 연은 보스틱 총재의 100bp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려있다라는 코멘트였죠. 보스틱 총재는 마일드한 스타일이라서 불라드나 월러 등의 매파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 지난 5월 말에는 9월 정도에는 조금 쉬어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립서비스를 해줘서 시장이 급반색한 적이 있죠. 그런 인사 쪽에서 100bp인상 확률도 열려있다고 코멘트를 던지니 시장이 깜놀했을 겁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인데요.. 75bp인상의 확률이 높다고 했었는데… 예상을 깨고 100bp를 던졌던 겁니다.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7월 FOMC에서는 50bp냐 75bp냐.. 에서 이제는 75bp냐… 100bp냐의 게임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금융 시장 반응을 조금 더 살펴볼까요? 일단 유로화는 1유로에 1.0058달러를 기록하면서 이제 1유로에 1달러 패러티에 거의 근접했죠. 달러 인덱스로 보시면 107.85로 108에 근접했습니다(실제 장중에는 108을 넘었었죠) 달러 강세 기조는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금리라고 봅니다. 금리를 보시면 2년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3.1485%를 기록했죠. 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적어도 한 레벨 강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니 단기 금리가 이렇게 튈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요… 재미있는 것은 장기 금리입니다. 10년 국채 금리나 30년 국채 금리는 되려 힘을 잃으면서 하락했죠. 10년 금리는 2.935%구요.. 30년은 3.116%입니다. 2년과 10년 금리가 크게 역전되었죠.. 제 기억에는 과거 2006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보입니다. 하나 더.. 2년은 3.14%이고… 30년은 3.11%쟎아요? 네.. 2년과 30년도 뒤집어졌습니다. 단기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상당히 강할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실물 경기의 둔화를 보다 강화시킬 것이라고 채권 시장은 말하고 있죠. 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보다 크게 읽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연준도 그런 경기 침체를 불사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일 이런 코멘트를 던졌는데요.. 잠깐 인용합니다. 

 

 

“바이든, 연준에 인플레와 싸우는데 필요한 여지 주겠다”(글로벌모니터나우, 22. 7. 14)

 

 

이게 무슨 얘기일까요? 2개월 전에 바이든은 파월 의장은 백악관으로 불러서 성장을 둔화시키지 말고… 물가를 잡아달라는 주문을 했죠. 일단 쉽지 않은 미션으로 보입니다. 이걸 수행하려고 정말 정밀하고 소심한 수술을 하게 되면… 아예 물가를 잡지 못할 것 같지 않나요? 일정 수준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경기 둔화를 감내하더라도 인플레를 제압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정 수준의 경기 둔화가.. 바로 싸우는데 필요한 여지… 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단기 금리의 상승 속도가 정말 빨라질 겁니다. 그런데.. 반면 장기 금리가 내려오는 속도 역시 빨라지죠.. 많은 분들이 신경쓰지 않고 계시겠지만.. 지금 장기 국채 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적긴축을 통해서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장기 금리는 힘을 쓰지 못하고 주저앉고 있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식 시장인데요.. 여전히 Buy the Dip은 살아있습니다. 경기 침체 등은 지금 중요하지 않구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춰주기만을 오매불망 바라고 있죠. 과거에 보면 경기 침체 시기에 연준이 금리를 낮춰줘서 항상 주가를 밀어올렸던 달콤한 경험이 있으니.. 그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이른 바 존버하고 있는 겁니다. 시장이 경기 침체를 읽으니.. 연준이 결국에는 금리 인상 스탠스를 버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크게 키우면서… 장중에 나스닥을 다시 한 번 낙폭을 되감으면서 보합 수준에서 마무리를 했죠. 경기 침체는 나의 친구라는 공식이 여전히 시장에는 남아있는 듯 한데요… 지난 10여년의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 작용하게 될 지는… 인플레를 한 동안 볼 수 없었기에 가능했었던 지난 날의 스탠스가.. 9%대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을 보고 나서도 그대로 워킹하게 될지는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듯 합니다. 

 

한국은행도 0.5%기준금리를 인상했죠. 호주와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빅스텝을 2~3차례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선제적인 인상을 한 곳이 그나마 여유가 있고, 뒤늦게 인상한 곳은 빠르게 따라가고 있죠. 일본과 유럽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해보시죠.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