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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719

by sperantia 2022. 7. 23.

몇일 강한 반등세를 이어가다가 금일 새벽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워낙 많이 말씀드린지라 똑 같은 얘기라고 하실 듯 하지만… 여전히 철벽수비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듯 합니다. 주가가 하락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겼다는 스토리가 작용하고… 낮아진 금리와 낮아질 것이라는 물가에 주목하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죠. 초반에는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못따라가지만(지난 주 금요일 새벽의 모습) 몇 일 지나면 눌려있던 유가가 고개를 쳐들고… 금리도 다시금 밀어올리고 있죠. 지난 번 회전 패턴과 다른 것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도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거죠. 단기 금리는 3.15%를 넘어섰구요.. 10년 국채 금리는 다시금 3%에 다가섰습니다. 

 

이번에 강한 반등의 중심에는 100bp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라는 건데요… 50bp인가.. 75bp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100bp에 대한 공포가 커졌고… 100bp하면 어떻게 하나.. 싶다가 100bp는 오버이구… 75bp인상하자.. 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니까… 주가가 강한 반등을 했던 거죠. 50bp면 호재.. 75bp면 악재라는 프레임에서.. 75bp가 결정될 듯 한데… 100bp가 아니라 호재다.. 라는 네러티브에 조금 얼얼하긴 합니다. 이 비슷한 얘기가 지난 5월 FOMC 직후에 있었죠. 25bp냐.. 2000년 이후 최초의 빅스텝이냐를 놓고 FOMC 관전 포인트가 나왔다가 50bp인상했음에도.. 75bp 아닌게 어디냐면서 강한 반등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투자에 대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장에서는요… 여전히 스토리.. 즉, 내러티브가 주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최근 강한 반등을 보면서 여전히..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다라는 느낌을 받네요. 존버해서 밑바닥부터 끌어올려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 지난 10년을 보면 많이 하락할 때는 무조건 사야 한다… 라는 교훈… 여전히 Buy the Dip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듯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빨리 물가가 고점을 찍고.. 이걸 보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멈춰서게 되고… 되려 금리 인하로 돈을 풀게 되는 것이죠. 

 

이거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투자자만으로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일본,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비슷한 기도를 하고 있죠. 일본은 사면초가입니다. 지금 금리를 인상하면 엔 초강세에… 금리의 급등을 허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죠.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가게 될 겁니다. 디플레이션의 골이 워낙에 깊었던 국가이기에 지금은 이 정도 인플레이션은 가뿐하다라면서 견디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이게 기대인플레이션을 건드려버리게 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죠. 미국과의 금리차가 엔 약세를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지금 일본은 금리를 인상해서 엔 약세 포기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막거나.. 아니면 금리를 인상해서 다시금 엔 초강세와 함께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런 선택이 너무나 곤혹스러우면 하늘에 기도하면 되죠. 미국이 금리를 낮춰주기를… 미국 금리 따라갈까 말까… 를 고민하는데.. 미국 금리가 내려오면 그야말로 상황해제 아닐까요? 

 

유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니 유로 약세가 심해지고… 유로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니.. 이걸 잡기 위해 기준 금리 인상 등을 검토해야 하는 겁니다. 기준 금리는 올려야 하는데 유로존 국가들 하나 하나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보니…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죠. 여기서도 만약 미국 금리 인상이 멈춰서고 정상화된다면 그냥 상황해제가 되는 겁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만약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끝날 수 있다면 일본과 유로존 중앙은행도 이른 바 시간 끌기에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 날이 오면… 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럼 미국은 언제 기준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까.. 이게 고민인데요… 내년 3월이다… 뭐 이런 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얘기라고 봅니다.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꺾여주는 것이죠. 9.1%에서 8.9%로 내려오는 것으로… 긴축을 멈출 수는 없을 겁니다. 에너지 가격이 내려와주는 것은 가뭄에 단비인 것이 사실이지만.. 수요 사이드에서 강한 소비가 조금은 억제될 필요가 있죠. 보다 강하게 밀어내리려면 조금 억제되는 게 아니라.. 조금 많이 억제되어야 할 겁니다. 그럼 이건 성장을 건드려버리게 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이게 되죠. 

 

연준은 말합니다. 미국의 고용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라구요… 그리고 미국 사람들의 저축이 상당히 많다라구요.. 그래서 이번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를 견뎌내는 경제 체력이 과거보다 훨씬 강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방어막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실제 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되려 미국의 소매판매가 다시금 올라오고 있죠. 그럼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것 아닌가요? 미국의 소비가 잘 버텨줄 수 있으니까요.. 강한 고용과 저축을 통해서… 그런데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만약 이 둘로 탄탄하게 버텨준다라면… 올라버린 물가를 계속해서 강한 소비가 받쳐준다라면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수 있지만 물가 역시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거죠. 더 높아진 물가를 소비가 받아주지 못해야 물가가 꺾이는 것인데… 계속해서 받아주면… 물가가 내려올 일이 없는 것 아닐까요? 네.. 물론 기적이 일어나서 공급 사이드에서 국제 유가가 급락해주면 되는데요… 탄탄한 소비가 이어지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버텨주면 원자재 가격도 예전에 보시는 것처럼 배럴 당 50불 수준으로 내려가고… 이게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도 가져봅니다.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보죠.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보이면.. 사람들은 쟁여둔 저축을 마구 쓰게 될까요.. 아니면 그 저축을 갖고 숨어있을까요… 아마 후자의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불경기에는 저축을 쌓아두면서 훗날을 도모하곤 하죠… 그럼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사람들은 저축을 쓰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침체를 맞이할 겁니다. 그리고 그 침체가 어느 정도 가실 즈음에… 이 때에는 쟁여둔 저축을 쓰기 시작하겠죠.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보통 저축을 쓰지 않고 버티는 게 일상이죠. 그럼 저축이 많아도 사람들의 소비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되려.. 단기적인 침체 이후 회복 과정에서 이런 저축은.. 그 침체를 견뎌내는데.. 그리고 회복에 탄력을 가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죠.. 그런데… 지금은 저축을 허물면서.. 소비를 하고 있는 거쟎아요? 그럼.. 침체도 오지 않지만 물가도 내려오지 않겠죠.. 그럼 현재의 애매모호한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요즘 이런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연준의 에스더 조지 총재가 이미 했더라구요… 오늘은 에스더 조지 총재의 코멘트를 마지막으로 인용하면서 에세이를 마칠까 합니다. 

 

“조지 총재는 이어 물가 압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대규모 저축을 해온 가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예측 불가능한 요인(wild card)'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저축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안심할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했지만 이제 수요가 뜨겁고 공급망 제약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 유동성 있는 풍부한 예금이 연준의 수요 둔화 임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2. 5. 24)

어쩌면 연준이 경기 침체의 방어막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강한 고용과… 저축이..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데 훼방을 놓는 X맨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조지 총재의 코멘트죠.. 저 역시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이슈라고 봅니다.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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