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쇼크 -> 금리 쇼크 -> 리세션 쇼크.. Bofa의 마이클 하트넷이 그려내는 이 플로우를 저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이 인플레이션 쇼크이구요.. 이걸 제압하기 위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높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금리 쇼크에 해당하죠. 그리고 올라버린 물가와 금리가 소비를 짓누르면서 경기 침체 쇼크가 찾아오는 것이 바로 리세션 쇼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가 인플레 쇼크라면, 올해 1~2분기는 금리 쇼크에 해당되었고, 5~6월에는 리세션 쇼크가 본격화되었죠. 여전히 리세션 쇼크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세션 쇼크가 찾아오게 되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읽게 되면서 주가와 금리가 함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죠. 그리고 고공 비행을 하던 원자재 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고 오늘 배럴 당 90불 수준까지 내려왔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죠.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라고 하면 경제 주체들이 두려움에 위축이 되어서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죠. 그리고 투자에 있어서도 투자에 망설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걸 우리는 손실 혐오라고 하죠.
손실혐오(risk aversion)은 이런 얘기죠. 주가의 상승으로 인한 기쁨과 주가의 하락으로 인한 슬픔 중 무엇이 더 큰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겁니다. 주가가 5%오르면 기쁨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주가가 5% 하락하면 슬픔이 크죠. 그 둘의 크기를 비교하면… 원래는 같은 5%의 상승과 하락이기에 슬픔과 기쁨의 크기가 같아야 하는데 슬픔이 훨씬 더 크다는 겁니다. 네.. 5% 손실로 인한 충격이 훨씬 더 크구요.. 이런 손실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 이게 작용하면서 사람들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는 겁니다. 경기 침체 등의 상황에서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곤 하죠.
그런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일만 터지면 양적완화 등으로 하락을 막아주게 되니..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Buy the Dip을 수차례 학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쫄지 말라고.. 지금 쫄면 크게 오르는 장을 먹을 수 없다라구요.. 그럼 이런 현상이 나타나죠. 5% 손실에 대한 두려움도 정말 크지만..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는.. 이른 바 Fear of Missing Out.. 이른 바 바닥에서의 반등 이익을 놓쳐버릴 것이라는 두려움… 이게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손실 혐오의 크기와… Fear of Missing Out(FOMO)의 크기.. 아마 비슷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경기 침체가 왔을 때 패닉에 사로잡히는 손실 혐오에 대한 두려움 그 이면에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쫄지마… FOMO, 즉 쫄면 이거 못먹어..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나타나는 겁니다. 그럼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게 되죠. 그리고 왠만한 하락장 속에서 과거에는 어느 정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존버’가 답이라는 인식 역시 강해지는 겁니다. 6개월 이상 이어진 이번 하락장에서도 주식 시장에서 실제 빠져나온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마이클 하트넷의 보고서를 보면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리세션 쇼크 하에서 주가, 금리, 유가가 함께 하락합니다. 여기서 Buy the Dip의 기운이 남아있다면 금리와 유가가 하락했기에.. 이젠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특히 경기 침체 하에서 돈을 풀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던 빅테크를 중심으로 강한 되돌림을 보여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자산 가격이 다시금 반등에 성공하게 되면 사람들의 소비 위축이 그리 강하지 않을 수 있죠. 지금의 올라버린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BoA의 CEO가 한 얘기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죠. 잠깐 기사 인용합니다. 꼼꼼히 읽어보시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 CEO)는 미국의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여전히 소비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경기 진단을 위한 중요한 잣대로 꼽힌다.
모이니핸 CEO는 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준이 물가상승률을 잡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강한 소비 심리가 최대 난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이니핸은 인플레이션 와중에도 미국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늘어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계속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소비자들은 현재도 본인의 계좌에 계속 돈을 넣고 있다"며 "소비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신용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여력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불행하게도 연준의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인포맥스, 22. 8. 4)
네. 결국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이죠. 이게 좋은 건가.. 물론 그럴 수는 있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생각처럼 수월하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자산 가격의 반등이 나타나게 되면 이런 소비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눌릴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인플레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예상보다 강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죠.. 네 인플레 쇼크의 정의는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을 말씀드렸었죠. 그리고 이걸 잡기 위해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금리 쇼크.. 그리고 그 이후가 리세션 쇼크죠. 리세션 쇼크로 인해 금리와 유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오면 자산 가격이 밀려올라가면서 기대인플레를 키우고.. 이게 예상 외의 인플레를 이어가게 하고 이게 금리 쇼크.. 리세션 쇼크.. 이런 참 우울한 순환 고리(loop)를 만들 수 있죠.
이런 점을 연준 역시 상당히 경계하고 있죠. 지난 주 FOMC 발표 이후 시장은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내릴 것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산 가격의 급등과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자 당황한 연준의 인사들이 나와서 매파와 비둘기파들이 이구동성으로 인플레 잡는데 열을 올릴 것임을 강조하고 있죠. 메리 데일리, 카시카리, 보스틱과 같은 비둘기파 역시도 금리 인상을 더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매파의 거두인 불라드는 추가로 1.5%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죠. 그럼 9월에 75bp, 11월에 50bp, 12월에 25bp인상을 말하고 있는 거겠죠.
이렇게 되면 시장이 긴장할 수 있는데요… 낭보가 들려옵니다. OPEC+의 증산 얘기와 이란 핵협상 재개에 대한 소식입니다. 네.. 인플레를 연준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죠. 이게 성장을 훼손할 수 있으니까요… 공급 사이드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미중 관세 완화, 이란 핵협상, 그리고 OPEC+의 증산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OPEC+의 증산은… 언론 보도에서는 큰 호재로 보도되었지만.. 글쎄요… 그 규모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서요.. 그것보다는 이란 핵협상 재개.. 이게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산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을 눌러놓으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튀어오르는 것을 제한할 수 있죠.
철벽 수비수라 했습니다. 주가가 올라가는데 어김없이 유가와 금리가 함께 딸려올라가면 주가의 상단이 막히는 것이죠. 그런데.. 오늘 새벽처럼 원자재 가격을 눌러주게 되면 주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급락하고 유가 급락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가 눌리게 되죠. 네.. 금리와 유가라는 수비수를 이란 핵협상이 스크린해주면 공격수가 골밑에서 맘대로 놀 수 있겠죠.
마켓에서 나타나는 인플레, 금리, 리세션의 순환고리… 이게 좌절스럽지만 공급사이드에서의 공조가 있다면 그 순환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동력을 찾을 수 있겠죠. 국제 공조가 보다 원활히 진행되면서 지금의 인플레 문제가 보다 더 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다만 아직은 인플레에 대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점… 여기에 방점을 더 두어봅니다. 오늘 에세이는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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