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경제 전망
(1) 세계경기 흐름
미·중 무역갈등 이어지며 제조업 경기둔화 지속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세계 경제의 하향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가속되는 모습이다. 2017년 이후 반등했던 투자수요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 확산으로 세계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교역은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자부품, 원자재,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크게 낮아진데 이어 올들어서는 교역물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투자와 교역의 위축에 따른 제조업 경기 부진이 세계경기의 하향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독일, 체코·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 중국·한국·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 등 수출 중심 국가들의 성장세가 큰 폭으로 낮아졌다.
내년에도 세계경기의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다. 향후 경기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미·중간 무역갈등의 향방을 들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정부는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올해와 같이 강경일변도의 전략보다는 대중 압박의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10월 미·중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양국이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도 무역갈등이 조기에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신산업 분야에서도 미국을 추격할 경우 중국에게 경제패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근본적인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대중관세의 철폐 등과 같은 극적인 갈등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10월 협상은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입과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의 일부 해제 등을 대가로 추가적인 관세부과를 유예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전개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행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내년에도 무역제재와 이에 따른 세계교역 차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 수출에서 소비로 수요부진 확산
더욱이 투자와 수출에서 시작된 수요부진이 점차 소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기 둔화의 골을 깊게 만들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 부진에도 소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세계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소비 중심국가인 미국과 유럽 중에서 제조업 비중이 낮은 프랑스, 스페인 등이 소비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향후 이들 국가 역시 성장의 힘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확대에 따른 소비증가가 다시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흐름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50년만에 최저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였으며 서유럽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크게 높아진 실업률이 다시 위기 이전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양 지역에서 신규 취업자 증가세가 계속 약해지고 있다. 더욱이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기업수익성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고용과 임금 상승세를 낮추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소비와 생산패턴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수요를 이끌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지 못한다는 점도 경기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고령화와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기존의 재화에 대한 소비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를 들 수 있다. 전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는데 이는 고령화로 운전가능 연령층이 줄어드는 데다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젊은 층도 수요를 줄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소비 확대를 이끌었던 스마트폰 수요 역시 둔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를 견인할만한 제품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과거와 같이 대규모 설비와 자재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보다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으로 무장해 실물자본을 최소화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원자재와 자본재 수요를 줄이고 교역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성장도 떨어뜨려 전반적인 수요부진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각국 정부의 대규모 통화완화와 재정확장이 예상되지만 순환적 측면에서의 하향싸이클 진입과 함께 고령화, 기술혁신 부족 등 근본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세계경기의 하향세는 중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6%에 서 올해 3.1%, 내년에는 2.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주요 지역 전망
미국, 경기침체 리스크 확대
미국은 투자와 수출 위축에도 소비가 호조를 보이면서 그동안 경기확장 국면을 지속 해왔다. 고용확대가 꾸준히 이루어진 데다 정부의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지원 등 이전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소득 증가율이 유지된 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유럽, 중국 등 주변국 경기가 뚜렷하게 꺾이는 상황에서 미국 혼자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투자부진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향후 고용 둔화와 임금상승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대선에도 불구하고 대중 무역제재는 계속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을 누적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부과된 관세가 미국 가계에 연평균 460달러 정도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계되는데 올해 12월로 유예된 품목까지 관세가 부과되면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금리인하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미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지만 정책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인하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의 양적 완화로 중앙은행 자산이 크게 늘어나 있어 추가적인 대응 여력도 많지 않다. 재정지출 역시 올해만큼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이다. 2017년 말부터 진행된 감세 정책의 여파로 내년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경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2021년까지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경제는 내년 중 성장세가 1%대 중반까 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침체 충격이 기타 유럽 국가로 확산되며 유로존 0%대 성장 전망
유로존의 경우 독일을 중심으로 나타난 경기하향 흐름이 점차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어갈 전망이다. 수출비중이 GDP 대비 50%에 육박해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교역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독일은 자동차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금년 중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내년에도 제로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스페인 등 상대적으로 호조를 유지하고 있는 기타 유럽국가 역시 독일 수요부진의 영향으로 경제활력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유로존의 실업률이 역사적 저점인 7.3%에 근접한 7.5%까지 낮아지면서 점차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고용·소득·소비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유럽경제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오는 10월 예정되어 있던 영국의 브렉시트는 유럽연합과의 합의를 통해 내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으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지지론자들을 등에 업고 총리직에 오른 만큼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그동안 엄격한 재정준칙을 지켜온 독일이 경기 부양을 위해 균형 예산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럽중앙은행도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경기하향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유로존은 올해 1.1%, 내 년 0.7% 수준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기부양책 한계로 빠른 성장 저하
중국의 뚜렷한 성장저하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차질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설비투자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부양 여력도 높지 않다. 기업부채 및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 려로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 관련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시행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역전쟁과 위안화 약세로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한 데다 올해와 내년 만기도래 채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만기도래 회사채는 4,500억 위안에 불과했으나 올해 9,000억 위안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내년에는 1조 위안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회사채 부실이 4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정책 당국이 부채 감축 기조로 돌아서 회사채 신규 발행 및 그림자 금융 규모가 줄어든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소득세 감세 등을 통해 소비를 부양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출부진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임금과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계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정책의 실효성이 약화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지준율 인하를 비롯한 유동성 공급 정책이 요구되고 있으나 지난해 급증한 회사채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정책 당국이 부채 감축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 6% 초 반, 내년 5% 대까지 성장세가 낮아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금융건전성 우려로 성장세 저하, 브라질·러시아 0%대 저성장 지속
그동안 7% 가까운 고성장을 달성해 온 인도 역시 올해 상반기 5.4%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인도의 대형금융기관인 IL&FS의 구제금융 이후 은행들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소비위축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경기의 하향흐름과 함께 인도의 금융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유입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내년에 6% 내외의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수출국들은 중국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약세 여파로 1%를 밑도는 미진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브라질은 고질적 인 문제였던 연금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해외자금 이탈로 헤알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내부 개혁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브라질 경제를 제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둔화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국제 유가의 하향안정흐름이 예상되면서 러시아 역시 수출부진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2014년부터 지속된 서방제재로 재정여력도 고갈된 상황이어서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방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국내경제 전망
(1) 경기 흐름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지속
지난해 2.7% 성장했던 국내 경제는 올해 상반기 1.9% 성장에 그치며 세계경기에 비해 더 빠르게 활력이 떨어졌다. 세계수요 둔화가 교역과 투자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수출에서 투자와 관련된 자본재가 큰 비중을 차지해 수출 둔화폭이 컸다. 상반기중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8.6%를 기록해 세계 평균 -2.6%보다 감소가 심했다. 특히 우리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 뿐 아니라 설비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는 주 요인이 되었다.
수출부진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중 세계경기가 올해보다 더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미·중간 무역분쟁도 해소되지 못하면서 교역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경제의 장기흐름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당장 수익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반도체 수요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최근 5G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센터에서의 메모리 수요 확대가 미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전망기관들이 내년 반도체 산업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 중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글로벌 소비의 활력이 낮아지면서 수출부진이 자본재에서 내구재 소비 관련 품목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수출부진 여파가 고용을 통해 내수로 확산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출둔화 여파로 수익성이 낮아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내수경기에까지 부진이 확산되어 갈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 기업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였으며 내년까지 수익성 저하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계, 중공업 등 자본재 업종에서는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유통, 게임 등 서비스업으로도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불투명한 세계경제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데다 투자여력도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미루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선되었던 고용여건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들어 고용증가세는 지난해보다 확대되었지만 이를 고용시장의 추세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 경기흐름이 약해지는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근로자와 18시간 미만 단기근로자 중심으로 고용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어 수요증가보다는 노동공급 증가가 고용확대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향후 재정지출 확대로 공공부문, 사회복지 부문 근로자는 꾸준히 늘겠지만 수출과 투자부진으로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 대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서비스 부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겠지만 소비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서비스 부문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고용흡수력이 계속 낮아질 전망이다. 취업자 증가수는 올해 25만명 수준에서 내년 15만명대로 둔화 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본격화되며 내수경기 이중고
더욱이 그동안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온 우리나라의 인구둔화 추세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15~64세 주력생산연령 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한 이후 올해까지는 감소폭이 미미했으나 내년에는 0.6%에 달하는 23만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계된다. 15~64세 인구는 생산뿐 아니라 소비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이다. 현재 국내경기의 하향흐름을 감안할 때 15~64세 인구감소는 근로자 부족을 통해 생산에 차질을 주기보다는 소비둔화 등 수요측면을 통해 주로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일본 등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경험한 국가들은 감소시점을 전후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성장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던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낮은 출산율 역시 내년에도 이어지며 출산 및 보육 관련 소비를 위축시키고 가계의 소비성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고용둔화의 충격을 신규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이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경제환경의 악화에 인구증가율의 빠른 둔화라는 국내적 요인이 결합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세는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크게 늘려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한국은행의 금융완화 기조도 이어지면서 급격한 하락을 막는 완충역할을 할 것이지만 국내경제 성장률은 올해 2.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아져 1.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디플레이션 리스크 확산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농수산물 가격 하락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근본 원인은 경기부진으로 수요측면에서의 가격인상 압력이 낮은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0.5%, 내년에도 0.8% 수준의 낮은 상승률이 예상된다.
세계경기 부진에 따른 원자재 가격 둔화로 제조업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소비자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 치는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압력도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부진으로 서비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소 매업이나 음식점업, 숙박업, 개인서비스업 등 자영업 비중이 높은 주요 서비스 산업의 가격상승세는 올해 이미 뚜렷하게 꺾인 바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올해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임금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통의 온라인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격상승 압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터넷 소매판매 등 온라인 유통 부문의 단가상승이 멈추면서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부문에서도 유통마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에 달해 우리나라가 물가하락 기대로 수요가 위축되어 물가를 더 떨어뜨리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당장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필요성이 줄어드는 소프트화 현상으로 원자재 수요가 둔화되고 고령화로 소비수요 활력도 낮아지면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점차 잦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수요둔화 추세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저물가 기조 장기화 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것이다.
(2) 수요부문별 전망
수출: 교역환경 악화로 수출 물량 감소
전세계적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8월까지 수출이 전년동기비 9.5% 감소하며 주요국 중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투자가 둔화되면서 자본재 및 중간재 비중이 75%에 달하는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세계교역 물량은 올해 대비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단가는 기저효과로 소폭 상승할 것이지만 수출물량이 줄어들면서 통관기준 수출의 마이너스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공급능력 축소로 수급 불균형이 조정되며 내년 DRAM 가격 하락세는 다소 진정되겠 지만 IT관련 투자 둔화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감소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글로벌 소비 둔화로 특히 내구재 수요가 위축되고 무역규제 심화로 현지생산이 강조되면서 전자제품 및 자동차 수출활력도 낮아질 것이다. 지난해 수주 확대로 호조를 보였던 선박 수출은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다시 수주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주에서 완공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부진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등 중국 수요 비중이 높은 산업들에서는 중국경기 둔화에 따른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다.
설비투자: 불확실성 지속되며 내년 제로 성장세 머물 전망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도 해결보다는 봉합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년간의 급격한 설비투자 감소로 최근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 지는 등 설비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생산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는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이루어지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세에서는 벗어날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단가 하락 추세는 다소 진정되겠지만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선뜻 설비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 화학은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 되어 큰 폭의 투자 조정이 예상되며, 설비확대 유인이 적어 투자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기적인 수요둔화가 우려되는 자동차 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압력 확대 리스크도 겹치면서 국내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크게 늘었던 5G 관련 통신부문 설비투자도 내년에는 상승세가 꺾일 것이다. 정부 SOC예산 증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토목관련 기업에서 투자 증가가 예상되지만 경제 전반의 투자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설투자: 주택건설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내년에도 하향세 이어질 것
건설 업종의 경우 내년 정부 SOC 예산이 다소 증가하면서 교통 및 안전 관련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경기부양을 위해 대형 사업의 조기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토목건설은 다소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는 내년에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에 대한 수주와 착공 및 인허가 모두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규제 정책이 지속되고, 경기 부진에 따른 가구소득이 둔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가 확대되기 어렵다.
주택공급 확대 여력이 낮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주택구매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분양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공실률 및 공급물량 증가의 영향으로 신규착공 및 수주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업용 건물 투자 역시 부진을 이어갈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투자는 내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증 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소비: 임금 상승세 둔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부진 예상
소비는 수출이나 투자 등 다른 수요부문에 비해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여왔다.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확대되고 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도 늘면서 가계구매력 증가세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9.3% 증가하면서 고용 및 복지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소비세 인하 대상 확대 등 경기부양을 위한 소비 진작책이 적극적으 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나 수출에서 부양책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는 소비부양에 힘 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소비는 지속적인 하향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 경기 둔화로 임금상승률이 지난해 5%에서 올 상반기 3%로 낮아졌으며 이러한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2.9%로 올해 10.9%보다 크게 낮아져 가계소득 증가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 하반기 들어 소매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내구재 소비 활력도 뚜렷이 약해지는 등 소비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의 중심축인 30~40대 인구의 빠른 감소추세가 이어지는 점도 소비부진 요인이다. 내년에 30~40대 인구는 올해 대비 1.3%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해당 연령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가전,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 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주력 소비연령 인구의 감소 이후 자동차, 의류 등 내구재와 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바 있다. 고령화와 정부지출 확대로 보건의료 관련 소비가 확대될 것이지만 학령인구의 감소, 저출산 기조 확산으로 교육과 출산 관련 소비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3. 금융시장 전망
(1) 금리 전망
글로벌 단기 및 국채금리 하향세 지속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유럽·일본 마이너스 금리 심화 등 금융시장에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향후 세계경기의 하향흐름이 지속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계속 낮출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 장기국채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미 금융완화 기조로 돌아섰으며 내년에도 완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연준은 올 7월과 9월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였으며 올해 추가로 한차례, 내년에 두차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특히 내년 미국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에는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급격하게 낮출 가능성도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9월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11월부터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경기부진과 저물 가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추가적인 완화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경착륙을 막기 위해 2018년 이후 지속된 지급준비율 인하를 수차례 더 시행하고, 벤치마크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성장률 하락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신흥국들도 경기하향을 겪으면서 금융완화 대열에 동참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국채금리는 전반적으로 하향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폭이 커지고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외국인들의 채권 수요가 늘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 압력이 확대될 것이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현상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부진이 독일에서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저물가로 디플레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채금리 하락으로 위험 대비 수익성 좋은 회사채 메리트가 부각되며 회사채 금리도 당분간은 하락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세계경기의 하향세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재평가되는 단계에 이르면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설 우려가 있다. 글로벌 저금리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재무위험이 확대되는 점도 자금운용을 소극적으로 만들 것이다. 특히 내년중 미국경기 하향세가 뚜렷해지며 침체리스크가 커지는 시점을 전후해 회사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현재 안정되어 있는 신용등급 간 스프레드도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행 발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저금리 장기화로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고 있는 유로존 은행의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독일의 대표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재무상황 악화로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으며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계 은행들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내년중 유럽의 경기부진이 심화되면서 전통적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상당수 유로존 은행들에서 부실 위험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불확실성도 크다. 마이너스 금리를 보이는 회사채 규모가 1.2조달러에 달하는 것은 그만큼 채권시장에 거품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만기 이전에 손절매가 집중될 경우 채권가격이 급락하며 투자손실이 커질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가 크게 낮아져 추가적인 인하여지가 낮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도 채권가격 급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채권 보유 금융기관의 수익을 악화시킬 것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가 심화되면서 신흥국의 외환 시장 불안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단기외채 비중이 높고,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작은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의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기업 신용리스크 커지며 회사채 금리는 내년중 상승세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던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확산되는데다 국내 경기의 하향세가 세계경기보다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저물가로 디플레 우려도 커 지면서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추가적으로 1차례, 내년에 2차례 정도의 인하되면서 1% 미만으로 낮아 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년 중에는 국채나 회사채 등 시중금리가 하향흐름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둔화로 이자 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의 비중이 30%를 넘어선 가운데 내년 국내경기 둔화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기업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금리(AA-, 3년)는 올해 평균 2.0%에서 내년 2.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환율 전망
원화환율 내년에도 약세흐름 이어질 것
미국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의 빠른 하향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달러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부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엔화의 경우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엔화를 제외한 대부분 통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가 예상된다. 특히 유로화의 경우 유로존 경기의 빠른 하향과 주요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올해에 이어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위안화 역시 중국의 경상수지흑자 감소와 줄어든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환율조작국 지정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7위안 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200원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때는 주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카드사태 등 국내외 경제 불안이 발생했을 때이며 평균적으로는 2000년대 이후 달러당 1,125원 수준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특별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 은 수출주도 성장의 어려움, 높은 중국 의존도에 따른 충격, 생산인구감소 본격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올해 평균 1,175원에서 내년 1,22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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