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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126

by sperantia 2020. 11. 27.

전일 Fed의 FOMC의사록이 발표되었죠. 시장 참여자들은 양적완화 규모의 확대를, 그리고 매입하는 채권의 만기를 늘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논의가 상당 수준 이어졌을 뿐 확실하게 언제.. 어떻게 하자는데 대한 결론은 없었던 것으로 나왔습니다. 바이든 당선을 전후해서 국채 금리가 10년 금리 기준으로 한 동안 넘지 못했던 0.8%을 훌쩍 넘게 되니 시장에서는 금리가 이렇게 높은 만큼.. 이걸 눌러주는 차원에서 장기 국채를 매입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강했구요… 조금 오버하는 분들은 지금 코로나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니.. 이건 비상 사태다.. Fed가 12월 중순 FOMC 이전에라도 긴급 FOMC를 열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더랍니다.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 회의라… 제가 기억하는 Fed의 긴급 회의는 금융 위기 때…. 그리고 코로나 때.. 그리고 중국의 위기 때 정도였는데요.. 지금 금융 시장 상황이 긴급 회의를 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니웨이.. 시장의 기대감은 매우 매우 강하다라는 거겠죠. 경기가 좋으면 경기 좋다고 주가를 올리고.. 경기가 안좋으면 중앙은행이 돈을 뿌릴 것이라고 주가를 올리고… 호악재가 모두 주식 시장에는 좋다라는 인식이 강해지니.. 이게 하나의 네러티브처럼 인식이 되는 모습입니다. 이런 그림이면… 예전 1929년에 피셔 교수가 했던 얘기.. 주식 시장은 영원히 상승할 수 밖에 없는 반열에 올라있다.. 라는 그 논리가 명제처럼 성립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을 잠시 말씀드려보면요…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 일본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었더랍니다. 부동산 가격이 무너질 때… 버블의 붕괴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처럼 인식한 나머지… 가격 붕괴의 충격을 완화하는.. 이른 바 소프트랜딩을 위한 금리 인하 등을 상당히 늦게 진행했었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게 일본 버블을 깨뜨린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이후.. 수많은 경기 부양을 했었지만… 쉽게 회복이 되지 못한 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게 되었죠.

 

이때 각국 중앙은행들은 상당히 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버블을 붕괴시키면 위험하다.. 라는 것이 1번일 거구요…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는 빠른 경기 부양을 통해 밑을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 2번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왠만한 부양책으로는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한 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의 예상을 넘는 강한 정책을 써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올해 3월을 기억해보시면… 주식 시장이 무너지던 초반… Fed가 금리 인하를 했을 때.. 혹은 기존에 했던 것처럼 7000억 불의 양적완화를 발표했을 때… 시큰둥한 반응이었더랍니다.

 

그러다가 무제한 양적완화로 돈을 밀어넣는다는 소식… 과 상당히 큰 금액을 투하하여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리고 재무부 역시 2.2조 달러의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시장을 깜놀하게 만들어주었죠. 네.. 시장의 예상을 넘는 부양책 소식에 주식 시장이 반응을 했던 겁니다. 금융 위기 당시.. 그리고 유럽 재정 위기 당시.. 그리고 2012년 경기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던 당시… 그리고 2016년 당시.. 그리고 2019년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이르기까지… Fed는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장의 예상을 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곤 했답니다. Fed가 이런 스탠스를 몇 차례 취하자.. 우리 시장 참여자들은 당연히 이런 Fed의 스탠스를 읽기 시작했죠. 네..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강한 경기 부양이 나오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겁니다. 어쩌면… 코로나 환자 숫자가 증가하니.. 긴급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을 통해 상당 기간 학습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요… 지난 5월 이후 Fed의 모습은 다소 달랐죠. 시장이 기대했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파월 의장이 직접 선을 그었구요.. 6월에는 회사채 매입을 본격화하기는 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을 넣는데 상당히 인색(?)한 모습이었답니다. 7월에는 YCC의 가능성을 접어주었구요… (논의는 했었지만) 8~9월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AIT를 발표했죠. 10~11월 FOMC에서 추가양적완화를 기대했던 시장은 이제 그 바톤을 12월로 넘기면서 이제 양적완화 더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11월 FOMC 의사록을 통해서는 아직 그들이 기대하는 선물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인 듯 합니다.

 

예전에 엘 에리언(M. El Erian)의 lose-lose situation을 인용하면서 Fed가 추가로 돈을 더 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풀기도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던 바 있습니다. 돈을 더 풀면 자산 가격을 더욱 자극하게 되고.. 돈을 풀지 않으면 경기 추락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겠죠.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Fed의 선택지는요… 네.. 하면서도 하지 않는 것처럼… 애매한 스탠스를 취해주는 게 전략이 될 것이라 봤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돈을 풀되… 시장의 기대보다는 다소(?) 실망스럽게 돈을 푸는 것이 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Fed의 추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기대하고 있다면… 그냥 현재의 양적완화 수준을 이어가는 정도로.. 살짝 실망을 시키는 거죠. 그러면서 립 서비스 날리죠… 필요하면 더 풀겠다~~ 라구요… 기대는 살아있는데.. 과도한 돈 풀기는 아니면서.. 향후에 쓸 수 있는 카드도 아끼는.. 그런 전략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재정 정책 사이드에 공을 넘겨놓는 전략… 지금 그 전략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Fed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죠. 네.. 핵심은 그들이 돈을 풀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돈은 풀되…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푸는 가가 핵심이라고 보구요… 향후 Fed는 주식 시장이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한 계속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은 Fed에 국한되지 않죠. 중국 인민은행은 긴축의 고삐를 당기면서 회사채 시장을 뒤흔들었구요…(살짝 틀었는데 시장이 흔들리니 중국 인민은행도 다소 당황한 듯 합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추가 양적완화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답니다. 네.. 전세계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게 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음 달 ECB와 Fed의 행보를 한 번 지켜보시죠. 오늘은 이 정도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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