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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128

by sperantia 2020. 11. 30.

오늘은 약속드린 대로 주중에 언급했었던 금 얘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저는 2019년 초 연간 전망으로 제목을 “금의 시대”라고 했었죠. 그리고 올해 연간 전망에서는 제목을 “금의 시대2”라고 붙였더랍니다. (제 과거 글들을 보시면 금방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졸저 “부의 대이동”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금을 포트폴리오에 끼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조언도 드렸던 바 있죠. 가장 큰 이유는요… 결국 전세계가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부채의 부담을 덜어내려면요… 일단 강한 성장이 나와주면 됩니다. 강한 성장이 나오면 소득이 늘어나기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은.. 크음…일단은 어려워보입니다.

 

두번째는 디폴트를 선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말이 좋아 디폴트지 배짜라 등따라인데요… 이렇게 되면 금융 기관들이나.. 채권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에게 그 손실이 그대로 이어가게 되겠죠. 그들에게는 이른 바 패닉이 될 텐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중앙은행이 추가로 부채를 늘려주는… 더욱 많은 부채를 늘리면서 이 문제를 해결이 아닌.. 봉합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실제 글로벌 금융 위기나… 유럽 재정 위기 당시의 부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죠. 더욱 더 많은 부채로.. 부채의 사이즈가 더 커져왔죠. 리먼의 디폴트나 그리스 등의 디폴트는 오히려 다른 주체의 부채를 늘려주는 케이스로 봉합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세번째는 부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낮추는 방법이 있겠죠.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 제로 금리를 가져가고… 어떨 때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울러 기준 금리 뿐 아니라 시장 금리를 낮추는 차원에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도 쓸 수 있죠. 금 가격은 이 세번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금리를 낮추고…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차원에서 국채를 사면서 돈을 찍게 되면 종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서 실물 화폐인 금이 상대적으로 부각이 되는 그림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금의 시대’를 말씀드린 가장 큰 이유는요.. 결국은 Fed를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과 위정자들은 세번째 옵션을 절대 버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물론 중간 중간 ‘이거 너무 많은 유동성을 뿌린 거 아냐…?’라는 생각에 속도 조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속도 조절을 할 때마다.. 돈을 더 풀 것으로 봤는데… 돈 풀기를 멈추려는 스탠스를 취할 때마다 금 가격이 흔들릴 수 있죠. 돈의 공급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종이 돈의 가치를 낮추면서 실물 화폐인 금의 가치를 밀어올렸는데.. 역류가 나타난 거니까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부채의 문제가 워낙에 심각하다면…. 그런 형태의 돈 풀기 중단은 지속가능하지 않겠죠. 돈 풀기의 속도 조절을 시도하다가… 힘겨워하는 실물 경기를 보면서.. 다시금 돈 풀기로 스탠스를 전환하는 그림을 우리는 지난 해에도 익히 보았던 바 있습니다.

 

2015년 12월, 2016년 12월,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과도하게 뿌려놓은 유동성을 조심스럽게 회수하려고 했던 Fed의 시도는 2018년 4분기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붕괴 앞에서 좌절하게 되죠. 그러면서 Fed 파월 의장은 2019년 1월 금리 인상 중단을, 2019년 3월 양적 긴축 중단을, 2019년 7월~11월 세차례에 걸친 기준 금리 인하를, 그리고 코로나 국면에서 제로 금리 및 무제한 양적완화, 그리고 양적완화를 넘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네.. 부채의 부담이 워낙 크기에 정상화를 시도했다가 깨갱했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보면 되겠죠. 2018년 4분기 금융 시장의 붕괴를 보면서 2019년 1월 전망을 “금의 시대”로 했던 거구요.. 2020년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부채의 부담이 오히려 더 커졌기에 “금의 시대2”라고 붙였던 겁니다. 네.. 부채 문제가 아직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니 오히려 더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금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헐.. 그럼 금 가격이 왜 최근에 이렇게 흔들렸는데…??? 라는 질문이 바로 이어질 겁니다. 네.. 금의 시대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것이구요… 중간 중간 과도한 부양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스탠스를 살짝 살짝 조절하곤 하죠. 실제 금 가격이 최고조를 보였던 것이 지난 8월이었답니다. 당시 Fed가 평균물가목표제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그냥 돈 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돈 풀기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주식 시장을 비롯한 모든 자산 시장이 환호했죠. 그리고 돈 풀기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금 가격 역시 온스 당 2050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겁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잭슨 홀에서.. 그리고 9월 FOMC를 통해서 평균물가목표제가 얼마나 애매모호한지를… 그리고 이름은 거창한데… 실질적인 임팩트가 너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금융 시장은 9월 2일부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 때 나스닥 100을 중심으로 한 대형 기술주도 빠졌구요…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이.. 더욱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중앙은행의 스탠스 변화를 읽은 데다가… 백신 소식이 세차례 연속 나오면서..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하 경기 부양이 강하게 나오면서 경기가 빠르게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성장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죠. 성장이 나온다면… 굳이 금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성장은 시차를 두고 기업 투자를 자극하기에 시중 금리를 밀어올리게 되죠. 성장이 나오고 금리가 오르게 되면… 그리고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다소 소극적인 속도로 바뀌게 되면… 금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에 첨언을 드리면 비트코인의 강세가 있는데요..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금’이라는 레포릭이 붙었던 것처럼 금의 대체자산까지 들어오게 되니.. 금을 바라보는 시장의 뷰가 크게 변했던 거겠죠. 네.. 전일까지 온스 당 1800불을 하회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네요..

 

중요한 것은 이런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하는 걸 겁니다. 일단 답변부터 드리면… 그걸 알면.. 제가… T.T 이렇게 말씀을 드리구요… 일단 이렇게 이어가보죠. 지금이 마치 2013년과 비슷하다고 하는 외신 보도가 나옵니다. 2013년 4~5월에 금 가격은 정말 예리하게 무너져내렸구요… 이후 금 가격의 흑역사가 시작되었죠. 그리고 지난 해 6월이 되어서야 금 가격은 어느 정도 상승의 궤도에 돌아올 수 있었더랍니다. 만약 지금이 2013년과 닮아있다면.. 허걱.. 금 가격은 지금의 하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중장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선 금이 언제까지 부진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몇 년 몇 월 몇 일까지 부진할 겁니다.. 라는 답을 낼 수는 없지만… 2013년과 닮아있다.. 이제 금의 추세 상승은 끝났고 5~6년은 부진할 것이다.. 라는 질문에는 답을 해드려봅니다.

 

2013년 당시의 금 가격 하락과 지금의 금 가격 하락은 사뭇 다르다고 볼 수 있죠. 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상당한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더랍니다. 그리고 2012년 9월 전격적인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모기지 채권 매입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2012년 4분기부터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것 같던 미국의 주택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해더랍니다. 그리고 2013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당시 Fed의장이었던 버냉키는 이런 얘기를 하죠. 이제 금융 위기 이후 부채를 상당히 줄인 만큼… 그리고 제대로 된 성장이 나오는 만큼 돈 풀기를 조금씩 줄여나가겠다라구요… 이게 그 유명한 테이퍼링입니다. 조금씩 줄이는 형태의 조정을 해나간다라는 의미의 taper라는 단어가 쓰였던 것이죠. 그리고 2년 후 쯤에는 기준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고를 합니다. 2013년 5월에 그 얘기를 했으니.. 2년 후면 2015년 중반일 것이구요.. 실제 첫 금리 인상은 2015년 12월에 시작되었죠.

 

당시에는 미국의 부채 문제가 상당 수준 완화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성장이 나오는.. 그리고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스탠스에 발맞추어 시장 금리 상승마저 가시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던 거죠. 온스 당 1900불을 넘어섰던 금 가격은 이때부터 추락해서 첫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던 2015년 12월 온스 당 1050불까지 무너져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이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보시면요.. 우선 지금은 부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죠. 백신이 나왔기에.. 우리는 과거의 강한 성장기로 돌아갈 수 있기에… 괜챦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길동이 큰 병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1년을 생활했죠. 간신히 그 병의 백신이 나와서.. 멀쩡히 정상이 되어.. 1년 만에 병원에서 나왔답니다. 그리고 진짜 기존의 컨디션으로 100% 회복했죠. 물론 축하할 일입니다. 너무나 홀가분하고 행복하답니다.. 언제까지??? 1년 동안의 병원비 청구서가 날아오는 그 날까지.. 행복하겠죠. 그 청구서를 우리는 “빚”이라고 읽을 수 있죠.

 

미국 정부의 부채는 올해 코로나 사태 직후 급증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Fed의 돈 풀기도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되면서 그런 부채 증가와 보조를 맞추었답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투자 등급, 투기 등급 할 것 없이 낮아진 금리에.. 그리고 Fed가 꽁돈 빌려줄 때 채권 발행하자고 하면서… 빚을 내서 현금을 땡겨오게 되죠. 그러면서 기업 부채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답니다. 그리고 미국 가계의 가계 부채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그 레벨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부채가 늘어났답니다. 이런 부채 증가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죠. 유럽, 일본 뿐 아니라 2017~18년 지속적인 디레버리징으로 부채 줄이기에 혼신의 힘을 쏟던 중국 역시 부채를 다시금 늘리면서 경기 부양으로 대응하게 되었죠. 중국의 기업 부채 비중도 다시금 증가했구요… 우리나라 가계 부채 역시.. 부담스러운 레벨에서도 더욱 크게 늘어났죠. 네.. 전세계적으로 부채가 훨씬 크게 늘어났답니다. 그럼 기존과 같은 레벨의 성장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일본의 경우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늘렸는데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겁니다. 보통 금리가 낮으면..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서 공장을 짓는 설비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리게 되는데요… 문제는 일본 버블 붕괴 이후 기업들은 너무 많은 부채 더미에서 신음하고 있었기에 금리를 낮추면서 돈을 뿌리자.. 그렇게 받은 돈으로 부채를 상환해버리는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금리가 낮으면 낮아진 돈의 값 때문에… 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투자를 늘리는 게 과거의 이론이었는데.. 이제는 낮은 금리에 버티기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돈을 벌 때마다 투자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 대출의 상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펼쳐졌던 거죠.

 

지금처럼 자산 시장이 뜨겁다면… 빚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만약 자산시장이 지금의 뜨거움을 잃어버린다면?? 네.. 낮아진 금리 하에서.. 이 돈은 대출 상환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과도한 부채 하에서… 실물 경기의 회복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럼 답은 뭔데??? 뭐가 이리 부정적인데??? 라는 생각이 팍 드실텐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흐름을 간단히 말씀드리면요.. 금융 위기 직후.. 2009년도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출구 전략… 즉 중앙은행이 돈 풀기를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실제 Fed는 09년 3월부터 시작했던 1차 양적완화를 10년 6월에 중단하게 되죠. 그리고… 직후 더블 딥…을 만나면서 2010년 11월 초 2차 양적완화에 돌입하게 되었더랍니다. 이후 앞서 말씀드렸던 3차 양적완화까지 이어지면서 약 4년에 걸친 돈 풀기.. 1,2,3차 양적완화와 중간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까지 지난한 부채 부담 완화의 시기를 보냈던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과거와 다른 것은… 금융 위기와는 달리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수 있다라는 거죠. 눈보라처럼… 한 번 몰아칠 때 경제주체들이 집에 숨어있다가… 눈보라가 사라지면 나가서 다시금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게 과거 금융 위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말씀을 드렸던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유띠 벗뜨.. 미국 중소 기업들의 파산이 줄을 이으면서 현재 미국의 영구 실업자 수는 380만명을 넘어섰죠. 연말까지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규모 주택에서 퇴거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합니다. 모기지 연체율도 매우 높은 수준이구요.. 어쩌면.. 이미 제가 과거에 말씀드렸었던 일시적인 눈보라가 아니라요… 금융위기처럼 영구적인 상흔을 남기는.. 그런 충격을 주는 이벤트가 되어간다.. 라는 씁슬한 생각을 해봅니다.

 

얘기가 길어지는 듯 하여 정리를 해봅니다. 지금 시장의 낙관론은 백신 이후 성장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Fed가 추가 부양을 하더라도 재정 정책과 맞물려셔 그런 성장을 보다 강하게 추동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내고 있죠. 성장이 나오게 되면 금은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런 성장이 훨씬 크게 늘어난 부채 부담을 깨달으면서 과도한 낙관론에 기인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런 낙관론의 끝에서 성장이 흔들릴 때 추가적인 돈 풀기의 지원이 나올 것임을 본다면… 금은 중기적인 관점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기존에 푼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풀 것이기에… 금 가격 역시 전고점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겠죠. 주말 에세이.. 이 정도에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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