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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10

by sperantia 2020. 12. 12.

아침에 회의가 있어서 아주 퀵하게 코멘트를 드려볼까 합니다. 몇 번 에세이에서 다룬 적은 있는데요.. 그런 질문이죠… Fed는 영원히 돈을 풀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맞는 것이… 기축 통화국이기에 달러에 대한 탄탄한 수요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죠… 그렇기에 Fed는 아무런 부담이 없이 달러를 마구잡이로 풀 수 있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요.. 만약 그 말이 맞다면.. 왜 달러본위 화폐제가 된 이후 미국은 계속해서 돈을 풀지 않았을까요? 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야.. 돈을 풀기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왜 코로나가 되어서야.. 돈을 마구 풀면서 시장을 위로하기 시작했을까요? 과거에는 이렇게 타락하는 맛을 잘 몰라서?? 그건 아닌 듯 하구요…

 

60년대 말 70년대 초반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비관론이 상당히 강했더랍니다. 미국이 마구잡이로 달러를 풀어제끼는데 대한 반작용이 상당했던 거죠. 당시 프랑스는 달러 대신 금을 원했구요(금 본위 화폐제였으니까요) 그리고… 산유국들은 달러로 원유가 결제되는 대 대한 상당한 반감을 갖게 되었죠.. 달러 체제가 붕괴된다는 두려움에.. 그 부작용에 서독과 일본 등 당시 잘 나가던.. 아니아니.. 잘 나가기 시작하던 국가들은 통화 스왑을 통해 미국 달러 가치 붕괴를 막기 위한 노오력을 했더랍니다. 잘 생각해보면… 60~70년대..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전세계에서 미국을 대적할 수 있는 국가는 없었겠죠.. 그런 당시에도 미국 달러가 붕괴된다는 두려움이 컸으니.. 달러는 영원하다.. 라는 얘기를 함부로 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본격적으로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해보죠. 첫째… 효용이 없습니다. 한국은행에서도 기준 금리의 실효하한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양적완화의 효력이 사라져버리는.. 아니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큰 시기가 찾아오게 될 겁니다. 제가 lose-lose situation이라는 엘 에리언의 코멘트를 인용하면서 그냥 타겟없이 돈을 뿌리게 되면..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설명드렸던 바 있습니다. 이렇게 뿌린 돈은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경제 주체들에게 골고루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라 코로나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기회를 얻은(?) 언택트 기업들로 흘러들어가게 된 거죠. 그럼 언택트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해 매출 확대의 기회를 얻었을 뿐 아니라.. 물밀 듯 밀려들어오는 자금으로 인해 재무 구조도 아주 탄탄해지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행복을 만끽하게 됩니다. 네… 추가적인 달러 풀기.. 양적완화가… 실질적인 경기 부양의 효과보다는… 자산 시장의 과열을 낳는다라고 한다면.. 신중해질 수 밖에 없겠죠.

 

두번째는..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돈을 계속 풀었을 때.. 이제 달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금 생겨날 수 있죠. 전세계가 힘들어서 한꺼번에 돈을 푼다.. 이런 경우에는 달러만 타락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타락하는 것이기에.. 달러 가치의 하락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겠죠. 와이? 대안이 없으니까요.. 위안화도 들이붓고 유로화도 들이붓고.. 엔화도 들이붓는 구조라고 한다면… 살짝 돈을 푸는 것 정도로는 달러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은 돈 풀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미국 혼자 돈 풀기에 혈안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 무서운 겁니다.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에도 당시 무역 흑자를 크게 키워가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서독 마르크화 앞에서 달러화는 굴욕을 겪었던 바 있죠. 중국은 금융 시장 개방에… 위안화 세력 확장에.. 달러가 슬럼프에 빠진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Fed가 마음놓고 달러를 뿌릴 수 있을까요? 상당히 많은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른 바 정직한 통화인 위안화의 위상이 매우 강해지게 될 겁니다.

 

헐.. 그래서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한다고?? 말이 되냐..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요… 위안화가 강해진다는 것과 위안화가 달러를 몰아내고 전세계 기축통화가 된다는 얘기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위안화는 아직 달러에 비해서 그 힘이 매우 약하죠.. 그렇지만 위안화의 세력이 커지는… 위안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달러가 너무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담되는 요인일 겁니다. 실제 Fed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 그리고 YCC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나타내는 모습.. 그리고 2차 팬데믹의 공포가 커지는데도… 사알짝 10년 국채 금리의 상승을 눈감아주는 듯한 모습.. 이런 것들은.. Fed 역시 이런 달러의 가치 하락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겠죠.

 

마지막입니다. 이건 지금까지 말씀드리지 않았던 부분인데요…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글로벌리 물가가 낮았던 시기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물가는 매우 낮았었죠. 그리고 2000~2008년까지는 물가가 높게 유지되었더랍니다. 이후 금융 위기가 터지고… 09~10년 잠시 높았던 물가는… 11년부터 하락 일변도로 전환이 되었죠. 그리고 17년에 잠시 올라오는 듯 하다가.. 다시금 주저앉아버렸더랍니다. 이 시기를 잘 보시면요… 모두 달러 강세와 겹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달러 강세가 제대로 나타났던 90년대 후반… 그리고 달러 강세로 전환이 본격화되었던 2013년 이후… 물가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파악 눌려있던 모습이었답니다.

 

반면… 달러 약세가 가시화되었던 2000년대 중반과… 금융 위기 이후 풀어놓은 달러로 인해… 달러 약세가 만들어졌던 2010년… 그리고 고압 경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인 달러 약세가 강하게 나타났던 2017년에… 물가는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죠.

 

과거 옐런은 Fed 의장이었던 시기.. 물가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고용이죠. 고용이 잘되면… 임금이 상승하면서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둘째는 에너지 가격입니다. 국제 유가가 높으면… 물가의 상승을 만들어내곤 하죠. 셋째는 수입 물가입니다. 수입 물가는 달러 가치와 연동되는데 달러가 약세라면… 수입 물가가 높아질 겁니다. 반대로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찍어 누르는 효과가 있겠죠. 2013년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죠… 네.. 그 결과는 바로 물가의 하락입니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크게 나타났던 때였죠…

 

그런데… 최근 나타나는 모습은… 이런 그림입니다. 달러가 본격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죠. 미국의 소비는 뿌려놓은 돈으로 인해 거의 폭발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달러 약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까지 밀려올라가는 그림이 나오고 있죠. 네… 지금까지 물가를 내리눌렀었던 요인들이 하나 하나 사라져가는 모습이죠.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추가로 달러를 들이부으면??? 그래서 달러 약세를 강하게 만들게 되면??? 그럼 이 돈들이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가서 구리 가격을 비롯한 전체적인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리게 되겠죠. 달러 약세와 겹쳐서 빠른 물가 상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Fed도 물가 상승 속도 제어를 위해서 돈 풀기를 되감아야 하겠죠.

 

헐.. 그럼 이제 인플레이션의 시대라고?? 라는 얘기를 하실 듯 하여.. 또 전해드리면… 물가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의 시대라고 하면… 위안화가 강세면.. 위안화가 달러를 제낀다는 논리와 차이가 없겠죠… 단기로 인플레이션 부담을 시장이 느낄 수 있다.. 정도로 해석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 얘기도 상당히 긴 논의이기에.. 접어두도록 하죠.

 

네.. 이렇게 세가지를 말씀드렸죠. 첫째는 돈 풀기의 효과가 상당히 제한되는 구간.. 즉 자산 시장의 버블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말씀드렸구요… 둘째.. 대안이 존재할 때 달러 풀기는 달러의 위상 저하와… 중국 위안화의 부상을 자극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일!시!적! 물가 상승 부담에 놓일 수 있다라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네.. 마구잡이 돈 풀기.. 쉽지 않습니다. Fed 역시 그런 부담을 느끼기에.. 5월 이후 계속해서 시장이 기대하는 것을 살짝 miss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죠… 이번 FOMC에서도 비슷할 듯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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