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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08

by sperantia 2020. 12. 11.

주식 시장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모든 호재는 호재로 반영하면서 오르고.. 모든 악재 역시 호재로 해석하면서 밀어올리는 그림이죠. 그냥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 08년 9월처럼 리먼 브라더스 같은 대형 금융사가 파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구요.. 혹은 11년처럼 그리스나 스페인이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 라는 뉴스가 터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라구요.. 그때와 같이 금융 시장이 혼란에 휩싸이게 될까요.. 아니면… Fed가 무제한 유동성을 풀어줄 것이고… 미국 재무부가 나서서 무제한의 재정 지출을 할 것이기 때문에 대형 호재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요… 08년을 학습한 투자자들의 경우… 단기로는 악재지만… 중기로는 호재이기에 팔지 않고 견디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그 생각을 하면 주식을 아무도 팔지 않고 버티게 되니.. 하방은 방어가 되겠죠… 하방이 막힌 상황에서 경기 부양이 쏟아진다면 주식 시장은 더 밀려올라가게 되지 않을까요?

 

네… 금융 시장이 정부나 중앙은행 정책에 의존하는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는 느낌… 지울 수가 없는 듯 합니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기대를 모락모락 키워가고 있죠. 9080억 달러의 재정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재는 가장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구요… 중앙은행 사이드에서도 2차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 고통받고 있는데 돈 풀어야지 뭐하고 있느냐.. 는 압박이 상당히 강하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 확인이 가능하겠죠? ECB가 추가로 돈을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차주 초 Fed 역시 새로운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함께 어우러져서 시장의 강한 상승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제 에세이를 읽어오신 분들이면 잘 아시겠지만 지난 5월 이후 Fed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켰던 적이 없습니다. 다시 다시.. Fed가 돈을 계속해서 풀고 있는 것은 사실이구요…(매월 1200억 달러 수준의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죠)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완화적인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데요.. 돈은 풀고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은 풀고 있지 않죠. 지난 5월 시장이 기대했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선을 그었구요.. 6월에는 Fed가 주식 매입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 역시 묵살했던 바 있습니다. 7월에는 YCC는 당장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구요.. 8월과 10월 FOMC에서는 평균물가목표제로 시장을 두근거리게 했지만… 그 내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죠. 11월에는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조만간 양적완화 패키지를 조정하겠다는 뉘앙스의 코멘트를 던지면서 다시금 시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두근거리게 하고 있지… 실제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않고 있죠. 개인적으로 Fed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돈은 풀지만… 시장 기대만큼은 풀지 않는… 아이에게 선물은 주지만.. 걔덜이 원하는 만큼의 비싼 선물을 주지 않는 전략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차주에 예정되어 있는 FOMC에서도 비슷할 듯 합니다. 시장은 양적완화의 규모를 현재 매월 1200억 달러씩 사주는 것을 더 늘려주기를 기대하고 있죠. 그리고 사주는 채권의 만기가 긴 것을 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크음… 일단 더 많이 돈을 풀어준다는….. 양적완화 규모를 늘려준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만기가 긴 채권을 사주는게 그리 대단한가…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 사탕이죠. 누군가 돈을 빌려준다고 합니다. 1년 만기로 빌려주는 것과 10년 만기로 빌려주는 것.. 어느 쪽이 좋을까요? 당연히 10년동안 빌려주면 쌩큐겠죠~ㅎ 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는 사람.. 즉 채무자의 채무 증서… 즉 채권을 사는 겁니다. 1년을 빌려준 사람은 1년짜리 채권을 사는 거구요.. 10년 빌려준 사람은 10년짜리 채권을 사는 거죠. Fed가 10년짜리 사주는게 더 좋지 않나요? 10년 동안 걱정없이 싼 이자에 돈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럼 시장 참여자들은 이 둘 중에.. 즉 더 많이 사주는 것과… 더 만기가 긴 채권을 사주는 것 중에 무엇을 더 원하고 있을까요? 답은 아주 클리어합니다. 둘 다 해주길 바라죠. 더 만기가 긴 채권을 더 많이 사주길 바랄 겁니다. 만기가 더 긴 눈먼 돈이 더 많이 풀려나와주는 것.. 이게 지금 시장이 기대하는 핵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Fed가 이번에도… 이런 시장의 기대를 맞춰주지는 않을 것으로.. 그렇게 봅니다. 지금 고민하고 있다면서 시간을 더 끌거나.. 만기를 더 늘려주는 방법을 다소 소심한 수준에서 도입을 해주거나… 혹은 이와는 다른 방법(예를 들어 가이드라인 제시)을 도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 들어서 그런 거죠. Fed는 지난 4월에 CCF라고 해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더랍니다. 이게 SMCCF와 PMCCF로 나누어지는데요… SMCCF는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구요… PMCCF는 발행 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죠. 초기 4월에 이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시장은 크게 환호했답니다. 기업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Fed가 돕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영역에 지원을 크게 해준다니 행복할 수 밖에요.. 그런데요… 이게 5월이 넘도록 회사채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죠… 그리고 이런 회의감은 6월 중순 주식 시장의 큰 폭 하락을 불러옵니다. 단 하루에.. 나스닥 지수가 6%가까이 하락하는 그림이 연출되었었죠.

 

이 소식에 깜놀한 Fed는 바로 회사채 매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구요… 실제 회사채 매입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장은 다시금 안심했고… 이런 생각을 했겠죠… ‘그럼 그렇지… 이렇게 살짝 실력 행사만 해주면 바로 행동에 나설 것을…ㅎㅎ’이라구요… 그런데요… 이번 달 말로 끝나는 이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의 실적은 그야말로 형편없습니다. 원래 회사채 매입 한도가 7500억 달러였죠. SMCCF로는 2500억 달러.. PMCCF로는 5000억 달러만큼 사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매입은 SMCCF의 경우는 약 200억 달러 수준 매입했구요… PMCCF 실적은 ‘제로’였답니다. 네.. 7500억 달러는 매입할 수 있는 상한이었지.. 그만큼을 매입한다는 것은 아니었죠. 그런데도 7500억 달러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회사채 시장은 자가발전하면서 아주 뜨겁게 달궈졌답니다.

 

이런 배경 하에… 이제 이번 주 ECB 정책에 대한 얘기를 잠시 드려보죠. ECB는 현재 1조 3500억 유로 수준의 PEPP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죠. PEPP는 팬데믹 국면에서 긴급하게 돈을 풀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입니다. 지금 유로존이 다시금 코로나의 파고에 휩쓸린 만큼 유로존 시장 참여자들은 더 많은 PEPP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5000억 달러는 늘려서 사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구요… 여기에 ECB 역시 밀려가는 느낌입니다. 기사 인용하죠.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매입프로그램인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규모를 2조 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마켓뉴스는 4일소식통을 인용해 ECB가 다음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소 5천억 유로를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PEPP는 현재 1조3천500억 유로를 매입할 수 있다.

 

마켓뉴스는 다만 ECB가 새로운 규모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인포맥스, 20. 12. 5)

 

 

음.. 맞네요.. 첫 문단을 보면… 현재 1.35조 유로에서 5천억 유로를 더 산다고 하니까.. 1.85조 유로가 될 겁니다. 어??? 2조라고 나오는데??? 라는 얘기 하실 분들 계실 수 있는데요… 2조 달!러!라고 되어 있죠? 유로로 환산하면 1.85조 유로 정도 될 듯 합니다.ㅎㅎ 중요한 건 두번째 문단입니다. 이상한 얘기가 적혀있죠. 그런데.. ECB는 새로운 규모… 즉.. 새롭게 늘려준 5000억 유로 규모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나오네요… 이게 뭔 소리죠?

 

앞서 CCF의 케이스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가 팍 되실 겁니다. 네.. 7500억 달러 어치 사준다고 하고.. 7500억 달러는 상한일 뿐입니다. 7500억 달러만큼 사준게 아니라.. 최대 7500억 달러까지 사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는 200억 달러 정도 사주고 올해 말 종료할 예정입니다. Fed입장에서는 7500억 달러로 시장의 기대를 키워주고… 200억 달러 던지고 집에 가는 신공을 보여주는 거죠. ECB도 이 그림을 보면서 상당히 깊은 이른 바 딥임팩트를 받았을 겁니다. 네.. 5000억 유로 더 줄 수 있다고 하구요… 이건 어디까지나 상한이 되는 거겠죠… 5000억 유로를 쓰겠다~~ 가 아니라… 최대 5000억 유로까지 쓸 수도 있다~~ 라고 말하면서 여지를 상당히 크게 남겨놓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다면… 지난 8월 ECB가 원래 7500억 유로 수준이었던 PEPP를 1.35조 유로로 올릴 때의 기사 역시 편하게 읽히실 듯 합니다. 인용합니다.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유연성과 관련해 논의도 활발했다. 의사록은 "PEPP의 유연성은 순매입이 목표보다 상한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입수되는 자료가 깜짝 상승했고, 6월 회의 당시 만연했던 전망을 둘러싼 하방 위험이 물러났다는 지적들로 인해 봉투를 완전히 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왔다.”(연합인포맥스, 20. 8. 21)

 

이해가 되시죠?^^ 그럼 오늘 내용이 이해가 되신 거구요.. 글쎄요.. 이런 거죠. 시장이 영악하다면… Fed가 광만 팔고 빠졌다는 것을 이제 느낄 겁니다. 일단 광팔고 나간 Fed는 그렇다치고… 똑같은 방식으로 새롭게 광을 팔려고 하는 ECB에게는 다소 싸늘한 시선을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까지는 이번에 안줘도 다음에 주겠지.. 라는 낙관이 시장에 만연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의 집행을 보면서 이런 흐름을 느끼게 된다면 시장의 기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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