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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10108

by sperantia 2021. 1. 11.

뉴욕증시가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뜨겁기로는 역사상 상위 몇 %에 들어가는 강세장이고… 실물 경기로만 따지면 역사상 하위 몇 %에 들어가는 침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공감이 가는 얘기인 듯 합니다. 경기와 주식 시장의 괴리가 이렇게 심해지면… 유동성의 투입이 있을 때 그 유동성이 설비 투자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게 될 겁니다.

그냥 쉽게 이런 거죠. 경기는 침체 일로인데… 주식 시장은 뜨겁습니다. 왠만한 기업들도 돈이 생기면… 설비 투자를 해서… 고용을 창출해서 물건을 만들고… 이걸 시장에 내다팔 생각을 하기 어렵죠. 경기 침체로 인해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인데…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물건을 판다는게.. 참.. 쉽지 않겠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언제 직업 환경이 셧다운될지 모르는데… 설비 투자를 늘린다?? 이것도 쉽지 않은 얘기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듣죠. 설비 투자보다는 금융 투자를 해보라는 거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아무런 고민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혹여나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라는 반문에 이런 답이 돌아오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말씀을요… 네.. 그럼 금융 투자 쪽으로의 쏠림이 보다 강해질 겁니다.

금융 투자 쪽으로의 쏠림이 강해지게 되면 주가는 더욱 더 크게 올라가겠죠. 결국 투자의 핵심은 내가 산 주식을 뒤에서 누가 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느냐의 게임입니다. 더 비싼 가격에 사주도록 하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을 해서 주식을 사야 하겠죠. 보다 매력적인 주식.. 성장성이 있는 주식.. 혹은 저평가된 주식… 이런 주식을 사야.. 뒤에서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들어와줄 겁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이런 고민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첫째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이 밑에서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워낙 강하구요… 둘째는… 이런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그리고 나 혼자 금융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 혼자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람들이 투자에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면서 주식을 사주겠죠. 네… 뒤에서 누군가 사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기에 사람들은 보다 강하게 주식 시장으로 밀려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조지아 선거를 통해 확인된 블루 웨이브가 대표적인 케이스죠. 투자자들은 블루 웨이브보다는 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2000달러를 전국민이 받게 되면 그들은 이 돈을 갖고 무엇을 하게 될까요? 소비를 하게 될까요.. 아니면 빚을 갚게 될까요.. 아니면.. 주식 투자를 하게 될까요.. 네.. 아주 필수적인 소비와 빚 갚기를 제외하면 주식에 넣어두는 것이 돈을 더 불릴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는 주식 시장으로의 추가 자금 유입의 기대를 키우게 됩니다. 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가 상승은 이런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죠.

그럼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렇게 주식 시장이 뜨거워지면 버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거 아니냐.. 라는 생각이 그것이죠. 정부나 중앙은행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주식 시장과 실물 경기의 괴리가 커지는 것은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거죠. 다만 올해 백신이 나와주고… 실물 경기가 돌고… 이렇게 풀어놓은 유동성이 실물 경기 쪽으로 흘러가서 투자를 크게 자극하게 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실물 경기와 괴리되어 높아진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자산 가격의 상승은 용인을 하되 실물 경기의 빠른 상승… 이를 통해서 자산 가격과의 괴리를 메우는 쪽으로 유도를 하는 겁니다.

음.. 일견 말은 되는데요…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나중에 백신 효과가 나오고 하면.. 실물 경기 쪽이 좋아질까요? 백신 효과가 나왔다고 가정을 할 때 기업들은 이제부터 경기가 좋아질 테니 설비 투자를 늘리자.. 이렇게 나올까요.. 아니면 금융 투자를 더욱 더 늘리게 될까요? 심리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 한 방향으로의 쏠림이 나타나면… 즉, 금융 투자로의 쏠림이 현실화되면 이걸 실물 투자 쪽으로 틀어버리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금융과 실물의 괴리.. 자산 가격을 낮춰 실물 경기에 맞추는 것보다는 실물 경기를 들어올려 자산 가격에 맞춰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저 역시 동의하구요. 문제는 자산 시장의 과열을 자극하게 되면 실물 경기의 회복을 위한 원동력, 혹은 마중물이 될 유동성조차 금융 시장으로 몰려버릴 수 있죠. 최근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금융 안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위안화의 빠른 절상에 제동을 걸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출을 타이트하게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했구요… 우리나라 정부와 중앙은행에서도 금융 안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죠.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주택 가격의 상승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고 있으며 Fed 내에서도 테이퍼링 논란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블루 웨이브를 보면서 2000달러를 생각하고, 이 2000달러가 경기를 살려서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2000달러가 주식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그 돈으로 내가 산 주식을 뒤에서 누군가가 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죠. 전일 뉴욕 증시를 보면 블루 웨이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빅테크들이 큰 폭 반등하면서 나스닥이 다른 지수를 크게 아웃퍼폼했죠. 경기 개선을 만들어서 주식 시장을 이끈다면… 나스닥의 강세보다는 다른 주식의 강세가 적절할 듯 한데요… 그보다는 2000불이 주식 시장으로 들어와… 패시브 지수를 매입하면서 대형주를 사게 되는 로직이 돈 것이라..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의 상황, 이런 유동성이 실물 경기의 실질적 회복을 만들지.. 아니면 자산 시장과 실물 경기의 괴리를 보다 크게 만들지가… 향후 관건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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