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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10312

by sperantia 2021. 3. 14.

ECB에서 국채 매입 속도를 늘리겠다는 코멘트가 나왔죠. 1조 8500억 유로 규모로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데요, 이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은 아니구요… 매월 600억 유로씩 국채를 사들이는데, 이걸 1000억 유로 이내에서 사들이는 것으로 국채 매입 속도를 늘리겠다고 코멘트를 했습니다. 더 많이 사주겠다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최근 분위기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쌩큐죠. 금리 상승세가 가뜩이나 부담스러웠으니까요..

 

독일 국채 금리도 10년 기준 -0.7%수준이었던 것이 지금은 -0.3%수준까지 올라왔고 프랑스 금리는 한 때 플러스 전환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재정 적자가 심각한 국가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되죠. 유럽은 2011년에 유럽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겪었던 바 있고 여전히 그 파고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추가로 재정 적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금리의 상승이 달갑지는 않을 겁니다. 네, 경제 체력이 약한 만큼 금리의 상승을 경계해야 하니 양적완화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매월 나누어서 정량으로 사야할 것을 앞에 땡겨서 먼저 사버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 거죠.

 

금리의 상승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인데요, 금리 상승을 견뎌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튼튼한 국가들이나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니아니.. 상대적으로 덜 부담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나 국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죠. 유로존 국가들만 해도 재정 적자는 과도한 수준이지만 국제 통화인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그 타격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여기서 추가적인 금리의 상승이 나타났을 때 보다 큰 피해를 받을 수 있겠죠. 이머징 통화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일 ECB의 발빠른 대응을 보면서 시장은 그런 기대를 키울 수 있겠죠. ‘그래.. 이제 중앙은행들이 나서는구나.. 시장 금리 상승 역시 부담스러워 하고 있구나..’ 라는 기대겠죠. 최근 호주 중앙은행 역시 자국 금리의 상승세를 제어하기 위해 YCC에 발맞춰서(호주는 3년 국채 금리에 대해 YCC를 시행하고 있죠) 장기 국채 매수를 늘린 바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역시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코멘트를 최근 구로다 총재가 날려준 바 있죠. ECB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드뎌 중앙은행들이 금리 상승의 뚜껑을 닫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거겠죠. 그리고 최근 빠르게 상승하던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1.6%를 상단으로 막히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더 그런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럼 자연스레 다음 주에 있을 FOMC를 주목하게 되지 않을까요? ECB, BOJ, RBA가 함께 장기 금리의 급등을 제어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Fed 역시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앞서 유로존이나 이머징에 대한 설명을 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거죠. 이번 1.9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비롯, 최근에 취하고 있는 재정 정책은 경기 반등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양적완화 역시 유로존이나 일본에 비해서 훨씬 강하고 빨랐었죠. 참고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독일 국채 10년 금리는 -0.5%수준이었구요… 일본 국채 금리는 -0.1%수준이었답니다. 팬데믹의 중심에서도 이들 국가들의 국채 금리는 거의 바뀌지 않았죠. 반면 미국의 국채 금리는 2%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다가 급전직하하면서 0.5%까지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통화 완화가 훨씬 더 강력했던 거죠. 이제 그 패턴을 되돌리고 있는데요, 유로존의 경우 국채 금리가 -0.3%까지, 일본은 +0.1%까지 올라온 상황이구요… 미국의 경우 현재 1.5%수준입니다.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교했을 때 아직 미국은 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레벨까지 많이 돌리지 못한 상황이죠.

 

미국 경제에 대한 부양책 규모를 생각했을 때 경기 반등의 강도는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강했구요… 국채 금리의 누름도 다른 어떤 국가보다 강했던 바 있습니다. 이제 과도하게 눌렀던 장기 금리의 되돌림이 나타나는데요, 경기의 개선 속도가 빠른 이런 상황에서 이걸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요? 주식 시장이 금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게 올라오고 있고 고용 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그리고 물가 지표 역시 아직은 안정적입니다.(다음 달에는 튀어오를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Fed 역시 ECB처럼 움직여주기를.. 즉,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다음 주에는 실망스러운 대답.. 아직 무응답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죠. 시장 상황이 조금 불안한 듯 하면 그 때는 선물을 주겠지만.. 지금처럼 Buy the Dip(밀림 사자)의 기운이 강성하고 전혀 금리 상승에 쫄지 않는 모습을 다시금 나타내며 자신감을 보여주면 Fed 역시 장기 금리 상승을 굳이 억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열리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서도 국채 매입의 기조에서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ETF 매입에서의 변화 가능성도 언급될 수 있죠. 불안하면… 그 반작용으로 중앙은행이 무언가를 더 줄 수도 있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고 멀쩡하면 그 반작용으로 기존에 긴급 상황에서 취했던 조치를 되돌릴 수 있겠죠. 지난 에세이에서 다루었던 SLR의 경우도 시장이 불안하면 전격 연장 조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반작용으로 월말에 중단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ECB의 회의를 보면서 이제 금리 상승의 공포는 끝났는가를 문의해주시는 질문을 보면서 에세이를 적어보았습니다. 사람이 하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죠. 그래서 중앙은행 담당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정해진 Path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른 데이터에 의존해서(data dependency) 정책을 짜겠다고 하죠. 네.. 작용과 반작용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 빅이벤트들까지 보면서 조금 더 고민해보도록 하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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