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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206

by sperantia 2022. 2. 7.

안절부절…. 요즘 금융 시장을 보면서 받는 느낌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으니 스스로 상상을 할 뿐이죠. 이렇게 불안할 때에는 상대편도 잘 모르지만 서로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분위기인 거죠. 5차례 인상할 것 같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면 긴장하다가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아..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 같아.. 라는 의견이 나오면 방긋 웃기도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들리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은 좋지 않겠어… 라는 얘기입니다. 그럼 글로벌 투자 자금이 그 기업의 주식으로 쏠리게 되겠죠. 반면 실적 미스가 나오면 실적이 나오는 확실한 대안을 찾았다는 확신을 갖고 그 기업을 처참하게 버립니다. 지난 주 있었던 애플, 아마존과 처참한 하락을 맞은 메타의 극명한 차이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죠.

코로나 시국에서는 토탈 케어가 진행되고 있었죠. 잘하는 넘, 못하는 넘 가릴 것 없습니다. 거대한 쿠션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살 수 있었고 못하면 더 좋습니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전혀 무너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산군 내에서도 전반적인 랠리를 확인하는, 이른 바 Everything Rally가 가능했던 거죠. 그런데요, 이런 토탈 케어에서 연준은 빠르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3월부터는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의 시작, 즉 긴축이 시작되는 겁니다. 풀어놓은 돈을 조금씩 회수합니다. 그럼 그 회수하는 동안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죠. 모든 자산군에서 동일하게 유동성이 빠지는 게 아닙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긴축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버틸 수 있는 자산군으로 자금이 몰리게 되겠죠.

추가 양적완화 및 YCC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던 지난 해 2월부터 가격 부담을 느꼈던 ARK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 성장주가 고전했죠.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되었던 지난 해 6월부터 이머징 시장의 상대 성과가 부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테이퍼링이 시작됨을 예고하면서 미국 대형 퀄리티 주를 제외한 다른 주식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이제는 퀄러티 기업들 중에서도 실적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서 상당한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점진적인 긴축 앞에서 새로운 균형을 시장이 찾고 있는 과정이죠. 다만 그 점진적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할 수 없으니 그 균형을 찾는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지금은 실적이 나오는 퀄러티 주식과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원자재 관련주로의 쏠림이 진행되고 있죠.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싶으면 이들 주식으로 자금이 화악 쏠립니다. 혹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도… 그나마 잘 견딜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들 주식으로 또 다시 자금이 쏠리게 되죠. 참고로 1월 중순만 해도 연준의 긴축을 두려워하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어김없이 하락하던 나스닥 시장이 지난 토요일 새벽에는 아마존의 하드 캐리에 힘입어 1%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저는 기존에 풀어놓았던 거대한 유동성이.. 이제 조금씩 긴축의 영향으로 흡수되는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지금 시장 움직임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럼 안정적일까요? 네, 당연히 불안감이 크겠죠. 안절부절 그 자체가 될 겁니다.

Buy the Dip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많은 개인들이 걱정하지 않고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려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야 할 겁니다. 중앙은행이 하단을 받쳐주면서 Buy the Dip, 즉 밀리면 사자… 연준이 지켜주니까.. 라는 확신이 생기기에 미국의 개인들도 거대한 투자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거겠죠. 하단을 막아준다는 것은 주식 투자에 대한 변동성을 크게 낮춰준다는 얘기입니다. 투자를 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이 현기증 나는 위 아래 떨림인데, 손실 가능성을 크게 낮춰주니.. 그걸 수 차례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었으니 개인들이 투자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런데요, 만약 연준이 밑을 더 이상 받쳐주지 않는다는 얘기, 그리고 변동성이 돌아왔다는 얘기가 들려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럼 Buy the Dip의 신화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경기가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좋으면 연준이 돈 풀어서 주가가 오르니… 주가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다.. 주식 투자가 답이다… 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지금은요, 미국 대형 성장주가 답이다.. 라는 말로 바뀌었죠. 이 얘기가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적어도 모든 주식에 Buy the Dip이 적용된다는 인식은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미국 대형주의 상대적인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여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과 쏠림이 있는 것으로 보이구요… 재미있는 것은 이들 미국 대형주가 미국 S&P500 등의 대표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수의 하락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죠. 참고로 S&P500지수는 여전히 4500선을 지켜내면서 고점 대비 그리 큰 폭 하락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긴축의 속도를 늦추는 시그널만 살짝 나와도 시장이 방긋 웃으면서 폭등세를 보이고, 국제 유가가 크게 뛰어올라갑니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그리고 자산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추동하는 요인이 될 수 있죠. 그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높아진 가능성은 시장에는 시차를 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죠. 시장은 연준이 이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 생각해서 울지 않고 버티는데.. 연준은 시장이 울지 않는 것을 보고 버틸만 한가보다.. 라는 생각에 긴축의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강한 고용 지표가 발표된 지난 토요일 새벽,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뛰어올랐죠. 아마존을 비롯, 미국 기업들이 그래도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그럼 연준은 더욱 더 긴축의 속도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해 말에는 2022년 연내 2회 인상을, 올해 초에는 많으면 3회 인상을 전망하는 시각이 강했답니다. 그러나 1월 중순 발표된 높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영향도 겹쳐지면서 연내 4회 인상 시각이 힘을 얻었고, FOMC를 거치면서 5회 인상으로 굳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 강한 고용 지표를 만나면서 연내 6회 인상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하고 있죠. 와.. 정말 민첩하게… 빠르게 긴축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성장이 강하게 나와주고 있는 이 때 진도를 빨리 빼두어야… 긴축을 최대한 진행해서 물가 상승세가 고질병이 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줘야 하겠죠. 연준은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고용 지표 발표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도 크게 뛰어올라갔구요, 3월에 0.5%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네요.

헉.. 그래도 금융 시장이 받는 충격이 있으니.. 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강해질 수 있으니… 연준이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이는데… 라는 주장이 있구요… 연준이 나 홀로 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면 신흥국이 크게 흔들리면서 미국 성장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받는 충격이 강해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의 속도 조절을 은근히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참 많은 편이죠. 이에 대해 뉴욕 연은의 윌리엄스 총재가 지난 해 12월 이런 말을 합니다.

 

그(윌리엄스 총재)는 "투자자와 시장이 연준의 정책에 너무 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스토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가치가 역사적 평균과 비교해 매우 높다면서도 금융안정 위험을 해치는 체계적 위험을 낳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1. 12. 18)

시장이 연준에 과몰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를 첫 문장에서는 하고 있죠. 두번째 문장을 보시면 자산 가치가 역사적 평균과 비교해서 매우 높다는 얘기와 함께 (이렇게 높아진 자산 가격이) 금융 안정을 해치는 체계적 위험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하고 있죠. 이 얘기는요, 현재 자산 가격이 높아서… 이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실물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에 새가슴 연준은 절대 긴축으로 가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자산 가치가 높은데.. 이거 하락한다고 해서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자산 가격 하락하면 실물 경제 둔화되고, 이렇게 되면 금융 시스템에도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긴축 멈춰야 하는 것 아냐… 라는 질문에 돈 워리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비슷한 얘기를 지난 해 2월 파월 의장이 했었죠. 잠시 인용합니다.

“자산 시장 과열, 거품과 관련된 질문에 파월 의장은 혼재된 대답을 내놨다. 그는 "금융시스템의 레버리지는 완만하다"면서도 "일부 측정 수단으로 볼 때 일부 자산 가격은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형은행의 자본이 늘어나는 등 지금 은행은 강하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다르다"며 "강한 회복이 필요하며, 통화 정책의 계속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약세는 이례적으로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연합인포맥스, 21. 2. 25)

 

자산 가격이 높아서 버블 우려가 있고, 이런 버블이 터지게 되면 당연히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버블 붕괴는 우선적으로 은행의 부실을 키우게 되죠. 은행 부실이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에 1차 충격을 주고, 은행들이 부실로 인해 움츠러들어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아 2차 충격까지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은행들이 과거 대비로 자본을 크게 늘려놓았기 때문에 금융 위기 때처럼 힘없이 은행 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임을 단언한 거죠. 은행의 자본이 크게 늘어있기 때문에 약간의 주가 하락 등의 충격까지 연준이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은행권의 자본이 과거 대비 충분한 만큼 일정 수준의 주가 하락까지 일일이 연준이 나서서 지켜줄 필요는 없다는 강한 주장이 되시겠습니다. 물가가 저절로 안정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긴축의 속도를 계속해서 겸손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 시장이 약간의 긴장을 한다고 해서 후퇴하지는 않을 듯 하구요, 오히려 물가가 제대로 꺾일 때까지, 그리고 미국의 성장이 아직은 양호하게 남아있을 때 최대한 인플레 억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Buy the Dip의 신화가 흔들려나갈 수 있겠죠. 밑이 막혀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깨지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을 겁니다.

과거와 달라진 연준이 겸손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어떻게 나오는지를 계속 보시죠. 이런 태세 전환에 대해서도 시장이 갖고 있는 예상치, 혹은 기대치라는 게 있을 겁니다. 그 선을 넘을 때마다 시장은 바짝 긴장하게 되겠죠. 난이도가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다음 에세이에서는 신흥국 얘기를 집중적으로 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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