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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212

by sperantia 2022. 2. 12.

금융 시장 분위기가 참 애매합니다. 참.. 이런 얘기하면 부정탄다고… 재수없는 얘기 하지 말라는 얘기 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은 이런 얘기 안하지만 “짝수해의 저주”라는 게 있었습니다. 생각해볼까요? 2020년 시장이.. 물론 연초 대비로는 거의 감아올리면서 끝났지만 코로나 충격이 있었죠. 2018년은… 와.. 신흥국도 그렇고 막판에는 미국 주식 시장도 정말 힘겨웠었죠. 2016년도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지만 1월에 중국이 무너지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로 남아있습니다. 2014년도 1월이 참 힘겨웠어요… 그리고 국내 증시는 좋다 말았던 기억이 있구요… (그래도 14년은 무탈한 편입니다).. 2012년… 3차 유럽 재정 위기의 파고가 닥쳐왔고 12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한 이후 회복세가 빨라졌었죠. 2010년도… 하반기에는 좋았지만 2010년 초반에는 더블딥 위기.. 얘기 나왔고 5월에 그리스 사태가 터지면서 상반기 센티멘트는 그닥이었습니다. 2008년은 음..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으니 패스.. 2006년.. 와… 2004년 차이나 쇼크 때부터 장을 봤던 저에게는 힘겨웠던 한 해로 기억합니다. 06년 5월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버냉키 쇼크라는 게 있었죠. 04년은 아까 차이나 쇼크라고 했었죠? 상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반기부터 05년까지 코스피 지수는 1000포인트를 넘으면서 06년 상반기 1463포인트를 등정했었죠. 

 

결국은 꾸준한 상승장이 이어졌지만 중간 중간 참 굴곡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굴곡을 주었던 것이 짝수해에 많이 터져서리.. 그리고 그 해 국내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해서리.. 짝수해의 저주라는 말이 있었던 겁니다. 올해는 안그랬으면 좋겠네요.. T.T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애매모호하면 매크로를 보는 저 역시 마음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시장 전반이 흔들린다는 것은 바텀업의 문제보다는 매크로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죠. 주식은 기업 실적이 제일 중요하다.. 매크로는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라는 얘기를 주식하시는 분들에게 많이 듣습니다. 1%까지는 모르겠지만.. 기업 실적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1%인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 매크로가 주는 파괴력은요… 생각보다 강합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겠지만… 인생에서 병원을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인생 전체를 100으로 두고 병원의 비율을 보면.. 대부분 1%가 안되지 않을까요? 0.1%도 안될 것 같은데요… 그럼 병원은 없어도 되는 건가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대부분의 시간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팩터가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그 팩터가 정말 매서운 것이라면… 항상 관찰을 면밀히 해야하겠죠. 지금은 매크로 쪽에서.. 실물 경기의 둔화 우려와 함께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것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죠.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네.. 저 역시 공감합니다만… 그보다는 금리 인상에 반응하는 것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는 지난 해 3~4월을 거치면서 나왔던 테이퍼링의 연장선 상에서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영향을 받는 바도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일 새벽 뉴욕 증시는 보시면 나스닥 대형주가 특히 많이 하락했죠. 반도체 관련주들이 많이 하락했구요, 빅테크 역시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외로(?)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던 은행주들도 부진했구요… 물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까지 위축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미시건 소비자심리지수가 유럽 재정 위기 및 미국 신용 등급 강등 시기였던 11년 8월 레벨로 나오면서 성장에 대한 우려감을 키워주었죠. 이는 소비 관련주에도 부담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도 둔화되고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오를 것 같은 환경이면… 성장이 둔화되어도 차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물가가 올라도 물가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그리고 금리가 올라도 현금 흐름이 꾸준히 발생하기에 상대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대형성장주 쪽이 강세를 보여야 하겠죠.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면… 글쎄요… 대형 성장주는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 같다는 네러티브는 충분히 먹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대형성장주가 보다 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을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죠. 지난 해 2월부터 시작된 게임같은데요… 연준이 한 없이 돈을 더 퍼주지는 않을 것임을 발표했던 시기입니다. YCC,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완화 증액, 마이너스 금리 등의 추가 옵션을 시장은 연준에 요구했고… 연준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죠. 월 1200억 달러씩 주는 양적완화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더 많은 유동성이 끊임없이 펌프질되어 들어올 것이라는… 현재 들어오는 1200억 달러보다 더 큰 금액이 한없이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꺾였죠. 크게 상승했었던 중소형 성장주 중 대표격인 아크가 고점을 찍은 게 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 때 보다 55%정도 하락했죠. 

 

테이퍼링에 대한 얘기가 본격화되었던 지난 해 5~6월부터 이머징 시장 인덱스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달러는 강세 전환되었죠. 테이퍼링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유동성이 사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구요, 선진국이 이머징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말 끊임없이 흘러나온 듯 합니다. 그리고 선진국의 아웃퍼폼이 강했죠. 특히 미국 증시는 매우 매우 강했습니다. 연내 테이퍼링이 확정된 지난 해 8월 말~9월부터는요… 증시가 하락하기보다는.. 이미 풀려있는 유동성이 테이퍼링 혹은 금리 인상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죠. 그러면서 완전 자산(?)인 빅테크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퀄리티 주식에 투자할 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죠. 그리고 미국 증시 내에서도 대형 성장주로의 완벽한 차별화가 진행되었답니다. 그리고 대형 성장주는 물가가 오르고 내려고… 금리가 오르고 내려도… 성장이 주저앉거나 강해져도… 달러가 강해지거나 낮아져도… 전쟁이 나도… 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강해져도 항상 오르는 자산이 되었죠. 저는 수차례 기존 에세이에서 튜브의 비유를 통해 이런 현상을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튜브에서 바람을 빼는데 보다 빠르게 바람을 빼기 위해 한 쪽을 눌렀더니 다른 한 쪽으로 공기가 쏠려가면서 다른 쪽을 빵빵하게 만드는 거죠. 예고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었기에.. 여기서 잘 버틸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 기존에 풀린 유동성이 어디론가에 크게 고이는 모습… 이게 자산 시장의 차별화를 낳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자산으로의 쏠림은 이런 전제를 갖고 있었겠죠.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 등의 긴축이 예전처럼 천!천!히! 진행된다는 전제가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만약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긴축이 진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튜브에서 바람을 빼는데 이제는 빵빵하게 올라와있는 쪽을 누르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럼 여태까지 눌려있던 반대편보다는 빵빵하게 올라와있던 쪽이 보다 강하게 눌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와.. 튜브 갖고 시연해드리면 진짜 쉬운데… 이걸 글로 설명하려니 만만치 않네요.. T.T 

 

2018년 4분기가 이랬던 것 같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과하게 진행되자… 이미 2018년 2월부터 금융 시장은 크게 무너졌었죠. 그렇지만 2월 중순부터 미국 증시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구요.. 더욱 강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다른 이머징 증시가 다 무너짐에도 독야청청 강세를 이어갔었죠. 네… 금리 인상의 긴축에서 벗어나기 위해 풍선의 반대편으로 자금이 몰렸던 겁니다. 그런데… 4분기부터는 얘기가 달라졌죠. 거의 끝날 줄 알았던 긴축이… 파월이 “아직 한참 더 해야한다!!”라고 발언하는 그 순간… 그 전제가 달라지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놀랐던 것이 과거에는 쉽게 찾아보지 못했던 그림이 나온 거죠. 달러원 환율은 1140원 정도에서 안정되어 있었죠. 코스피 지수는 2600에서 이미 1900까지 하락했지만… 그 이상 크게 하락하지 않고 약보합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이머징 전반도 마찬가지였는데.. 유독 미국 시장이 크게 힘겨워했죠.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해서 뉴욕 증시가 깨지는데… 금리 인상도 달러 강세 요인… 뉴욕 증시 하락은 안전 자산 선호로 인한 달러 강세 요인이 되기에… 이런 경우 보통 달러원 환율이 1200원 위에서 놀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정이 되는… 참 신기한 기억이었습니다. 만약 그 전까지는 긴축에 대한 우려가 하나도 없었고… 갑자기 긴축 얘기가 터졌다면… 당연히 국내 증시나 신흥국 금융 시장이 미쿡보다 더 크게 흔들려야 정상이었겠죠.. 그런데.. 이미 2018년 2월부터 이어져왔던 이머징 시장의 붕괴…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유동성의 쏠림을 겪으면서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뉴욕 증시라는 기존의 누적이 있었기에.. 저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었다고 봅니다. 

 

긴축에는 강한 자산일 수 있는데요… 천천히 진행되는 긴축이라면… 아직 시간이 있기에 잘 버틸 수 있는 대형 성장주일 수 있지만… 그런 긴축이 정말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죠. 긴축에 버틸 수 있는 자산과 빠른 긴축에 버틸 수 있는 자산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긴축에 버틴다고 생각해서… 그 쪽 자산으로 쏠렸는데… 빠른 긴축으로 상황이 바뀌게 되면… 그 쏠림이 되감기면서 주는 상대적인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난 1월을 되돌아보면 이머징 시장 대비로 뉴욕 증시가 더 크게 하락했음을 알 수 있죠. 그리고 보통 뉴욕 증시가 10%이상 하락하면 달러원 환율은 로켓처럼 치솟곤 하는데 이미 지난 해 말 1180원 수준을 넘은 이후.. 1200원을 전후해서 완만한 변화를 이어가고 있죠. 어쩌면 우리가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완전 자산인 미국 대형 성장주가 빠른 긴축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자산 대비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답이 없기에 이 돈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게 되는데요… 2008년 5월이 그랬습니다. 그 때까지 강세를 주도했던 미국의 금융주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 시장 주식들이 한꺼번에 고전을 했죠. 인플레이션이 워낙 큰 문제이기에.. 성장은 둔화되는 상황에서… 돈이 인플레를 헤지할 수 있는 자산으로 몰리면서 엑슨 모빌, 쉐브론 등의 에너지 관련주가 초강세를 이어갔었고 국제 유가는 배럴 당 150불에 육박했었죠.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풀려있는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쏠리면서 원자재 가격의 초강세를 만들어내자 이런 원자재 가격의 초강세가 인플레이션을 보다 강하게 자극했고… 인플레이션 헤지에 대한 니즈를 자극하고… 원자재로 돈이 몰리고… 인플레이션 자극하고… 헤지 자극하고… 원자재로 돈이 몰리고… 인플레 자극하고… 헤지.. 그만할게요..^^ㅎㅎ

 

지금 긴축을 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상 미국은 긴축을 하지 않고 있고… 아직 테이퍼링을 통해 돈을 주입해주고 있죠. 오늘 새벽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왜 아직도 양적완화로 돈을 풀어주고 있느냐고.. 정신 나갔냐고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게 이겁니다. 0.5% 기준 금리 인상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왜 아직까지 양적완화를 해주면서… 3월에 종료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아직은 줘야 해요… 라는 얘기를 반복하냐… 라는 비난을 하는 거죠. 아직도 돈을 풀어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풀린 돈이 상당하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미래가 예상보다 빠른 긴축이라는 점… 그리고 그 “빠른”이라는 단어가 어떨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이런 뉴스 하나 하나에 시장이 휘청휘청하는 듯 합니다… 

 

“이 정도면 대충 긴축 반영한 것 같아… 설마하니… 이보다 더 하겠어?? “라는 생각… 

“이보다 금리 인상 빨리하면 리세션인데… 그건 아니다… 이제 다 온 거 같음…”이라는 생각..

“예전에 보니까 10% 정도 하락하면 연준은 긴축을 멈췄어.. 과도한 우려를 시장이 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면 리세션이 찾아오게 되는데… 그 부작용을 아니까… 빠른 금리 인상은 못해…”라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합치면 완만한 긴축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예상치 않게… 깨져나가는 것이 “빠른 긴축”이 되겠죠.

 

이런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는 불라드 총재가 이런 얘기 하는거죠. 테이퍼링… 아.. 참.. 꼭 3월까지 해야하나… 소비자물가지수가 7.5%에 달하는데??? 3월에 끝내지 말고 이번 달에 끝내야 하는 거 아님… 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구요.. 그럼 3월까지는 돈 주겠네… 조금은 시간이 있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시장이 깜놀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죠… 그리고 양적 긴축을 건드리자고 하고 있죠. 네.. 기준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단기 금리는 올라가는데 장기 금리가 무너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고… 특히 지방 은행들의 타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빠른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두려운 거죠… 그러니.. 금리 인상 빠르게 못할 수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에 불라드 총재는 양적긴축해서.. 장기 금리도 끌어올리자고 말하는 겁니다. 다시 다시.. 단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단기 금리 인상 속도는 유지하되 장기 금리를 양적 긴축으로 끌어올려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을 막자는 얘기입니다. 불라드 형님.. 증말 너무하시네요… 

 

네… 장단기 금리도 보셔야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 시장 분위기도 메롱인 듯 합니다. 이 쪽 움직임도 경계감을 갖고 봐야하지 않나 싶네요… 주말 에세이.. 우울한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기존에 풀어둔 유동성의 쏠림… 이 쏠림이 움직일 때마다 특정 섹터, 혹은 특정 스타일의 자산들이 큰 퍽의 변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공자님 말씀이죠…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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