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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정채진님]220215

by sperantia 2022. 2. 18.

뻬따 꼼쁠리

1.
아래 그래프를 보면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1955년 이후로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은 상태 또는 금리를 올리는 초기 국면에 불황이 온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자료가 1955년 부터 제공되었기 때문에 1955년 이후만 봄)

모든 불황은 바닥에서 기준금리를 상당히 올린 다음에 찾아왔다. 


2.
어떤 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이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

"왜 그럴까?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왜 불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 불황이 오면 연준으로서도 엄청난 희생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라는 정책적 수단이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이 할 수 있는 수단은 유동성 공급 밖에는 없게 된다. 금리를 내리고 엄청난 유동성을 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그 효과도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러에 대한 신뢰가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불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준이 적당한 시점에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3.
낮은 금리 상황에서 불황이 오지 않는다고 주식시장이 빠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불황이 없어도 고점 대비 10~20% 빠지는 것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주식시장이 30~40% 이상 하락할 때는 심각한 경제 불황이나 시스템 리스크가 동반되는데, 현재는 심각한 경제 불황이나 시스템 리스크가 동반되는 상황이 아니다.

은행주나 손해보험주 같은 경우에는 최근 5~6개월의 주식시장 하락 국면에 오히려 올랐다. 그리고 저평가된 기업들은 싸게 살 수 있도록 제발 빠져라고 기도해도 별로 빠지지도 않았다.
 
4.
물론 세상에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으므로 단언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절대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검은 백조가 한 마리라도 출현하면 백조는 모두 희다는 명제는 틀린 것이 된다. 지난 70년 간 기준금리가 낮을 때 불황이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해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은 기준 금리가 낮으므로 지금이 바닥이다 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macro에 귀 기울이면 본질적인 것을 놓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투자할 회사가 좋은지 여부, 그 회사가 저평가 되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현금 비중은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투자할 회사가 많이 보이면 적게 가져가도 무방하고, 투자할 회사가 보이지 않으면 많이 가면 되는 것이다. macro가 안전해 보여 현금을 적게 가져가고 macro가 불안하기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대부분의 위기는 macro가 안전해 보일 때 찾아오고 기회는 macro가 위험해 보일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5.
뻬따 꼼쁠리(Fait Accompli, Accomplished Fact, 기정 사실화)

"전쟁 위험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많은 투자자들은 서둘러서 그들의 유가증권을 팔겠지. 그러나 정작 선전포고 당일에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시세가 상승하거든. 1939년 전쟁 발발 시 이러한 전형적인 예가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증권시장에서 똑같이 일어났다네.

당시에 나는 스스로 금융 대란에 대비하고 있었지. 나는 모든 은행들이 문을 닫을 것이며, 증권시장도 정상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어. 나는 외환 규정이 더욱 엄격해지리라 생각해서 그에 대비했고 주말을 신경과민적 긴장 속에서 보냈다네. 그 다음 월요일, 전쟁이 터졌지. 나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외국과의 전화 통화를 신청할 때 적어야 하는 내 전화번호 마저 생각이 나지 않았다네.

그러나 길거리에 나섰을 때 나는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말할 것도 없이 은행들은 문을 열고 있었고 증권시장도 역시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거야.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지.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것은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180도 선회했으며 그 후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이네. 이것이야 말로 완벽한 뻬따 꼼쁠리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당시 시세 폭락을 예측했었던 투자자들에게는 정반대의 사실이 왔던 것이네."

-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정진상 옮김, 미래의 창

6.
내 생각에 올해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될 단어가 뻬따 꼼쁠리 아닐까 싶다.

여전히 말도 안되게 비싼 회사도 많이 있지만, 저평가된 회사도 꽤 많다. 투자하는 회사가 저평가되어 있다면 너무 타이밍 재지 말고 회사만 믿고 가면 된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 언제나 시간은 투자자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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