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조금 늦게 아이들과 계곡에 물놀이를 잠시 다녀왔더랍니다. 종종 족대를 갖고 가서 물고기를 잡곤 하는 곳인데요… 오늘 가보니 계곡에 물이 별로 없더군요. 올해 가뭄이 정말 상당하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꿀벌이 없어진 것도 문제라고 하죠. 올해 농사가 쉽지 않다면 가을 추석 때를 전후해서 식료품 물가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꿀벌까지 동원해서 겁주냐..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겠지만… 이게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듯 합니다. 오늘 뉴스 뜬 거 하나 타이틀만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사라진 꿀벌 78억마리, 돌아올 수 있을까… 범정부 ‘꿀벌 살리기’ 시동”(경향신문, 22. 6 .12)
이런 일들이 한국 소비자물가가 5.4%씩 오르는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겠죠. 아.. 정말 답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누누이 말씀드린 것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고질병이 생겨나게 됩니다. 여기까지 가면 안되겠죠..
물가 얘기가 나왔으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이벤트가 나오겠죠. 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입니다. 예상을 깨고 8.6%로 헤드라인 물가가 뛰어올랐죠. 헤드라인 물가는 8.3% 정도로 지난 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조금 더 하락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요… 지난 달 발표된 수치보다 더욱 높은 6% 수준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도 그리 좋지 않았죠. 렌트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렌트비는 물가가 오른 뒤에 뒤늦게 따라오르는 경향도 있지만 더 두려운 것은 잘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8.3%에서 8.6%로 다시금 상승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시장에 기대감을 키워왔던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보다 6월 물가가 조금 더 우려스럽습니다. 국제 유가만 보면 지난 4월말~5월 초에는 100불 수준에서 움직였는데.. 지금은 국제유가가 120불 수준을 기록하고 있죠. 미국의 가스 가격이 갤런 당 7을 보고 있는 상황이니.. 인플레이션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듯 합니다. 피크아웃 자체도 중요하지만 8.6%면… 목표치인 2%에서 크게 벗어나있는 거죠. 이게 목표치인 2%로 내려오려면 꽤 많은 계단을 내려와야 할 겁니다. 성큼 성큼 내려와도 올해나 내년까지 2%로 수렴할지 불확실한데 아직 인플레이션의 고점을 보지 못했다면 그 우울함은 더욱 더 커지겠죠. 이번 FOMC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매 분기말에는 경제에 대한 예측치를 연준이 제시하곤 하는데요… 물가에 대한 예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실업률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 두가지가 연준의 변화된 스탠스를 읽는데 중요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물가 상승세가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생겨나죠. 물가가 오르는데 낮은 임금에 일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럼.. 이들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임금을 올려줘야 하겠죠.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게 될 겁니다. 그럼 물가가 더 오르게 되죠. 그럼 임금을 더 올려주고… 비용이 올라가고.. 전가를 하고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고.. 이걸 임금 물가 악순환이라고 하죠. 임금은 한 번 올라가면 쉽사리 내려오지 않습니다. 렌트비와 임금의 쌍끌이 상승… 이게 중고차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두렵지 않나 싶습니다.
애니웨이.. 저 같은 아마츄어도 걱정할 정도면 연준의 프로들은 당연히 더욱 이 스토리가 두렵겠죠. 그리고 그런 연준을 모니터링 하는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연준이 이제 제대로 달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현재 연준 금리가 0.75~1.0%인데요… 이거 뒷 숫자만 생각하죠.. 복잡하니까요.. 그럼 현재 연준 금리는 1%라고 보면 됩니다. 뒷 숫자만 봤을 때… 올 연말 미국 기준 금리가 3.25%를 찍을 것이라고 보는 확률이 85%수준입니다. 네… 그 밑으로는 15%만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3.5%까지 오를 확률을 48.5%로 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만 더 생각해봅니다. 현재 1.0%죠. 다음 주 FOMC(6월)와 7월에 0.5%씩 인상하면 2.0%에 도달할 겁니다. 그리고 9월에는 인상한다 안한다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이 힘을 받았던 거죠. 그런데요.. 3.25%에 도달할 확률이 85%라고 했죠. 2.0%에 도달한 이후 연말까지 FOMC는 3번 남습니다. 3번의 FOMC에서 1.25%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건데요… 그럼 0.5%를 두 번은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0.5% 2회에… 0.25%를 1회 인상하면 3.0~3.25%에 달할 겁니다. 이 이상으로 인상될 확률이 85%라는 얘기겠죠.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48.5%의 확률이지만 3.25~3.5%라면… 0.5%씩 3번을 인상한다는 얘기겠네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 2년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3%수준에 오게 됩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연준 내에서 비둘기와 매가 싸우고 있죠. 매의 북극성주는 불라드입니다. 불라드가 올해 3.5%까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고 비둘기들은 2.5%수준에서 멈춰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또 한 번 불라드의 입김이 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지난 해 테이퍼링 서둘러야 한다부터… 금리 인상 3~4번에… 50bp인상에.. 이번에는3.5%수준 드립까지… 불라드의 주장이 보다 힘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번 FOMC 때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 그리고 FOMC 이후 불라드는 어떤 코멘트를 하게 될지 이것도 관심사가 될 듯 합니다.
물가 비상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죠. 독일 소비자물가지수가 8%를 넘어서면 ECB에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에세이에서 유로존의 금리 인상 예고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유럽은 미국과 달리 국가가 19개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이들 모두의 상황이 다를진데 여기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어떤 국가는 잘 견딜 수 있겠지만 취약한 국가는 정말 힘겨워지지 않을까요? 그런 취약한 국가를 우리는 그리스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의 국채 금리를 보면 10년물 기준으로 연초에 1.4%였는데요… 그게 현재 4.376%까지 상승했습니다.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 사이에10년 금리가 급등한 거죠. 그리스는 여전히 부채가 상당한 수준인데요… 4.376%의 금리가 부담스러울 듯 합니다. 이탈리아 역시 비슷한데요.. 연초 1.37%수준에서 현재3.83%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스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금리 상승 속도가 상당하죠.
유로존 전체가 금리가 오르는 건데… 뭐 이탈리아나 그리스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기에 독일과 비교를 해드립니다. 연초에 이탈리아와 독일의 금리 차는1.33%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ECB가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니까 독일 금리와 이태리 금리가 함께 뛴 거죠. 문제는 독일 금리가 뛰는 정도보다 이태리 금리가 크게 뛰었다는 거겠죠. 연초에는 1.33%에 불과했던 금리차가 현재는 2.33%까지 벌어졌습니다. 네.. 독일보다 이태리 금리가 더 크게 뛰니까.. 이 두 국가의 금리차가 커진 거겠죠. 이태리 금리가 1%정도 더 오른 겁니다. 그만큼 이태리에 미치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그럼 그리스도 집고 넘어가야겠죠. 그리스와 독일의 금리차는 연초에 1.4%수준이었는데요… 현재는 2.87%입니다. 와.. 연초에는 그리스나 이태리가 금리 수준이 비슷했는데.. 이제 그 차이가 커지고 있죠. 네.. 독일과 이태리, 독일과 그리스의 금리차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한 고리들 간에도 더 약한 넘들의 금리가 더 뜁니다. 이태리와 그리스 금리가 연초에 비슷했는데.. 현재는 그리스 금리가 이태리보다 약 0.5%정도 더 올라있는 것을 알 수 있죠. 약한 고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리스나 이태리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음을… 그래서 해당 국가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르지 않으면 돈을 빌릴 수 없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겠죠.
아마 10년 전부터 마켓을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텐데요…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 말씀드리고 있는 것과 같은 독일과 유럽 PIIGS국가들의 금리차를 많이 보곤 했었죠. 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 다들 잘 체크하지 않는 케이스가 되어버렸더랍니다. 왜냐구요? 유로존 재정 위기가 봉합되었으니까요… 여기서 단어 선택이 중요합니다. 해결된 게 아니라 봉합된 겁니다. 무엇으로 봉합을 시켜놓았는가.. 네… 12년 OMT라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15년에는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돌입하면서… 그리스 국채를 유럽 중앙은행이 매입해주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던 거죠. 튀어올라오는 유로존 재정 위기라는 괴물을 유동성이라는 거대한 산으로 눌러주면서 이들을 수면 아래로 눌러버렸던 겁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독일과의 금리차를 꺼내보고 있죠.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챠트를 다시금 들어보는 느낌입니다. 유로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 참.. 기분 나쁜 기억이죠. 유동성이라는 산으로 눌러서 봉합했는데… 그 유동성을 회수하게 되면… 봉합되어있던 곳이 터져나갈 수도 있겠죠… 참..
15년에는 위안화 환율을 많이 봤었죠. 역내 역외 위안화 환율의 차이와 위안화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보곤 했더랍니다. 실제 중국 위안화 위기가 심각했던 2016년 1월에 그 정도가 심했는데요… 이후 한동안 모니터링 대상에 오르지 못했었죠. 그런데… 최근에 다시 보고 있습니다. 위안화 환율 상승과 함께 역외 위안화가 역내 위안화를 꾸준히 웃도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당시에 중국의 위기 역시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해결했었는데요… 이제 그 금리 인상을 재개하니까… 그리고 속도 조절의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다시 불안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2018년 말에는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를 눈여겨 보고 있었죠.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을 뒤흔들고.. 이후 미국 경제를 휘청일 정도로 진행되는데… 미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였던 하이일드 채권에서 그 시그널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자 파월 의장은 얼굴이 하얗게 떠서 떨리는 목소리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선언했던 바 있습니다. 이게 19년 1월의 기억이죠. 이후 미국 증시는 다시금 크게 환호했구요.. 연준에 양적 긴축의 종료를 요구했고(19년 3월), 금리 인하를 요구했더랍니다(19년 7월), 그리고 부족해진 지준을 늘려달라면서 유사 양적완화를 요구하면서 모든 것을 받아냈었죠. 결국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도 강력한 양적완화를 통해서 눌러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요즘 또 불안해지고 있네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라는 영화를 봤는데요…(약 스포 주의) 그 영화에 보면 과거 빌런들이 등장하죠. 빌런도 간만에 보니까 반갑더라구요.. 그냥 제가 이런 소설을 써봅니다. 스파이더맨 1편에서 빌런을 만나고… 없애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거미줄로 묶어버리면서 봉합하면서 끝냈다구요… 2편에서도 만났던 빌런도 그런 식으로 똑같이 거미줄로 묶어버려서 봉합했답니다. 3편도 비슷하구요… 그런데.. 4편 시작할 때.. 거미줄의 힘이 사라진 거죠.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2,3편에서 만났던 빌런들을 다시 만나는 건가요? 빌런을 다시 만나서 반갑다기보다는… 이런 저질 영화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을 듯 합니다. 금융 위기 이후 위기들을 봉합했던 시리즈들의 재연.. 이렇게 가면 안되겠죠. 이를 위해서는 나이스한 연준의 대응과 국제 공조가 핵심일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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