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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710

by sperantia 2022. 7. 1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건과 보리스 존슨의 퇴진을 바라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죠. 2007년 조기 퇴진하는 한 후 절치부심으로 2012년에 다시금 총리가 된 아베의 강한 경기 부양은 일본 경제를 비롯,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주었죠.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의 빠른 속도 약세는 일본 수출 기업에게는 상당한 단비가 되어주었구요… 엔 약세로 인해 한국은 수출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수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하게 되었죠. 침체 일로의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기준 금리 인하를 2015년과 2016년에 단행했었구요,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들이 발표가 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16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브렉시트 이후 들어온 메이 총리는 인상깊은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브렉시트를 강하게 주장했었던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면서 영국의 트럼프 다운 모습을 보였었죠.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까지… 존슨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무역전쟁, 아베의 아베노믹스.. 사실 국제 공조와는 반대편의 이야기들이겠죠. 유로존에서의 이탈, 교역의 위축, 그리고 엔화 약세를 통한 환율 전쟁까지… 금융 위기 이후 강화되었던 G20중심의 글로벌 공조에 상당한 타격을 준 이벤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조가 사라진 자리에서 나타나는 성장의 충격을 유동성으로 메워준 것이… 지난 10년의 그림이었겠죠. 경기 둔화가 나타날 때마다 어디선가 시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등장하는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책들… 그래서 2019년 잭슨홀인가요.. 거기서 호주 중앙은행 총재가 그런 얘기를 하죠. 지금의 중앙은행은 너무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라구요… 브렉시트 터지면 돈 풀어서 메워야 하고… 무역 전쟁 터지면 돈 풀어서 메워야 하니.. 중앙은행의 고충이 무엇이었는지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과감한 돈 풀기는 40년만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죠.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현재 금융 시장은 세가지 쇼크가 돌아가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 쇼크, 다른 하나는 금리 쇼크, 마지막이 경기 침체 쇼크죠. 지지난주까지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요..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금 힘을 얻었죠. 그리고 내년 중반에는 되려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생겨났답니다. 주가는 많이 하락해있고 금리는 낮아진다고 합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서 물가도 안정된다고 하니.. 이제 주식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식 시장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강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죠. 그리고 성장주가 빠르게 딸려올라가니까 배럴 당 100불 밑으로 주저앉았던 국제 유가도 다시금 고개를 들었구요..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면서 2.8%를 하회했던 미국 2년 국채 금리도 이제는 다시금 3%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쇼크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기대 이상으로 올리죠. 이는 금리 쇼크를 만들구요.. 높아진 물가와 금리는 실물 경기의 소비를 둔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소비가 둔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주가도 하락하고 금리도 내리고.. 물가도 이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죠. 그럼 매력적인 주가.. 낮아진.. 이 아니라 낮아질 금리.. 내려갈 물가(?)를 생각하면서 주가가 다시 오르고.. 주가의 상승으로 대변되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닥시금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기대를 키우고… 이는 금리 인상 스탠스를 다시금 가져가야 함을 의미하게 되죠. 그리고 이는 다시 경기 침체 우려를 낳게 됩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내리고.. 금리가 내리고… 물가도 내릴 것 같으면… 다시금 주가가.. 오르고… 성장 기대가 커지고… 그만 할까요? 네… 이런 그림이 지난 연초부터 계속해서 돌아가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금 달라진 것은요.. 경기 침체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강해졌는데.. 거기에 재고순환이라는 새로운 스토리가 붙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기가 너무나 탄탄합니다. 그럼 소비가 매우 강하겠죠. 워낙 무리수를 둔 강한 경기 부양책에 의해 소비가 폭발했고.. 이렇게 폭발한 소비는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집니다. 기업들은 갑자기 찾아온 대목을 맞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문제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는 겁니다. 워낙에 오랜 기간 불경기를 겪어서 생산 라인을 화악 늘리기가 어려운 거죠.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수요가 워낙에 미약했기에 기업들도 금융 위기 이전과 같은 과감한 생산 라인 증설과 같은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수요가 워낙 강하니.. 물건을 더 쟁여두고 싶겠죠. 그래서 재고를 확충하려고 하는 겁니다. 재고를 예전에 생각했던 적정 재고보다 더 많아 쌓아두고 싶으면… 그 물건을 만드는 공장에 평소보다 더 많은 주문을 넣어야겠죠. 문제는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공장에 더 많은 주문을 넣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주문은… 지금 장사가 잘되는 것을 반영해서… 지금처럼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넣고 있죠.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봤기에.. 자발적으로 재고를 더 많이 쌓게 되는 거겠죠.. 언제든 찾아오면 이 대목에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할 테니까요.. 

 

그럼 현재의 강한 소비를 감안해서 재고를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쌓아두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의 강한 소비는 강한 부양책의 영향을 받았고.. 금리가 워낙 낮았고… 물가가 워낙 낮았고… 자산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고… 라는 이런 네가지 정도의 호재를 반영하면서 나타났던 것인데.. 이제 그 방향이 반대로 바뀌는 겁니다. 부양책은 사라졌구요..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물가도 치솟았고.. 자산 가격이 하락했죠. 그럼 아무래도 예전과 같은 강한 소비가 조금씩 시차를 두고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재고를 과도하게 쌓았다는 데 있습니다. 재고는 많은데 소비가 식어버리면… 일단 기업들은 쌓여있는 재고를 일정 수준 소진할 때까지는 추가 주문을 넣지 않겠죠. 추가 주문이 없다면 공장들도 갑작스레 생산 라인이 멈추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런 것들이 미국 각 지역의 제조업 관련 지표들의 Cooling down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겠죠. 

 

공장들은 얼마 전만 해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럼 당연히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할 거쟎아요? 그래서리.. 미국의 고용은 상당히 뜨거운 모습이죠. 여전히 구직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만약 재고가 쌓였기에.. 그리고 소비가 둔화되었기에.. 공장에 대한 신규 주문이 빠르게 위축된다면?? 네. 그럼 이런 채용에 대한 의사가 상당 수준 줄어들게 되겠죠. 그럼 뜨거웠던 고용 시장 역시 둔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강했던 소비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재고를 더 많이 쌓고… 소비가 줄어들어서리.. 재고가 빠지지 않으면 추가 주문을 넣지 못하고… 추가로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구인이 필요했던 공장들도 조금씩 그런 구인을 줄이는.. 이런 흐름이 향후 전개될 수도 있겠죠.

 

경기 부양을 통한 소비.. 여기서의 경기 부양은 미래 세대의 소득을 미리 땡겨서 지금 쓰는 겁니다. 미래 소비를 할 수 있는 동력인 소득을 미리 땡긴다.. 결국 미래에 할 소비를 미리 땡겨서 지금 하는 거 쟎아요? 그럼 미래에는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가 생기겠죠. 그런데.. 현재의 소비에.. 미래 소비를 땡겨서 크게 폭발시킨… 지금의 거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재고를 더 많이 쌓아두었다면… 이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소진하는 기간 동안 실물 경기가 상당히 고전할 개연성이 있죠. 재고 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후 견조한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구나.. 라는 기대를 머금고 주가, 원자재, 그리고 금리가 모두 되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을 풀기 어렵다고 보여지네요. 

 

Just in Time이라는 얘기가 있죠. 필요한 때마다 쓸 수 있도록… 통계가 발달하면서 재고 역시 정말 적정한 최적의 재고만을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2000년대 들어서 강해졌었죠. 이렇게 되면 재고가 과도하게 늘거나.. 과도하게 부족한 일이 벌어지지 않겠죠. 그런데요.. 워낙 강한 소비가 터져나오면서… 재고 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이런 강한 소비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을 가정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재고를 쌓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과잉 재고가 되는 거죠. 스텝이 꼬였다고 하나요.. 한 번 이렇게 재고 관리의 패턴이 망가지게 되면 재고 관리의 스탭이 꼬이면서 과잉 재고, 과소 재고가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죠. 이는 실물 경제 성장의 변동성을 향후에 상당히 키우는 이슈가 될 듯 합니다. 원래는 적정한 수준의 제조업 생산과… 약하지만.. 이를 천천히 소화해나가는 저성장 하의 수요가 이를 처리해주었는데요… 워낙 강한 수요가 터졌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레벨의 재고를 쌓았죠. 재고를 쌓는 동안에는 공장 주문이 터지면서 경제 성장이 강하게 나오지만.. 반대로 너무 많이 쌓아서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추가 주문이 없으면… 경제 성장이 더 빠르게 주저앉게 될 겁니다. 여기에… 성장 둔화 시 언제든 등장해서 성장을 만들어주는 각종 양적완화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히면서 나오지를 못하니.. 실물 경제와… 그런 실물 경제의 변화를 반영하는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겠죠. 

 

금융 위기 이후 한동안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나타냈던 글로벌 경제는 지금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파고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지금도 지금이지만… 인플레이션 그 이후 역시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재고 관리가 안정되면서 성장의 사이클과… 혹여나 여기서의 벗어남을 메울 수 있는 통화 정책의 지원이 있었던 지난 10여년 과는 달리.. 재고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면서.. 성장 사이클도 널뛰고… 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통화 정책의 지원이 없다면… 향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이번 인플레가 사라진 이후에도… 금융 시장 난이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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