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은 그걸 반영하는 모습인데요.. 우선 발단은 유로존에서 시작합니다. ECB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죠.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의 체력이 다들 다르다는 겁니다. 제로 금리에 양적완화로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당장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하는 국가들도 존재하는 거죠. 성장이 개별 국가별로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유로존에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ECB는 더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죠.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연준의 금리 인상 스탠스 변화에도… 그리고 빠르게 치솟는 인플레이션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으면서 미국과 우리의 인플레이션은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면서 대규모 양적완화를 이어가야 함을 강조했죠. 그러나.. 이게 오랜 시간 지속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건드려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6월 초에 확 뒤집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환하고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죠. 이번 달 ECB 회의에서 0.25%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고.. 9월에는 추가로 50bp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시장은 예상을 하고 있죠.
이 소식이 들리자마자 그리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성장은 강하지 않고 부채는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보다 치솟았는데 갑자기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니.. 와.. 앞이 캄캄한 거죠. 문제는 그리스 이탈리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균열 역시 빨라지게 되는데요… 우리는 2010~2012년 유로존 위기 당시에 이를 체험한 바 있습니다. 라가르드는 깜짝 놀라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수립하죠.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긴급 ECB 회의를 열고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대책은 7월에 나올 것이며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음을 선언하죠… 그리고 지난 달 말 간단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데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제한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국채가 힘겨워보일 때마다 개입을 해서 이들 국채를 사주는 긴급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준비해주겠다.. 라고 말하는 거죠..
잘 지나갔구나.. 싶겠지만.. 이게 참 어려운 것이 이런 질문이 가능합니다. 첫째… 힘겨워할 때가 언제냐… 라는 거죠. 어느 정도 금리가 올라가면 힘겨운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죠.. 그리고 있다고 해도 그 가이드라인에 합의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독일 금리는 올라도 가만히 놓아두고.. 이탈리아 금리는 오르면 국채 사줘서 금리를 찍어 눌러주고.. A와 B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A회사는 잘하고.. B회사는 힘드니까.. B회사에게는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마.. 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는 거죠.. A회사 입장에서는 겁나 짜증나는 얘기 아닐까요?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당장 ECB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죠… 아니…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국가들의 체력을 반영해서 금리가 형성되는 것인데.. 이걸 어느 정도로 낮춰줄 거냐고… 반문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한 쪽에서 나오는 반론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양적완화를 한다는 거죠. 양적완화를 하면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죠..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가 낮아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하니.. 그럼 양적완화로 풀어놓은 유동성 이상으로 유동성을 빨아들여야 금리가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ECB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를 사주면서.. 돈을 뿌리고… 이렇게 뿌리는 과정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그 금리를 기준금리에 맞춰서 올리기 위해 유동성을 미친 듯이 빨아들일 겁니다. 한 쪽에서는 풀고 다른 한 쪽에서는 빨아들이는 정말 바보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참고로.. 이탈리아 국채를 사면서 돈을 풀어주고… 유동성을 독일 국채 시장 쪽에서 빨아들이면서 조절하는 방법 정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면… 어려운 쪽에 돈을 풀어주고… 양호한 쪽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거죠… 그럼… 다시 A와 B 얘기로 돌아가서… B가 어려우니까.. B에게는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금리 평균은 맞춰야 하니까.. A에게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주겠다.. 라는 아름다운 얘기가 되는 거죠. 독일이 빡칠만도 하네요.. 쓰다보니까..ㅎㅎ A가 그런 얘기 할 겁니다. 재정이 안좋은 게 하나의 특권이냐라구요…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반기를 들게 되면서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 대한 양적완화 지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럼 이들 금리가 치솟으면서 다시금 유로존 균열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겁니다. 유로존 균열은 유로화의 위기인가요? 유로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2015년 기록했던 1유로 당 1.04달러 레벨을 깨고 내려갔네요… 1달러에 1유로 레벨로 거의 수렴하고 있습니다.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는 달러의 숙적인 유로화를 약세로 밀어내게 되면서 달러의 상대 강세를 강화시키게 되죠. 여기에 유로존 위기는 유로존 경제… 그리고 이들 경제의 둔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더욱 더 키울 것이라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네.. 적어도 어제 밤의 마켓 흐름은 유로화 발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경기 침체를 읽으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렸죠. 주가는 급락하고… 금리도 무너지고… 국제 유가도 배럴 당 100불선을 하회했답니다. 킹달러가 기승을 부리면서 달러의 반대편에 있던 금도 힘을 잃어버렸구요.. 달러원 환율도 달러 당 1315원까지 치솟는 그림이 나왔죠…
그런데요.. 참.. 풀어놓은 유동성이 많은 건 팩트인 듯 합니다. 그리고 Buy the Dip의 심리는 여전히 살아있죠. 이렇게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 것이고.. 이는 주식 시장에는 거대한 호재다.. 라는 내러티브가 다시금 힘을 얻기 시작하죠.. 네.. 침체는 나의 친구라는 얘기가 다시 나오는 겁니다. 이 세상 모든 악재는 연준을 멈추게 하고.. 주식 시장을 키워주는 행복이 되는 건가요… 무언가 서글픈 느낌을 주는… 참 역설적인 내러티브가 아닌가 싶네요…
애니웨이.. 유로존의 이슈 역시 해결되기 참 어려워보입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고… 중국도 금리 인하 부양에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답이 없어도 버티는 이유는.. 결국 시간을 끄는 거죠.. 언제까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그 날까지.. 그럼 엔화 약세는 진정되겠죠… 유로존 역시.. 경기 둔화가 물가와 금리를 눌러주면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겠죠. 중국은 금리 인하도 본격 경기 부양에 대한 대응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주식 시장 뿐 아니라.. 전세계가 연준의 금리를 보네요… ECB의 금리가 19개 유로존 국가들에 적용되면서 만들어지는 문제만큼… 연준의 금리 역시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데요…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 영향을 줍니다. 연준의 통화 정책이 무서운 이유죠… 그래서 이 말이 나오나 봅니다. Don’t fight the Fed. 이제 통화 완화 기조 속에서 봉합되어 있던 악재들이 터져나오는데요..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시죠.. 내일 에세이에서 이어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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